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넘어 고공행진하면서 업종별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환율 상승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를 기대하는 반면 원자재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비용 부담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생활비 부담 증가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5일까지 평균 원·달러 환율은 1522.4원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환율은 지난 2월 1448.4원에서 3월 1492.5원으로 급등한 뒤 4월 1485.0원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지난달 다시 1491.3원으로 오르는 등 높은 수준에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대개 환율 상승은 수출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기업들이 해외에서 번 달러를 원화로 환전할 때 더 많은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이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생산시설이 국내에 집중된 기업일수록 환율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도 상대적으로 크다.
반면 원자재와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은 업종은 부담이 커진다. 원유와 천연가스, 곡물 등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만큼 환율 상승은 곧 원가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정유업계와 항공업계, 식품업계 등이 대표적이다. 수입 비용 증가는 제품 가격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고환율이 가져오는 수출 경쟁력 개선 효과가 과거보다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들이 수입한 중간재를 가공해 수출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증가 효과가 원가 상승으로 상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와 원유, 이차전지 소재 등은 대체재를 찾기 어려워 환율이 올라도 수입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 환율 상승이 조달 비용 상승으로 전이되는 구조다.
고환율의 영향은 일반 가계에도 미친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입물가가 오르고 이는 기름값과 식료품 가격, 공공요금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해외여행 비용과 해외 직구 가격 부담도 커진다. 최근에는 국제유가 상승까지 맞물리면서 기업들의 비용 부담과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연구원(KIET)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국제유가 급락이 에너지 수입 비용을 대폭 완화하며 충격을 흡수했으나 현재는 고환율과 유가 급등이 동반돼 과거의 에너지 비용 완충 안전판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태훈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환율 상승은 수입 비용을 높이는 경로와 수출 가격 경쟁력을 개선하는 경로가 동시에 작용한다"며 "한국처럼 수입 중간재 의존도가 높은 경제에서는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경쟁력 제고 효과가 원가 상승 압력에 의해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환율의 순효과는 산업별 수입 구조와 중간재 의존도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단순히 고환율을 수출 호재로만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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