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둔화 여파로 인해 경매 시장에 매물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1분기 신규 경매 신청 건수가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부담이 경매 시장으로 전이되는 모습이다.
특히 서울 아파트는 여전히 높은 인기를 유지하며 감정가를 웃도는 낙찰 사례가 이어지는 반면, 빌라와 상가 등 비아파트 자산은 수차례 유찰 끝에 헐값에 거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같은 경매 시장 안에서도 전혀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공개한 ‘2026년 4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00.5%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99.3%보다 1.2%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최근 3개월 동안 이어졌던 하락 흐름을 멈추고 다시 100%를 넘어섰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강동구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강동구 낙찰가율은 105.5%로 전월 대비 9.9%포인트 상승했으며 구로구 역시 99.6%를 기록하며 전월보다 7.2%포인트 높아졌다.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에서는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 적극적으로 입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강남권과 인기 주거지역은 물론 비교적 가격 부담이 적은 중저가 단지에도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반면 전체 경매 시장 분위기는 녹록지 않다. 특히 빌라를 중심으로 한 비아파트 시장은 심각한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지옥션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주거시설 경매 진행 건수는 총 1만242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약 19년 4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으로 이 가운데 빌라와 다세대주택 등 비아파트 물건은 8973건으로 전체의 72.2%를 차지했다. 경매 시장에 나오는 주거용 물건 10건 중 7건 이상이 비아파트인 셈이다.
경매 물량 13년 만에 최대
전문가들은 최근 빌라 경매 물량 급증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전세사기 후유증을 지목한다. 이현정 즐거운경매 대표는 “서울 지역 빌라 경매 물량은 사실상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볼 수 있다”며 “전세사기 관련 물건이 수년째 누적되고 있으며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경매 절차가 진행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요가 부족한 빌라 시장에서는 여러 차례 유찰된 이후에야 낙찰되는 경우가 많다. 가격이 크게 떨어진 뒤에야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금천구 독산동 소재 A빌라로 서울 금천구 독산로22길 64에 위치한 해당 빌라 전용 29.88㎡ 물건은 지난달 남부지방법원 경매에서 무려 9차례의 유찰을 거친 뒤에야 최종 낙찰됐다.
최초 감정가는 2억2500만원이었지만 최종 낙찰가는 3089만원에 그쳤다. 감정가의 약 13% 수준에 불과한 가격이다. 해당 물건은 사건번호 2024타경116987로 장기간 유찰이 반복되다가 결국 큰 폭의 가격 조정 이후에야 거래가 성사됐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경매 시장의 양극화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서울 핵심지 아파트는 공급 부족과 실수요 유입으로 높은 경쟁률을 유지하는 반면, 빌라와 일부 수익형 부동산은 유찰과 가격 하락 압력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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