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본사를 찾은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현대차 정의선 회장과 함께 1시간 넘게 회동했다. 숨 가쁜 방한 일정에도 긴 시간을 할애하며 현대차의 전략적 중요성을보여줬다. 회동에서는 자율주행·로봇 등 피지컬 인공지능(AI) 분야의 협업 전략이 주로 논의됐고, 정 회장이 황 CEO에게 새만큼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하기도 했다.
황 CEO는 8일 서울시 서초구 현대차그룹 양재 사옥에서 정 회장과 회동한 뒤 취재진과 만나 “자율주행 모빌리티를 확장하고 더 안전하게 만들 방법을 논의했다”며 “모든 형태의 미래 모빌리티에 AI를 도입하기 위해 협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황 CEO는 “로보틱스를 실제 산업에 적용할 만큼 가속하기 위해 더 깊이 협력할 방안을 논의했고, 현대(Hyundai)의 로보틱스 플랫폼이 더 보편적으로 채택되고 제조와 통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식을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주목할 부분은 황 CEO가 현대차의 새만금 프로젝트를 ‘새만금 AI 밸리’라고 언급하며 투자 가능성을 시사한 점이다. 정 회장은 “(회동에서) AI와 로보틱스를 포함한 새만금 프로젝트를 설명해 드렸고, 엔비디아가 참여할 의향이 있다면 함께 더 완벽한 AI와 로보틱스, 데이터센터를 같이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많이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황 CEO는 이에 대해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실리콘 밸리가 있고, 현대차는 한국에서 ‘새만금 AI 밸리’를 발명하고 있다”며 “정 회장이 새만금에 엔비디아가 참여할 수 있도록 초청해 주었고, 저는 훌륭한 바베큐만 있다면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답했다”고 화답했다.
이날 현대차 양재 사옥은 황 CEO가 방문하기 수십 분 전부터 떠들썩했다. 황 CEO가 이동할 가이드라인 주변으로 현대차 임직원들과 취재진이 뒤섞인 인파가 모였다. 황 CEO가 등장하기 10여 분 전에는 정의선 회장과 장재훈 부회장, 박민우 AVP본부장을 비롯한 핵심 경영진이 출입구 근처로 나와 맞이할 준비를 했다.
13시 30분경 황 CEO가 도착하자 현장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황 CEO는 곳곳에서 현대차 직원들과 사진을 촬영하고 사인에 응했다. 정 회장도 직원들과 함께 사진을 촬영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두 사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환호성이 남았다.
관수로봇·보안용 스팟·모베드 등 로비에 배치된 로봇은 황 CEO의 관심을 끌었다. 황 CEO는 출입증을 요구하는 보안용 스팟에게 “대신 신용카드를 드리겠다”며 웃음을 자아냈고, 모베드를 보면서는 “오프로드 차량에 적용되면 정말 멋지겠다”고 평했다.
이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황 CEO와 정 회장 일행은 1시간 이상 내려오지 않았다. 황 CEO는 현대차 사옥 방문 이후에도 네이버·삼성SDI·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했지만, 양측이 사업적으로 중요한 지점에 있는 만큼 실무적 논의가 길어진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입장에서 현대차는 놓칠 수 없는 파트너다. 현대차는 지난해 기준 727만대의 차량을 판매하며 4년 연속 글로벌 3위 자리를 지켰고, 트럭·버스 등 대형 상용차부터 중대형 세단과 경차까지 폭넓은 차량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자율주행 AI 학습을 위한 최적의 데이터 수집 조건을 갖춘 셈이다.
현대차는 자율주행을 빠르게 상용화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플랫폼이 필요하다. 엔비디아의 표준 생태계에 올라타 자율주행 기술을 성숙시키고, 최종적으로는 자체 기술로 자립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중국 기업과의 자율주행 경쟁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이날 엔비디아와 함께 피지컬 AI·새만금 AI 밸리·글로벌 표준 AI 에코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황 CEO는 “모빌리티·로보틱스·AI 공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현대차와 파트너십을 맺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가) 사람에게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엔비디아는 필수 불가결하고 중요한 파트너”라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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