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국내 증시를 견인하던 ‘반도체 투톱’이 흔들리면서 코스피가 속절없이 무너졌다. 미국발 금리 인상 우려와 환율 1560원 돌파, 외국인 매도 압력이 겹치면서 코스피는 8000선을 내줬다. 상승장을 이끌어온 반도체 쏠림 구조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당분간 환율과 금리가 안정되기 전까지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AI와 반도체 업황의 중장기 성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76.18포인트(p·8.29%) 내린 7484.41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도 전일 대비 91.05p(9.08%) 하락한 911.39로 마감했다.
◇美 금리 인상 공포에 ‘검은 월요일’…서킷브레이커·사이드카 동시 발동
이번 급락은 미국발 악재가 촉발했다. 미국 5월 고용지표 발표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우려가 다시 커진 가운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10% 넘게 폭락하며 글로벌 반도체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브로드컴은 매출 전망 부진으로 7.9% 급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0.2% 폭락했다. 나스닥지수도 4.2% 하락했으며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다시 4.5%대를 넘어섰다.
국내 증시는 개장 직후부터 충격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이날 오전 9시3분께 유가증권시장에는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피가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되면서 20분간 거래가 중단됐다.
이어 오전 9시34분께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을 5분간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올해 들어 11번째 조치다. 코스피에 이어 오후 2시36분 코스닥시장에서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한국판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전 거래일 대비 3.04% 오른 76.48을 기록했다. 올해 초 30대 수준에서 두 배 이상 치솟았다.
김종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매크로 및 지정학적, 이벤트 불확실성이 겹치자 시장 참여자들이 기계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결과”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투톱 흔들리자 지수도 붕괴…‘쏠림현상’ 지적
국내 증시를 견인하던 반도체 투톱은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0%, 7%대 하락세를 기록하며 각각 ‘30만전자’와 ‘200만닉스’가 무너졌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낙폭은 더욱 컸다.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 등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20%대 하락했고,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등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16%대 하락했다.
이번 조정으로 대형주 위주의 국내 증시 구조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최근 코스피 상승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지수 상승 속도는 빨라졌지만, 반대로 두 종목이 흔들릴 경우 시장 전체가 충격을 받는 구조도 함께 심화됐다.
추가 하락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내재 변동성과 실현 변동성의 격차를 고려할 때 이번 급락 국면에서 바닥 확인 신호가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는 12일 예정된 스페이스X 상장과 16~17일 열리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도 추가 변동성 요인이다.
◇환율·금리 안정이 관건…“조정은 기회”
당분간 시장 변동성은 이어질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60원선을 돌파한 가운데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되는 영향이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19조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주가보다 환율을 먼저 본다”며 “원화 약세가 멈추지 않으면 수급은 흔들리고, 수급이 흔들리면 좋은 실적도 잠시 뒤로 밀린다”고 말했다.
반면 AI와 반도체 산업의 중장기 성장성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코스피 선행 PER 부담(7.8배)과 반도체 중심의 견조한 이익 모멘텀 등을 고려하면 연쇄적인 폭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AI 인프라 관련주의 주가는 내생 변수보다 외생 변수, 특히 유동성 우려에 많은 영향을 받아왔다”며 “AI 시대 메모리의 구조적 병목과 위상 제고,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 강세는 단기에 변하는 가치가 아니다”고 밝혔다.
한 연구원은 “조정은 기회”라면서 삼성전자(61만원), SK하이닉스(400만원)의 목표주가를 유지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도 이를 뒷받침 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주가는 출렁출렁 하는 거다. 반드시 흔들리면서 간다”며 “아직도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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