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이연주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 달 만에 경기 진단 표현을 조정했다. 지난달 사용했던 ‘경기 회복세’ 대신 ‘완만한 개선세’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기 하방 위험을 재차 강조했다.
KDI는 8일 발표한 ‘경제동향 6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중동 전쟁에 따른 경기 하방 위험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호황을 중심으로 완만한 개선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경제동향에서 제시한 ‘경기 회복세’ 평가보다 한 단계 낮아진 표현이다. KDI는 지난달 반도체 경기 회복과 수출 호조를 근거로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지만, 이번에는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유 수송 차질과 고유가, 시장금리 상승 등 대외 불확실성을 반영해 표현 수위를 조정했다.
수출과 생산 지표는 여전히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3.2% 증가했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산업 생산도 증가세를 유지했다. 4월 전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2.4% 증가했다. 광공업 생산은 1.5% 늘었으며 반도체 생산은 13.0% 증가해 제조업 회복을 이끌었다. 서비스업 생산도 금융·보험업을 중심으로 3.5% 증가했다.
내수 역시 완만한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4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1.6%로 전월(5.0%)보다 둔화됐지만 소비자심리지수는 99.2에서 106.1로 상승했다. KDI는 정부의 소비 지원 정책과 고유가 피해 지원금 등이 소비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히 경기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KDI는 원유 공급 차질 우려와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와 생산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석유정제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20.5% 감소하는 등 원유 수급에 민감한 업종을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가 부담도 커지고 있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를 기록하며 전월(2.6%)보다 확대됐다. 고유가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 데 따른 결과다.
시장금리 상승도 부담 요인으로 꼽혔다. KDI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시장금리 상승세도 지속됨에 따라 반도체를 제외한 부문을 중심으로 투자 여건이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KDI는 “반도체 중심의 수출과 투자 호조가 경기 개선 흐름을 지탱하고 있지만, 중동 지역 긴장 장기화에 따른 원유 공급 차질과 물가 상승 압력이 향후 경기의 주요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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