| 잠실=한스경제 신희재 기자 |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린 7일 서울 잠실구장. 이날 경기 1시간 전 잠실구장 주출입구는 평소와 달리 취재진과 야구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후 4시 도착 예정인 젠슨 황(63) 엔비디아(NVIDIA) 최고경영자(CEO)를 기다리는 구름 인파였다.
예정보다 10분 늦게 도착한 황 CEO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안내 속에 입장했다. 황 CEO는 "오늘은 시구에 집중하겠다"는 말을 남긴 채 VIP실로 이동해 두산 관계자와 환담을 나눴다. 그의 발길이 닿는 잠실구장 동선엔 '우리의 파트너십은 이곳에서 시작된다'는 문구의 환영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담소를 나눈 황 CEO는 두산 베어스 외국인 투수 잭로그에게 시투 지도를 받고 잠실구장 마운드에 올랐다. 황 CEO는 마이크를 잡고 "코리아"를 외친 후 "치맥보다 나은 건 없다"고 강조하며 2만1293명 관중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시타자로 나선 박정원 회장 앞에서 시구한 후 두산 선수단을 격려하며 관중석으로 이동했다. 경기 중엔 BBQ 치킨을 맛보면서 맥주잔을 들어 올려 건배를 제의하고, 전광판 댄스 타임에 참여해 분위기를 달궜다. 다음 일정 전까지 약 1시간 40분 동안 쉴 틈 없이 팬 서비스를 이어가며 격의 없는 소통을 이어갔다.
▲K-푸드·시구 통해 친근함 어필
글로벌 기업 시가총액 집계 사이트 컴퍼니스마켓캡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8일 기준 4조9670억달러(약 7700조원)로 전 세계 1위다. 인공지능(AI) 열풍 중심에 선 황 CEO는 5일부터 8일까지 방한해 광폭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10월 큰 반향을 일으켰던 '깐부 회동'처럼 이번에도 치킨, 삼계탕, 삼겹살, 칼국수, 평양냉면 등 다양한 K-푸드를 섭렵하며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섰다.
프로야구 시구도 비슷한 선상에서 이뤄졌다. 대만 타이난에서 태어나 9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황 CEO는 평소 여러 차례 야구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그는 2024년 5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같은 해 9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주최한 대만 관련 행사를 앞두고 시구자로 나섰다. 2024년 6월 대만 프로야구(CPBL) 웨이취안 드래곤즈의 홈 경기에서도 시구를 맡았다. KBO리그 첫 시구였던 이번 행사도 황 CEO 측에서 먼저 두산 베어스에 'KBO리그를 관람하고 싶다'는 의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황 CEO는 엔비디아 창립연도(1993년)를 의미하는 93번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박정원 회장은 두산 창립연도(1896년)를 의미하는 96번 두산 유니폼을 착용했다. 황 CEO는 "(박정원 회장과) 두산의 우승 시즌에 대해 이야기했다. 두산이 왜 야구를 잘하고, 어떻게 여러 차례(6회) 우승했는지 물어봤다"고 소개했다.
▲두산과 피지컬 AI 동맹 강화
황 CEO는 잠실구장을 떠나기 전 "한국은 소프트웨어, AI, 제조업 역량이 모두 뛰어나다. 이 3개가 결합하는 지점이 바로 로보틱스다"라고 강조했다. 빡빡한 일정에도 두산 베어스 경기가 열리는 잠실구장을 찾은 이유다.
중공업과 건설이 주력이었던 두산은 최근 AI 부문에서 강세를 보인다. 2016년부터 그룹을 이끈 박정원 회장 체제에서 AI 시대에 맞춰 그룹 사업 구조를 재편한 결과다. 그중에서도 엔비디아가 주목하는 계열사는 두산로보틱스(로봇), 두산밥캣(건설기계), 두산에너빌리티(발전기기) 등이다. 130년 역사를 자랑하는 두산의 제조 역량과 AI 시장을 선도하는 엔비디아의 기술력을 합쳐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두산그룹과 엔비디아는 지난해 10월 피지컬 AI 강화를 위한 전략적 협력을 추진한 후 지속적으로 접점을 넓히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황 CEO의 장녀인 메디슨 황 옴니버스 및 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 이사가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두산로보틱스 이노베이션센터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번엔 황 CEO와 박정원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양사의 AI 동맹 관계를 공고히 했다.
황 CEO는 이번 방한에서 5일 홍대 PC방을 찾아 세계적인 프로게이머 '페이커'를 만나고, 6일엔 세계 최초로 한국 예능 토크쇼에 출연해 방송인 유재석이 진행하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녹화에 임했다. 잠실구장 방문도 그간 방한에 나선 글로벌 기업인에게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행보여서 더욱더 화제를 모았다. 이번 시구는 스포츠를 활용한 글로벌 기업 간 교류 사례로 오랜 기간 언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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