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심심한 사과’라는 말 때문에 ‘글을 해석하는 능력(문해력)’이 큰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몇몇 누리꾼이 “(마음의 표현 정도가) 깊고 간절하다”라는 뜻의 한자어 ‘심심(甚深)한’을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다”라는 뜻의 우리말 ‘심심한’으로 잘못 알고 댓글을 달면서 시작된 논란이었다.
그 뒤로도 여기저기서 비슷한 사례들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금일(今日)’을 금요일로 알고 ‘무운(武運)을 빌다’를 ‘운이 없기를 빈다’로 이해하고, ‘일탈(逸脫)’을 ‘일상탈출’의 준말로 생각하고....
“학생들에게 교과서 속 단어의 뜻을 설명하는 데만 수업 시간의 절반을 써야 할 정도”라는 한 수도권 일반계 고교 사회과 선생님의 언론 인터뷰 증언은 문해력 문제가 지금 어떤 상황까지 와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를 해결할 방안은 이미 여럿 제시돼 있다. 학생들에게 독서와 신문 읽기를 적극 권장하고, 논리적인 글 쓰기와 토론 훈련을 시키고,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을 자제시켜야 하며....
다 맞는 처방이지만 모든 학교가 이를 균등하게 시행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면에서 교육 당국이 한자(漢字) 교육을 학교 정규 수업으로 의무화했으면 한다. 문해력 문제의 대부분이 한자 단어를 모르는 데서 생기기 때문이다.
예전 중고등학교에는 대부분 일주일에 한 시간씩 한문 수업이 있었다. 그것이 2000년대 말쯤 없어졌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논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문 수업은 한자 학습 시간으로 바꿔 계속했어야 할 일이었다. 우리말 단어의 절반 정도가 한자어인데 한자를 안 배운다는 것은 우리말을 안 배우겠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한자 교육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흔히 한문과 한자를 똑같이 보는 잘못을 범한다. 하지만 이 둘은 문장과 글자(단어)라는 큰 차이가 있다. 길든 짧든 문장인 한문은 대개 중국의 문학과 역사 등에 관한 지식이 꽤 있어야 제대로 해석할 수 있기에 무척 어렵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쓸 일은 많지 않은 만큼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면 굳이 머리 아프게 배우지 않아도 별문제가 없다.
반면 한자 단어는 중국어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늘 쓰는 ‘우리말’이기 때문에 꼭 배워야 한다. 그것도 전체가 5만자쯤 된다는 한자를 모두 배우는 것이 아니고 흔히 쓰는 500~1천자만 알아도 우리말 문해력이 엄청나게 올라간다.
인공지능(AI)이 무섭게 발전하는 시대라 해도 한자 교육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는다. AI와도 우리 말과 글로써 대화를 주고받기 때문이다. 우리말 어휘를 모르고 제대로 이해를 못 하는데 어떻게 AI에 정확하게 질문을 하고, 얻어낸 답변을 정확히 해석할 수 있겠는가.
6·3 지방선거와 함께 교육감이 다시 뽑혔다.
교육감이 일선 학교들과 협의해 ‘한자 단어 교육’을 정규 수업 과정에 넣을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줄 것을 제안한다. ‘자치(自治) 시대’라니 전국 모두가 안 되면 인천만이라도 좋다. 마침 국가교육위원회가 최근 ‘문해력 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교과서에 한자를 함께 쓰는 방안을 다시 논의키로 했다니 시점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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