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연매출 178억달러(약 27조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를 둘러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종근당이 유럽 임상에 진입한 데 이어 대웅제약과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시장 선점에 나서면서 차세대 바이오시밀러 격전지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듀피젠트는 사노피와 리제네론이 공동 개발한 이중 인터루킨 억제제로 오는 2029년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국내 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시장에서는 점유율 90%를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 입지를 구축했다.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 점유율보다 성장 여력에 있다. 사노피는 지난해 실적 발표를 통해 듀피젠트 성장 배경으로 '8개 적응증의 고른 성장'을 꼽았다. 올해 1분기 컨콜에서도 "듀피젠트는 적응증 전반에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듀피젠트는 성인 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로 출발해 천식, 호산구성 식도염, 만성비부비동염,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등 적응증을 넓혀왔다. 업계 관계자는 "듀피젠트는 특허 만료 시점에도 다양한 적응증을 기반으로 시장 자체가 성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며 "전통 제약사들까지 신성장동력으로 검토할 만큼 상업성이 충분한 품목"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종근당이 가장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종근당은 올해 초 후보물질 'CKD-706'에 대해 유럽의약품청(EMA)과 영국 의약품·의료제품규제청(MHRA)으로부터 임상 1상 승인을 받았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약동학적 동등성, 안전성, 면역원성 등을 평가하는 내용이다. 듀피젠트 바이오시밀러 가운데 유럽 임상에 가장 먼저 진입한 사례로, 글로벌 시장 선점 경쟁에서도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바이오시밀러 사업본부를 신설한 대웅제약은 첫 개발 품목으로 듀피젠트를 선택했다. 셀트리온 출신 바이오시밀러 전문가 홍승서 박사를 사업본부장으로 영입하며 조직 구축을 마친 상태다. 최근에는 중국계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차임 바이오로직스와 개발·생산·상업화 협력 계약도 체결했다. 차임 바이오로직스의 생산 역량을 활용해 개발 속도를 높이고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노린다는 전략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후속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모회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올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두필루맙을 포함한 신규 바이오시밀러 후보물질 6종을 공개하며 2030년까지 전체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를 20개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듀피젠트는 특허 만료 이후에도 시장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이라며 "적응증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의 선점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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