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김봉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6·3 지방선거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4부 요인과 회동하고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헌정 사상 유례없는 이번 사태를 민주주의 시스템의 심각한 위기로 규정한 이 대통령은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를 아우르는 최고 지도자들을 소집해 전방위적인 진상 규명과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 대통령을 비롯해 조정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조희대 대법원장이 참석했다. 선거관리위원장은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만큼 제외됐다.
이 대통령은 회동을 시작하며 “지금 상황이 이렇게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 숫자가 얼마이든, 결과에 영향이 있든 투표권 행사와 충분한 국민주권 행사 실현을 보장하지 못했다는 것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는 기본적 헌정 질서의 핵심을 이루는, 국민주권 실현 과정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관위, 어떤 잘못 저질러도 감사조차 불가”…구조적 모순 직격
이 대통령은 외부의 견제나 감시를 받지 않는 선관위의 구조적 모순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이 정한 독립기관이어서 그 누구도 공식적으로 그 업무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도 없게 돼 있다”며 “심지어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감사조차도 할 수 없다는 게 현 헌법의 해석이기도 해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공식적으로 확인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이걸 방임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뚜렷한 방법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일단 진상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어떤 형태로든 국민 시각에서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 같고, 어떤 가능한 대안과 대책이 있는지도 함께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이번 사태를 두고 “어처구니없는 일로 대한민국의 첨단, 모범적 민주국가를 한순간에 깡그리 망가뜨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범죄 혐의가 있지 않을까, 일부러 그랬나, 근본적 문제가 있나 등 진상은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고발도 들어왔기 때문에 합동수사본부를 꾸려서 수사를 해보라고 했다”고 밝혔다.
◇“국정조사 지체 없이”…“헌법 고쳐서라도 해결” 4부 요인 공동 결의
4부 요인들도 이 대통령의 발언에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각 기관 차원의 총력 대응을 선언했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의회 차원의 즉각적인 행동을 약속했다. 조 의장은 “오늘 여야 모두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며 “지체 없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추진해 진상 규명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선관위의 과거 채용 비리와 이른바 ‘소쿠리 투표’ 사태를 직접 언급하며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은 시간이 오래되면서 외부의 시선과 비판, 경고에 둔감한 닫힌 조직이 돼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법부 수장들 역시 철저한 진상 규명과 법적 평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민주 국가에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 어떻게 발생하게 되었는지, 그 진상을 소상히 밝히고 문제의 원인을 면밀히 파악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사법부 역시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본연의 역할을 통해 선거의 공정성과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도 “이번 사태를 뼈아픈 계기로 삼아 사안의 진상을 엄밀하게 파악하고 그에 대한 법적 평가를 해야 한다”며 “선거 제도와 그 운영의 모습을 냉철하게 점검하고 국민 모두가 굳게 신뢰하는 민주주의로 또 한 번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국가적 책임과 제도 개혁에 대한 강한 결의를 드러냈다. 김 총리는 “법률을 고치고 필요하다면 헌법을 고쳐서라도 국민들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반드시 해결해야 되겠다는 결의를 함께 나누는 자리”라며 “국가와 정부와 헌법기관을 책임지고 있는 분들이 국민 여러분께 반드시 이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공동 선언하는 자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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