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산길과 논밭 두렁을 걷다 보면 풀 사이에 낮게 붙은 붉은 열매가 눈에 들어온다. 멀리서 보면 작은 딸기처럼 보이지만, 이름을 들으면 손이 먼저 멈춘다. ‘뱀딸기’라는 이름 때문이다. 독을 품은 열매처럼 들리지만, 실제 뱀딸기는 먹을 수 있는 장미과 여러해살이풀이다.
노란 꽃 뒤 붉게 익는 열매
뱀딸기는 5~6월 노란 꽃을 피우고 6~7월 붉은 열매를 맺는다. 줄기는 땅 위를 기듯 옆으로 뻗고, 마디마다 뿌리를 내려 주변으로 퍼진다. 잎은 세 장씩 모여 달리며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다. 열매는 둥글고 윤기가 돌며, 표면에는 작은 알갱이처럼 보이는 수과가 촘촘히 올라와 있다.
산딸기와 헷갈리는 까닭도 붉은 열매에 있다. 그러나 산딸기는 나무줄기에 열매가 달리고, 뱀딸기는 땅 가까운 풀줄기 끝에 열매를 맺는다. 꽃 색도 다르다. 산딸기류는 흰 꽃을 피우는 경우가 많지만, 뱀딸기는 노란 꽃을 피운다. 열매가 달린 위치와 꽃 색을 보면 두 식물의 차이를 알 수 있다.
먹을 수는 있지만 길가 열매는 다르다
그렇다면 뱀딸기는 먹을 수 있을까. 열매 자체는 먹을 수 있다. 다만 산책길이나 논둑에서 본 뱀딸기를 바로 따 먹는 일은 피하는 게 좋다. 뱀딸기는 공원 가장자리, 도로변 풀숲, 논둑, 밭둑에서도 자란다. 이런 곳의 열매에는 흙먼지와 동물 배설물, 농약, 차량 먼지가 묻었을 수 있다.
맛도 산딸기와 다르다. 새콤달콤한 산딸기와 달리 뱀딸기는 향이 약하고 물기가 많으며, 씹어도 밍밍하다. 빨갛게 익은 겉모습과 달리 과일처럼 찾을 만한 맛은 아니다. 예전에는 호기심에 한두 번 맛보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산딸기처럼 즐겨 먹는 열매는 아니었다.
아이와 반려동물이 있는 집이라면 산책길에서 더 살펴야 한다. 뱀딸기는 크기가 작고 색이 선명해 풀 사이에서도 눈에 잘 띈다. 아이가 장난처럼 따 먹거나 반려동물이 풀숲 열매를 입에 넣지 않도록 주의하는 편이 좋다.
‘뱀’이라는 이름이 붙은 까닭
이름 앞에 ‘뱀’이 붙은 이유는 자라는 장소와 관련이 있다. 뱀딸기는 습한 풀숲과 논밭 가장자리에서 흔히 자란다. 예전 농촌에서 이런 곳은 뱀이 몸을 숨기기 쉬운 자리였다. 그래서 “뱀이 나올 만한 곳에서 자라는 딸기”라는 말이 이름으로 남았다는 풀이가 전해진다.
아이들을 풀숲 깊이 들어가지 못하게 하려던 말도 이름을 더 무섭게 만들었다. 빨간 열매를 보고 아이들이 손을 뻗으면 어른들은 “뱀이 먹는 딸기”라며 말렸다고 한다. 독초라서가 아니라, 뱀과 벌레가 있을 수 있는 풀숲 안쪽으로 들어가는 일을 막으려던 생활 속 경고에 가까웠다.
뱀딸기는 약초로도 이름이 남아 있다. 한방에서는 ‘사매’라 불렀고, 풀 전체를 말려 약재로 썼다는 기록이 있다. 옛 기록에는 열을 내리고 독을 푸는 데 썼다는 말과 함께 입안 염증이나 목이 붓고 아픈 증상에 썼다는 내용도 전해진다.
그러나 약재로 썼다는 기록은 열매를 한두 알 맛보는 일과 다르다. 쓰는 부위와 양, 다루는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확한 지식 없이 야생 뱀딸기를 몸에 좋다는 말만 믿고 먹으면 뜻하지 않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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