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년, 교육정책 진단] 닫혀버린 '백년대계'…취임 1년 기자회견 "교육 이슈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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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1년, 교육정책 진단] 닫혀버린 '백년대계'…취임 1년 기자회견 "교육 이슈 실종"

아주경제 2026-06-08 18:26:1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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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이 진행된 가운데, 국가의 거시적 미래를 좌우할 교육 분야에 대한 언급이 사실상 전무해 교육계 안팎에서 깊은 우려와 아쉬움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이재명 정부의 출범 첫해는 전임 정부가 강행했던 이른바 '급발진식' 교육 정책 기조를 완화하고, 교육 현장의 극단적 대립을 수습하며 '정상화의 궤도'를 다졌다는 측면에선 일부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이재명 정부 취임 2년 차에는 교육 개혁을 위해 뚜렷한 가치 철학이나 선명한 어젠다를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 인적 자본의 핵심인 초중등 교육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남긴 학습결손과 교권 침해라는 거시적 위협 속에 '골든타임'을 흘려보내고 있으며, 대입 관련 정책은 현실적인 데이터 분석이 결여된 미봉책으로 엇박자를 내고 있어 세밀한 정책 설계와 집행이 요구된다.
 
지역 대학과 산업계를 연계해 추진 중인 앵커(ANCHOR) 사업(구 라이즈(RISE))은 갑작스러운 명칭 변경 등 소모적인 행정력 낭비로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모양새다. 아주경제는 이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이러한 교육 정책의 전반적인 성과와 과제를 전문가들의 심층 진단을 통해 집중 분석했다.
 
[초중등 교육] '고교학점제'보다 '교권·체험교육 여건' 바로 세워야
이재명 정부 1년간 초중등 교육 부문에서 거둔 가장 주된 성과는 갈등 유발형 정책의 속도 조절을 통한 '현장의 안정화'로 요약된다. 하지만 현시점 초중등 현장이 마주한 진짜 위기는 고교학점제 같은 제도적 개편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누적된 아이들의 사회성 결손과 교권 붕괴라는 본질적 궤멸에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이덕난 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 팀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정부 2년 차가 마주한 초중등 교육의 핵심 과제로 '학습결손 회복'과 '교권 확립'을 결부해 강력히 제시했다. 이 팀장은 "국민적 관심은 고교학점제나 입시 개편에 쏠려 있지만, 지금 초중등 현장에서 가장 시급한 골든타임은 따로 있다"며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사람과 대화하고 협업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세대가 올라오고 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기업 신입사원들 사이에서 '전화 포비아(전화 공포증)' 현상이 나타난 것이 그 증거"라고 경고했다.
 
이 팀장은 이러한 아이들의 사회성 마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교가 인간 중심의 다양한 활동과 체험 기회를 과감하게 복원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현재 현장 교사들은 극심한 교육활동 침해와 교권 실추로 인해 적극적인 체험 교육을 전개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 팀장은 "교권을 바로 세워 안전한 교육 활동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야말로 교육부가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일 순위 과제"라며 "이러한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향후 이를 회복하는 데는 몇 배나 더 많은 사회적 비용과 노력이 들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인 반상진 전북대 명예교수(전 한국교육개발원장)와 엄문영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역시 정부의 적극적인 행정·재정적 뒷받침을 주문했다. 반 교수는 "교권 확립과 학부모 인권 간의 중첩된 갈등 해결은 교육부의 단발성 정책이 아닌, 국회 차원의 신속한 법 제정과 강력한 교육 재정 수호 의지가 뒷받침되어야 동력을 얻는다"고 짚었다.
 
엄 교수 또한 "대통령 회견에서 초중등 이슈가 배제된 것은 우려스럽다"며 "학령인구 감소를 핑계로 교육 재정을 감축하려는 경제 부처의 압박을 막아내고, 공교육 내실화에 거시적 투자를 단행해야 현장의 골든타임을 지켜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입시] 현실 데이터 결여된 대책이 사교육 불안 심리 자극…입시 정책 디테일 확보돼야
입시 정책 분야에서는 정책을 조율하고 현장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현실 진단의 오류와 정밀한 시장 데이터 분석의 결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재명 정부의 교육 기조가 거시적 철학을 견지하는 것과 별개로, 세부적인 입시 제도 집행과 세밀한 정책 설계 측면에서는 구조적 약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정부 1년간의 입시 정책 수행 과정에 대해 현장 실태를 고려하지 못한 일방향적 공급 구조를 한계로 꼽았다. 구 국장은 "대입 정책과 고교 체제 개편은 수요자인 학생·학부모의 심리와 시장의 반응을 정밀하게 예측하는 데이터 기반의 접근이 필수적"이라며 "그러나 지난 1년간 발표된 대책들을 보면 현장 실태를 촘촘히 조망하지 못한 채 거시적 구호만 앞세우다 보니 정책적 일관성이 흔들리는 양상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입시 컨트롤타워가 입시 정책의 정밀한 디테일을 확보하지 못해 발생하는 리스크가 고스란히 교육 수요자들의 불안감으로 치러지고 있다는 게 구 본부장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고교 교육 개혁안 중 'AI 특목고 신설'이나 '기존 고교 체제 개편' 등은 대입 지형을 왜곡하고 현장의 혼란을 자극하는 대표적인 엇박자 정책으로 지목됐다. 구 국장은 "새로운 형태의 트랙이나 고교 유형을 급조해 시장을 자극하기보다는, 기존에 잘 작동하고 있는 과학고등학교 등의 인프라에 AI 특화반을 신설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또 그는 "광주과학고의 사례처럼 '지역인재 전용 선발 비율 50%'를 명확히 못 박아 외부 학군 자원의 유입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가야 시장의 왜곡과 사교육 자극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처럼 공교육 시스템 자체를 내실화하려는 세밀한 노력 대신 전시성 정책이나 새로운 트랙 양산에 치중할 경우, 대입 제도의 연속성에 신뢰를 잃은 학생들이 공교육을 이탈해 검정고시와 사교육 시장으로 탈출하는 악순환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학 개혁Ⅰ : 서울대 10개 만들기] '이재명 정부' 성공 이끌 필승 카드…범부처 추진단으로 대도약 기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대학 서열화 완화와 지역 균형 발전을 기치로 내걸어 대중의 큰 기대를 모았던 고등교육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지거국 중심 국립대 상향 평준화)' 정책은 지난 1년간 다소 정체기를 겪었으나, 취임 2년 차를 맞아 이재명 정부의 국정 동력을 회복할 '핵심 열쇠'로 재부상하고 있다.
 
해당 정책의 제안자이자 이론적 토대를 닦은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정부가 고등교육 개혁에서 유의미한 족적을 남기고 국가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필승 카드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거시적 대학 구조 개혁 체계를 전면 국정 과제로 복원해 예산을 집중 투입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제언했다. 김 교수는 "이번 1주년 회견에서 다소 상징적인 언급에 그친 점은 아쉽지만, 역설적으로 이 공약이야말로 정권의 성공을 견인할 가장 강력한 마스터플랜"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재명 정부가 집권 2년 차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고등교육 컨트롤타워의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체질 개선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그동안 고등교육 및 국가균형발전 기구를 이끌던 일부 인사들이 실질적인 정책 추진보다 정치적 행보나 전시성 홍보에 치중하면서 개혁의 골든타임을 소모한 측면이 있다"며 "이제는 정책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고 강력하게 밀어붙일 전문가들이 전면에 나서야 할 때"라고 했다.
 
특히 김 교수는 "정책을 범부처적으로 총괄하고 실질적인 예산 집행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틀을 넘어 총리실이나 대통령실 직속의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중심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점 국립대학에 서울대 수준의 전폭적인 재정 투자를 단행해 '지방의 대학교육 인프라 혁신'을 이뤄낸다면, 정권의 치적을 넘어 대한민국 학벌 사회 구조와 인구 소멸 문제를 동시 타개하는 대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펼쳤다.
 
[대학 개혁Ⅱ : '라이즈'에서 '앵커'로] 환류·평가 시스템 냉정히 진단하고 성과 중심 재구조화에 주력해야
대학 지원 권한과 재정을 지자체로 대거 이양하는 고등교육정책도 집권 2년차의 국정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정부는 지자체와 대학의 동반 성장을 공언하며 '라이즈(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정책을 추진해 왔으나, 최근 이를 '앵커(ANCHOR·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 체제로 돌연 개편했다. 이에 현장에서는  체계적인 준비 없는 '간판 바꾸기'라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대학 현장의 피로감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아주경제가 취재한 지역 대학 및 라이즈 센터 관계자들의 반응은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나서 지역 대학들과 협력할 수 있는 구조적 정주 기반을 마련했다는 정책 취지 자체에는 현장도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책의 연속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정부의 일방적인 행정 드라이브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의 한 라이즈 센터장은 "각 지자체와 대학들이 지난 1년간 막대한 인력과 행정력을 쏟아부어 간신히 지역 맞춤형 '라이즈 5개년 계획'을 수립해 놓았는데, 정부가 갑자기 명칭을 '앵커 체제'로 바꾸면서 금년도에 '수정 사업 계획서'를 다시 제출하라고 통보해 왔다"며 "이로 인해 대학가 전체에 엄청난 행정적 마찰 비용과 예산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고 현장의 분통을 전했다.
 
더욱 거시적인 문제는 대규모 예산의 집행 속도가 현장 지자체의 기획 및 검증 역량을 한참 앞질러 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체제 전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수천억 원 규모의 대형 예산을 현장에 빠르게 밀어내고 있지만, 대다수 광역 지자체는 고등교육 예산을 전문적·객관적으로 심사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인력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 2년차를 맞아 새로운 '앵커' 체제가 대학가 현장에 올바르게 정착하기 위해 가장 주력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성과와 환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익명을 전제로 한 라이즈센터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 국정 2년차에서는 그동안의 집행 과정을 돌아보고, 성과가 미진한 부분은 과감히 ‘재구조화’하여 예산을 환류시키는 시스템을 안착시켜야 한다”며 “철저하게 성과 중심의 평가와 환류 체계를 확립하는 것만이 앵커 체제가 성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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