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서점 알라딘이 회원들에게 발송한 광고 문자 메시지를 둘러싸고 정치적 해석이 확산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당 메시지는 도서 홍보를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정치적 의미가 부여되면서 이용자 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문화 콘텐츠 플랫폼의 마케팅 메시지마저 정치적 프레임 속에서 소비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5일 알라딘은 일부 회원들에게 '우리는 투표로 민주주의를 지켜냈습니다'라는 제목의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해당 문자는 미국·아르헨티나계 정치 평론가 데이비드 팩먼의 신간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 극단주의와 확증편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문자에는 "극단적 정보 환경과 가짜 뉴스가 확산되는 시대"라는 취지의 설명도 함께 담겼다.
문제가 된 부분은 문자 제목이었다. 일부 이용자들은 해당 문구가 특정 정치적 메시지를 연상시킨다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알라딘 탈퇴하겠다",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 "정치적 성향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논란은 온라인 공간에서 빠르게 확산되며 단순한 광고 문자에 대한 문제 제기를 넘어 문화 콘텐츠 소비 전반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특히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사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다른 서점들까지 거론되며 정치 성향을 둘러싼 추정성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게시글과 댓글에서는 특정 서점 브랜드를 정치적 성향과 연결 짓거나 이용자 성향을 추측하는 내용들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YES24는 피하는 것이 좋다"거나 "어느 서점은 특정 성향 이용자가 많다"는 식의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근거는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사실관계 확인보다는 이미지와 인식에 기반한 해석이 확산되면서 문화 소비 영역까지 정치적 진영 논리로 재단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일부는 서점과 같은 문화 플랫폼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 사용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모든 사안을 정치와 연결해 해석하는 사회 분위기 자체를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송주영 씨(57·여)는 "책 홍보를 위한 문자라고 하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특정 정치적 의미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며 "다만 문자 문구 하나만으로 서점 전체를 특정 정치 성향으로 규정하거나 보수·진보로 나누는 것은 과도한 해석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서점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생각과 관점을 담는 공간인데 모든 메시지를 정치적으로 바라보게 되면 결국 불필요한 갈등만 커질 수 있다"며 "무엇이든 정치와 연결해 해석하려는 사회 분위기에 대해서도 한 번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단순한 광고 문구를 둘러싼 해프닝을 넘어 최근 소비 환경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분석했다. 기업이 전달하는 메시지 자체보다 소비자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가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되면서 마케팅 문구도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단순한 홍보 문구로 받아들여졌던 표현도 기업의 가치관이나 정치적 성향과 연결해 해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최근 소비자들은 제품의 품질이나 가격뿐 아니라 기업이 어떤 가치와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도 소비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작은 홍보 문구 하나도 기업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되면서 정치적 논란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도 "기업이 의도한 의미보다 소비자가 어떤 맥락에서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소비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특히 사회적 이슈와 맞물릴 경우 브랜드 메시지가 정치적 프레임으로 재구성되면서 예상하지 못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단순한 상품 구매를 넘어 기업의 가치와 입장까지 고려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기업 역시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보다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동시에 사회적으로도 모든 문화 콘텐츠를 정치적 잣대로만 해석하는 현상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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