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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한광범 신영빈 기자] 정부가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로부터 차세대 AI 플랫폼인 ‘베라 루빈’을 국내에 최우선 공급받기로 확약받았다. 아울러 양측은 엔비디아의 세계 최대 AI 개발자 콘퍼런스인 ‘GTC 코리아’의 국내 개최 방안을 전향적으로 논의하고, 한국을 글로벌 ‘피지컬 AI(물리적 AI)’ 생태계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8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엔비디아의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리셉션에서 비공개 회동을 갖고 국가 차원의 AI 인프라 확충과 미래 시장 선도를 위한 이 같은 민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면담에서 가장 핵심적인 성과는 차세대 GPU의 조기 확보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배 부총리는 면담 직후 취재진과 만난 마무리 발언에서 “베라 루빈을 한국에 최우선으로 공급받기로 했다”며 “국내 GPU 공급과 인프라 구축에 차질이 없도록 엔비디아 측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마침 과기정통부는 이날 총 2조 850억원 규모의 ‘정부 GPU 확보 사업’ 최종 참여 기업으로 네이버클라우드, 삼성SDS, 엘리스그룹을 선정하고 베라 루빈 2016장을 포함해 총 9704장의 첨단 GPU 물량을 확보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이달 중 구매 발주를 진행해 B300은 연내, 베라 루빈은 내년 상반기 내에 서비스를 순차 개시할 계획이다.
◇정부 GPU 사업 최종 확정 속 추가 물량 확보도 청신호
추가적인 GPU 공급망 확보에 대해서도 청신호가 켜졌다. 배 부총리는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당시 논의됐던 26만 장 규모의 칩 외에 추가 공급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의에 “앞으로 추가적인 사업을 위해 공급받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없이 공급받기로 확약했다”며 “기존 계획 물량의 차질 없는 도입 외에 추가 공급 확보는 우리 정부가 향후 사업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배 부총리는 이어 열린 리셉션 스피치에서 “한국 정부는 AI 발전에 진심이며, 정부와 엔비디아가 국내 주요 산학연들의 든든한 지지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GPU 사업자를 선정해 AI 인프라를 갖춰나가고 있지만, AI 대전환 시대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더 많은 GPU와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며 엔비디아 측에 한국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 확대를 거듭 당부했다.
엔비디아가 한국을 글로벌 핵심 거점으로 낙점한 배경에는 한국만의 독보적인 역량이 자리 잡고 있다. 배 부총리가 황 CEO에게 한국 시장에서 이토록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이유를 묻자, 황 CEO는 세 가지 명확한 강점을 꼽았다.
황 CEO는 우선 신기술을 가장 빠르게 수용하고 발전시키는 한국 특유의 ‘문화적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미·중 패권 경쟁이 치열한 인공지능 시대에 한국이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립적인 위치(노트럴)’에서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마지막으로 미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중공업과 전자, 제조업 기반이 강력하다는 ‘산업적 강점’을 언급했다. 황 CEO는 이러한 제조 기반에 AI가 결합할 때 어마어마한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확신하며 한국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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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은 이에 발맞춰 차세대 AI 트렌드로 부상한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한 구체적인 인프라 구축에 돌입한다. 엔비디아는 현지 정부·대학·기업과 원천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핵심 연구개발(R&D) 시설인 ‘엔비디아 AI 테크센터(NVAITC)’를 연내 서울에 설립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피지컬 AI’ 시장 주도권 선점…서울에 연구개발 전초기지 구축
배 부총리는 “한국이 기존 거대언어모델(LLM) 분야에서는 다소 뒤처졌을지 몰라도, 물리적 세계와 결합하는 피지컬 AI 시장만큼은 세계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전했다”며 “엔비디아 역시 한국이 피지컬 AI의 글로벌 선두 주자가 될 수 있도록 생태계 전반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의 핵심 개발자 콘퍼런스인 ‘GTC’의 국내 개최 방안도 무대 위에 올랐다. 배 부총리는 “GTC 코리아 개최에 대해 아주 긍정적으로 논의를 했다”며 “AI 에코시스템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GTC를 한국에서 개최하는 것에 대해 황 CEO도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밝혀 향후 개최 성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민간과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투자 방안도 정부와 글로벌 빅테크 간 합작 형태로 추진된다. 이날 한국이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를 대규모로 도입하는 최대 구매처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배 부총리가 엔비디아 측에 AI 생태계 공동 투자를 제안했고, 이에 황 CEO 역시 한국 정부와 함께 국내 AI 생태계에 대한 공동 투자를 진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대규모 데이터센터 가동의 최대 쟁점인 전력 인프라와 관련해 과기정통부는 기후에너지부와의 사전 협의를 마쳐 오는 2030년까지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민간의 대규모 기가와트(GW)급 인프라 확장이 본격화될 경우 AI 데이터센터만을 위한 전력 전용 요금제를 신설하는 등 부처 간 협력을 통해 제도적 지원책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AI 추론’ 시장 겨냥 국산 NPU 기술력 글로벌 상용 검증
이 같은 엔비디아와의 밀착 행보 속에서도 국산 AI 반도체(NPU)의 독자적 성장 체계를 증명하겠다는 자신감도 피력했다. 배 부총리는 국산 NPU의 입지 위축 우려에 대해 “막대한 연산이 필요한 AI 학습에는 주로 GPU가 활용되지만, AI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추론 영역에서는 국산 NPU가 많이 활용될 것”이라며 “올해를 기점으로 공공 부문을 넘어 실제 글로벌 상용 레벨에서도 국산 NPU의 역량이 확실하게 검증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배 부총리는 국내 AI 산학연 관계자들을 향해 격려의 메시지를 던지며 스피치를 마무리했다. 배 부총리는 “세계인들이 한국에서 만드는 AI를 인정하고 많이 사용하여, 여기 계신 분들이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는 주인공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역설했다.
과기정통부와 엔비디아는 이번 회동의 주요 합의 사항을 바탕으로 실무 협의를 속도감 있게 진행해 연내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구상이다.
배 부총리는 타국과의 비교 우위에 대해 “한국은 젠슨 황 CEO가 언급한 세 가지 장점을 확실히 가진 국가이자 AI 강국이 될 수 있는 기반을 가진 나라”라며 “엔비디아 측이 그런 의지를 보인 만큼, 다른 일본이나 대만, 미국 등 우방국들과 비교해서 당연히 지금 한국에 많은 페이버(혜택)들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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