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박정원·젠슨 황, ‘피지컬 AI’ 동맹 굳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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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은 박정원·젠슨 황, ‘피지컬 AI’ 동맹 굳힌다

투데이신문 2026-06-08 17:07: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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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박정원 회장이 지난 7일 서울 잠실야구장을 방문한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에게 두산의 기업정신을 상징하는 조형물인 두산일두를 기념품으로 전달하고 있다. [사진=두산]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이 지난 7일 서울 잠실야구장을 방문한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에게 두산의 기업정신을 상징하는 조형물인 두산일두를 기념품으로 전달하고 있다. [사진=두산]

【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두산그룹과 엔비디아의 피지컬 인공지능(AI) 협력이 가속되고 있다.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출발한 협력 관계가 산업용 로봇·건설기계·발전설비를 아우르는 피지컬 AI 전반으로 확장됐다. 

8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두산 박정원 회장과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투타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은 각각 두산 창립연도(1896년)를 의미하는 96번, 엔비디아 창립연도(1993년)를 의미하는 93번 유니폼을 입고 시타자와 시구자로 등판했다. 

이번 시구·시타는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두 그룹의 협력 확대를 알리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두산은 엔비디아의 반도체 공급망에 핵심 소재를 납품하며 긴밀히 협력해 왔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납품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비해 시장의 주목도가 낮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잠실야구장에서 두 최고경영자가 호흡을 맞추면서 그간의 공백을 단숨에 메웠다. 두산의 반도체 소재 공급망과 피지컬 AI 경쟁력이 재조명받으며 두 그룹의 협력 관계가 각인됐다. 

두산 전자BG 부문은 AI 가속기용 동박적층판(CCL) 등 인쇄회로기판(PCB)을 구성하는 첨단 소재를 생산한다. AI 가속기, 메모리 반도체, 서버 네트워크 보드 등에 폭넓게 적용된다. 지난해 전자BG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향 고품질 CCL 제품 공급을 확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매출은 1조8757억원으로 전년(1조72억원) 대비 86%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2024년 1226억원에서 지난해 4850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과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시구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두산]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과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시구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두산]

방대한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하는 AI 가속기는 신호 손실을 최소화하고 고온의 가동 환경에서도 변형되지 않는 고성능 CCL이 필수적이다. 두산 전자BG는 최적 조성비율을 구현하기 위한 고난도 배합기술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두산 관계자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견고한 수주 잔고를 쌓고 있다”며 “공장 가동률은 100%를 웃돌고, 늘어나는 시장 수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생산설비(CAPEX) 확충 및 라인 증설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자BG 부문을 공들여 키운 박 회장의 전략이 시장에서 입증된 사례이기도 하다. 2016년부터 10년째 그룹을 이끌고 있는 박 회장은 주력 사업을 소비재 중심에서 중후장대형 고부가가치 제조업으로 전환하는 체질 개선을 단행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차세대 에너지(두산에너빌리티) ▲산업기계(두산밥캣) ▲반도체·첨단IT(전자BG 부문) 등 신산업 분야로 확장하며 지난해 약 19조원에 달하는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10년 전 중공업 부문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1조70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성장이다. 

특히 AI 인프라의 핵심 공급망에 진입한 점이 주목된다. 과거 그룹 재무 부담의 핵심이었던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가스터빈·전력 인프라 수주를 앞세워 다시 성장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전자BG도 핵심 사업인 동박적층판(CCL) 호황에 힘입어 올해 1분기 702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그룹 캐시카우로 성장하는 분위기다. 

두산의 영역 확장은 계속된다. 지난해 10월 엔비디아와 피지컬 AI 강화를 위한 전략적 협력을 발표했고, 올해 4월에는 젠슨 황 CEO의 딸이자 엔비디아 글로벌 마케팅 책임자인  매디슨 황 수석이사가 두산로보틱스를 방문해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두산이 수십 년간 축적한 건설기계·발전기기·로봇 사업 데이터를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플랫폼에 학습시켜 산업 현장에 특화된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을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2028년 산업용 휴머노이드 제품 출시가 목표다. 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두산은 발전 기자재·건설기계·로봇 등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제조 역량과 하드웨어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피지컬 AI 시대를 선도할 강점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젠슨 황 CEO가 바쁜 일정 속에서도 두산을 살뜰히 챙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산은 엔비디아에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협력사이자 AI 가속기와 플랫폼을 사용하는 고객사다. 여기에 하드웨어 역량과 제조 데이터를 보유한 두산은 피지컬 AI의 ‘몸’이 필요한 엔비디아에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두산은 엔비디아와 에너지·전자소재·로보틱스·AI 팩토리 분야에서 전방위 협력을 추진하며 새로운 기회를 함께 모색할 계획이다. 두산의 제품과 기술 및 제조 역량을 엔비디아의 가속 컴퓨팅, 피지컬 AI 플랫폼과 연결하는 것을 기본 목표로 협력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박 회장은 “두산그룹은 오랜 기간 축적한 제조 역량을 토대로 AI 시대에 필요한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며 “AI 팩토리 시대를 맞아 우리 사업 분야에서 AI를 적용하고 사업기회를 모색하는 데 이번 협력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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