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농촌마을에는 300년 된 느티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동네아이들은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가방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마을 한가운데 있는 느티나무 아래로 모여들었다.
여자아이들은 옆집에서 버린 이가 빠진 접시와 화장품 뚜껑을 그릇 삼아 들꽃과 풀잎으로 밥상을 차렸고 남자아이들은 맨발로 느티나무를 오르며 누가 더 높이 올라가는지 경쟁하기도 했다. 우리는 놀이를 통해 꽃과 잎의 모양을 익혔고 나무껍질의 질감과 그 틈에 숨어 사는 곤충을 자연스럽게 관찰했다. 그때 자연은 우리에게 친구이자 선생님이었다.
해질 무렵이면 집집마다 굴뚝에서 희뿌연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러면 아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서로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시계도 스마트폰도 없었지만 모두가 돌아갈 시간을 알았다. 신나게 뛰어놀고 먹는 저녁밥은 어떤 진수성찬보다 맛있었고 하루의 피곤함은 달콤한 잠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어떠한가.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향하고 남는 시간은 스마트폰이 차지한다. 흙을 밟고 나무를 만지며 자연 속에서 뛰어놀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 지역의 교육열을 가늠하려면 그 지역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수를 보라는 씁쓸한 말까지 들리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아이들에게 자연을 만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자연은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감수성을 키우는 배움의 공간이다. 그래서 생태체험교육관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 생각한다.
그러나 수원시에는 생태체험교육관이 겨우 두 곳뿐이다.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이 자연을 배우고 체험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생태체험교육관은 단순한 전시시설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연과 친구가 되고 생태감수성을 키우는 미래교육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미래세대를 걱정한다면 더 많은 학원보다 더 많은 자연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며 생명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과 기회를 마련하는 일, 그것이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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