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단지를 수색하는 코리아 전담반 경찰들의 모습. / 경찰청, 뉴스1
캄보디아 정부가 범죄단지인 사기 작업장에 대한 대대적인 집중 단속 결과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캄보디아 내 범죄단지의 숫자가 1년 전보다 오히려 증가했다는 국제 인권단체의 공식 보고서가 발표됐다.
8일 국제앰네스티가 새롭게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으로 캄보디아 전역에서 실제 운영 중인 범죄단지는 총 86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 파악된 53곳보다 약 62% 증가한 수치다.
또한 이들 장소 중에서 캄보디아 정부의 실질적인 단속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곳은 불과 24곳에 그쳤다.
이러한 앰네스티의 조사 결과는 캄보디아 정부의 공식 발표와 큰 차이를 보인다. 캄보디아 정부는 지난해 7월 이후 사기작업장 약 250곳을 상대로 집중 단속을 벌여 이 중 약 200곳의 문을 닫게 했다고 주장했다.
앰네스티는 해당 보고서에서 "캄보디아의 단속은 핵심적인 영역에서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몇몇 범죄단지들을 수사하고 문을 닫게 하는 데 실패했고, 탈출한 피해자들의 보호·지원에도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집중 단속 기간을 통해 수천 명에 달하는 인원이 범죄단지에서 탈출하거나 풀려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들 중 다수가 범죄 피해자가 아닌 불법이민 관련 범죄자로 부당하게 취급됐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앰네스티는 이들이 식량과 숙소 확보 및 출국 지원을 위해 자선단체나 현지 주민 혹은 각국 대사관의 도움에 철저히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차이 시나릿 캄보디아 온라인사기방지위원회 선임장관은 지난 3월 정부 차원에서 지난해 7월 이후 사기 작업장 약 250곳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이 중 약 200곳의 문을 닫게 조치했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캄보디아 정부 당국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정부는 이러한 집중 단속을 통해 사기조직 관련자 1458명을 범죄 혐의로 정식 기소했다. 아울러 이들 조직에서 일한 33개국 출신 1만 8864명을 캄보디아 국외로 강제 추방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하지만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줄리아 딕슨 연구원은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캄보디아 정부의 단속 실효성에 정면으로 의문을 표했다.
딕슨 연구원은 "우리는 여전히 캄보디아의 단속 대부분이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들은 아마도 단속 전에 사기작업장 내 핵심 인물들에게 미리 경고해서 실제 핵심 인물들을 검거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캄보디아 국내에서 (사기 조직의) 많은 이동을 관찰했다"며 "국경지대의 대규모 단지에서 추적이 더 어려운 도심 지역의 소규모 단지로 옮기거나 그저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딕슨 연구원은 범죄단지에서 탈출하거나 풀려난 일부 인원이 캄보디아 내에서 또다시 인신매매 범죄의 표적이 되는 징후가 포착됐다고 밝혔다.
그는 "캄보디아에서 단속이 진행되는 동안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모습을 봤을 것"이라며 "이들 모두 갈 곳이나 (자국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어 어떤 이는 자발적으로, 또 어떤 이는 비자발적으로 다른 범죄단지에 가게 된다"고 참혹한 실태를 전했다.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이러한 온라인 사기 및 인신매매 범죄는 국제사회의 심각한 인권 문제로 대두됐다.
유엔(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발표한 종합 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 현지에서만 약 10만 명 이상이 온라인 사기 범죄에 강제로 투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미얀마와 라오스 등 인접 국가의 상황까지 포함하면 그 피해자 규모는 수십만 명으로 대폭 늘어난다.
국제 범죄 조직들은 주로 소셜미디어나 글로벌 구인 사이트를 통해 고수익 일자리를 보장한다는 허위 광고를 게시해 다국적 피해자들을 유인한다. 정보기술 직군이나 고객 서비스 직무를 제안하며 항공권과 숙식까지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조건에 속아 캄보디아 등지로 넘어간 피해자들은 공항 도착 직후 무장 조직원들에게 여권과 휴대전화를 압수당하고 외곽의 대형 범죄단지에 감금된다.
무단으로 감금된 피해자들은 보이스피싱, 불법 암호화폐(가상화폐·코인) 투자 사기, 로맨스 스캠 등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금융 범죄에 강제로 동원된다. 조직이 강압적으로 할당한 범죄 수익 목표치를 기한 내에 채우지 못할 경우 폭행이나 감금 연장 등 심각한 인권 유린을 당하는 사례가 국제 비정부기구들을 통해 빈번하게 보고된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 인터폴 역시 이 같은 인신매매 주도 온라인 사기 범죄가 동남아시아 국경을 넘어 전 세계적인 안보 및 경제 위협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최고 수준의 경고인 오렌지 수배서를 공식 발령했다. 특히 범죄 조직의 자금줄과 수뇌부 상당수가 해외 자본과 연관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국제사회는 동남아시아 각국 정부에 강력한 합동 단속과 피의자 신병 인도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캄보디아 현지의 고질적인 공공 부문 부패 문제와 일부 지역 관료들과 거대 범죄 조직 간의 유착 관계가 실질적인 단속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로 지목된다. 범죄단지 시설은 높은 콘크리트 장벽과 철조망으로 엄격하게 둘러싸여 있으며 다수의 무장 경비원이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는 군사 요새 형태로 운영된다.
일부 단지의 경우 현지 정치인이나 유력 인사가 직접 소유한 토지나 대형 건물에 교묘하게 자리 잡고 있어 일선 경찰력이 쉽게 개입하거나 강제 수사를 진행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캄보디아 정부는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의식해 수사 전담 부서를 새롭게 신설하고 주변국과의 치안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으나 국제 인권 단체들은 범죄의 근본적인 차단을 위해서는 고위층의 부패 척결과 피해자 인권 보호 중심의 획기적인 법적 제도 개선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력히 지적한다.
최근에는 범죄의 수법이 더욱 고도화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딥페이크 사기나 자동화된 번역 프로그램을 통한 비영어권 국가 출신 피해자 양산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피해 구제와 자금 추적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해당 국가 정부의 투명한 사법 집행 의지 없이는 범죄 조직의 확장을 막기 불가능하다는 것이 다수 국제 범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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