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르데스크 취재에 따르면 최근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크게 늘어난 서울 종로구 동묘 일대는 지하철역 주변을 제외하면 사실상 가로 쓰레기통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거리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일회용 컵과 길거리 음식 포장재, 음료 용기 등이 가로등 주변이나 가로수 아래에 방치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골목길이 많은 동묘 특성상 관리 사각지대도 적지 않다. 건물 사이 공간에 설치된 실외기 위나 하수구 철창 위에는 먹다 남은 음료 컵과 각종 생활 쓰레기가 방치된 사례가 빈번하게 확인됐다.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임에도 쓰레기를 버릴 장소를 찾기 어려운 현실이 무단 투기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동묘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지나(32·여) 씨는 "주변에 쓰레기통이 전혀 보이지 않아 길에 버려야 하나 고민했다"며 "조금 전 지나온 골목에 쓰레기가 여기저기 쌓여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서울 대표 관광지인 명동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는 명동 거리에서도 가로 쓰레기통은 제한적으로 설치돼 있다. 그 결과 관광객들이 인근 상가나 매장 시설에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명동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김지연 씨(가명·38)는 "매장 안에 고객 편의를 위해 마련한 음료 보관 공간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손님들이 적지 않다"며 "주말에는 컵 보관함이 사실상 쓰레기통처럼 사용돼 수시로 비워야 할 정도다"고 말했다.
실제로 명동 중심가에서는 빈 음료 컵을 처분하지 못한 채 손에 들고 이동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일부 관광객은 쓰레기를 버릴 장소를 찾기 위해 주변 상인이나 안내 직원에게 문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관광객들을 직접 응대하는 현장 가이드들의 고충도 적지 않다. 한 관광 안내 가이드는 "주요 거점에 쓰레기통이 일부 설치돼 있긴 하지만 관광지 규모에 비해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관광객들이 쓰레기통 위치를 자주 물어보는데 멀리 떨어진 장소를 안내하면 불편한 표정을 짓는 경우가 많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의 문제 제기와 달리 지자체와 현장 관리 주체의 시각은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명동 거리 내부에 쓰레기통을 설치할 경우 짧은 시간 안에 쓰레기가 가득 차 오히려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주변 상인들 역시 악취와 관리 문제 등을 이유로 쓰레기통 설치를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다"고 설명했다.
반면 행정 방침을 바꿔 문제 해결에 나선 사례도 있다. 최근 국내외 관광객이 몰리고 있는 성동구 성수동 카페거리 일대가 대표적이다.
성수동 역시 과거에는 공공 쓰레기통 설치가 오히려 쓰레기 배출을 늘린다는 이유로 설치를 최소화했다. 그러나 관광객 증가와 함께 거리 곳곳에 플라스틱 컵과 포장재가 방치되는 문제가 반복됐고, 관련 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민원이 급증했다. 여기에 팝업스토어와 의류 매장의 음료 반입 제한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관광객 불편도 커졌다.
결국 성동구는 기존 방침을 수정해 카페거리를 중심으로 가로 쓰레기통을 확대 설치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현재 성수동 카페거리 일대에는 약 500m 간격으로 쓰레기통이 설치돼 있어 관광객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그 결과 현재 성수동은 수많은 방문객이 몰리는 상황에서도 과거와 같은 무단 투기 문제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거리 곳곳은 비교적 청결하게 유지되고 있었으며 관광객들도 자연스럽게 쓰레기통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관광지 환경 관리와 도시 미관을 위해서라도 무조건적인 쓰레기통 철거보다는 효율적인 설치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정자 동국대 관광학과 교수는 "미관 문제를 이유로 무조건 쓰레기통을 없애기보다는 뚜껑이 있는 형태의 쓰레기통을 적절한 위치에 배치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성수동 사례처럼 유동 인구의 이동 동선을 고려해 쓰레기통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광객이 많은 지역에 분리수거 기능을 갖춘 쓰레기통을 설치한다면 단순히 청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의 선진적인 환경 관리 문화를 알리는 역할도 할 수 있다"며 "관광 인프라는 거창한 시설뿐 아니라 관광객이 불편 없이 머물 수 있는 기본적인 생활 환경부터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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