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들과 함께한 실천하는 의사, '이윤보다 생명'을 외친 보건의료 운동가. 우석균 전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공동대표가 지난 7일 별세했다. 향년 64세.
우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말기 위암 진단을 받은 뒤 투병생활을 이어왔다. 고인의 장례는 8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시민사회단체장으로 치러진다고 보건의료단체연합이 이날 알렸다.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1980년 서울대 의대에 입학했다. 재학 중이던 1983년 학업을 멈추고 5년 간 노동운동을 하기도 했다.
국내 보건의료운동의 주요 계기마다 우 전 대표가 있었다. 1987년 인의협 창립에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2001년 진보 성향 보건의료단체의 모임인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창립을 주도했다. 이어 2008년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을 만들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였던 우 전 대표는 진료실에서도 약자의 건강을 돌보려 애썼다. 2001년부터 서울 성동구 성수동 공업단지에 세워진 성수의원을 지켰다. 이곳은 1988년 노동자의 건강에 관심을 가진 의사들이 세운 1차 의료기관으로, 고인이 암 진단을 받은 뒤인 지난해 9월 문을 닫았다.
보건의료 운동가로서 우 전 대표는 한평생 이윤보다 생명이 먼저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내외에서 활동했다.
2001~2003년 그는 인의협에서 활동하며 국내 최초의 ‘환자 당사자 운동’으로 불리는 글리벡 약가 인하 투쟁을 조력했다. 만성골수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의 한 달 약값이 300만~450만 원에 달해 치료를 포기하는 이들이 속출하던 때였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했을 때는 직접 현지를 찾아 의료활동을 하고, 여러 시민단체와 함께 '이라크 어린이들에게 폭탄이 아니라 의약품을' 캠페인을 벌였다. 이후에도 반전운동, 팔레스타인 점령 반대운동 등에 힘썼다.
우 전 대표는 2008년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운동에 전문가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며 의료 분야의 공공성 훼손에 반대했다. 2008~2013년에는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을 지내며 의료민영화·영리운동 반대 싸움에 함께했다. 2013~2014년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의 진주의료원 강제 폐업에 맞서기도 했다.
감염병 위기 국면 때마다 고인은 공공의료 확충과 취약계층 보호를 강조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는 정부의 불투명한 방역을 비판하며 감염병 전문병원 확충 등 공공방역 체계 강화를 주장했고, 2020~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공공의료 병상, 백신 특허 면제, 취약계층 보호 등을 강조했다.
2024년 의대 정원 증원으로 촉발한 진료 거부 사태 때도 우 전 대표는 의사 이익단체와 정부를 모두 비판하며 공공의대 신설, 지역의사제 중심 공공의료 확충 등 공공의료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고인의 문제의식은 저술활동으로도 이어졌다. <의료, 인권을 만나다>(2017), <포스트 코로나 사회>(2020) 등을 공저했다. <프레시안>에도 2008~2016년 ‘우석균 칼럼’을 연재하며 당시 정부의 의료 정책을 날카롭게 비판했고, 에이즈에 대한 편견을 논박하는 글 등을 남겼다.
지난해 12월에는 우 전 대표가 생전에 쓴 글을 모은 선집 <이윤보다 생명을>(2025)이 출간됐다. 고인이 생전 페이스북 계정에 마지막으로 쓴 글은 지난해 4월 '윤석열 파면 보건의료인 성명' 참여를 당부하는 내용이었다.
우 전 대표의 별세 소식에 이날 생전 고인과 연을 맺은 각계에서 추모의 뜻을 밝히는 글이 이어졌다.
노동건강연대는 "아프고 힘없는 이들의 건강권을 위해 헌신한 선생님은 영세사업장 노동자, 이주노동자, 여성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했다"며 "노동건강연대가 창립한 2001년에는 성수의원 원장으로서 병원 한편에 사무공간을 마련해주시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석균 선생님의 뜻을 기억하고 이어가겠다"고 했다.
HIV AIDS 인권행동 알은 "HIV 감염인과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대중 앞에서 당당히 목소리를 냈던 우석균 선생의 마지막 길이 외롭지 않도록 그를 함께 기억하고자 한다"며 "민주주의와 생명을 위해 큰 연대를 만들자고 했던 그의 뜻을 잊지 않겠다. 우석균 선생의 평안한 안식을 기도한다"고 했다.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는 "아프고 힘 없는 이들을 위해 헌신하신 우석균 선생님께서 영면하셨다"며 "30주년을 앞둔 지원본부가 국제적 감각을 지니고 해외의 어린이들을 돕는 일에도 적극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 반전평화가 한국 사회 운동의 주요 과제라고 강조하셨던 말씀 깊게 새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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