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은비의 다른 은비] 30번째 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디라이트 대표] 작은 주얼리 공방을 운영하며 정말 많이 들었던 질문이 있다.
어쩌다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혹시 전공하셨어요?
나는 연세대학교 사학과에서 한국사를 전공했다. 내가 어쩌다 이 일을 시작했는지 그 긴 이야기를 최대한 짧게 줄여 말할 때 이렇게 구체적으로 학교까지 밝히는 일은 드물다. 보통 전공만 말하고 전혀 상관없는 일을 시작한 6년간의 이야기를 짧게 줄여 말한다.
우연히 원데이 클래스를 들었고 관심이 계속 생겨 취미로 시작하게 되었죠.
조은비 대표는 주얼리 공방을 하면서도 좋은 대학을 나온 것에 대한 사람들의 질문을 듣고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픽=챗 GPT AI>
이렇게만 잘 대답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이해해주었다. 혹시 학교를 밝히면 대화는 조금 슬픈 방향으로 흘러가니 주의해야 한다.
여기서 뭐하고 계세요? 후회하진 않으세요? 너무 아깝다...
내 작은 공방. 하지만 그날. 나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내 학교를 밝혔다.
어머, 너무 아깝다.
그녀의 반응도 다른 사람들과 비슷했다. 그녀의 눈빛과 탄식은 진심이었다. 이제 내게는 목표 달성 전까지 밀어붙이는 자기착취적 성격,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는 졸업장, 걸레로 쓰는 졸업식 기념 수건이 전부인 모교의 흔적. 그 모교가 준 ‘타이틀’을 그녀는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그녀가 꺼낸 이야기도 만만찬았다.
저는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어요. 제가 74년생이니까 그 당시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해서 들어갔죠. 제가 중국어를 좀 잘해서 공기업도 다녔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냥 가정주부에요.
주얼리 만들기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그녀도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다. 취미반의 마지막 수업. 양손으로 팔찌 매듭을 땋으며 그녀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육아 휴직이 끝나고 출근을 했는데 시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오더라구요. 지금 니 딸 안 데려가면 자살할 거라고요. 그 다음날 바로 사표 냈어요. 해외 출장을 앞두고 있었던 때였는데. 상사도 미쳤냐고 하더라구요. 어렵게 들어간 회사라며 아버지도 참 많이 반대하셨죠. 아무튼 지금은 저도 그냥 가정주부에요.
나는 ‘그냥’ 가정주부가 어딨냐며 아이를 키우고 가족을 돌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냐며 대단하시다고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근데 선생님, 제 남편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어요. 근데 남편 대학교 친구 중에 한 사람. 그 사람 지금 뭐하고 있는지 아세요?
그도 서울대 경제학과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깨버리는 별난 직업을 가지고 있을까? 그녀의 대답이 기대되었다.
홍대 앞에서 타로봐주고 있어요. 웃기죠?
그래도 홍대면 나보다 상권이 훨씬 좋다며 나는 웃었다.
아무튼 후회하지 마세요.
이렇게 사람들 주얼리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얼마나 좋은 일이에요?
웃음이 났다. 오늘 그녀에게 내 학력을 밝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도 처음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반응이었지만 끝은 달랐다. 그렇게 나는 내 일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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