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 중심으로 운영돼 온 건축 감리·검사 체계에 공공이 직접 개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공공 검사 기능 복원 타당성 연구에 착수하면서, 1995년 폐지된 공무원 직접 현장검사 제도의 부분 부활 가능성이 건축업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건축물 품질·안전 제고를 위한 공공 검사 기능 복원 타당성 및 효과’ 연구용역을 지난달 발주했다. 예산은 6000만원, 기간은 7~12월 6개월이다. 공공·민간 건축 전체를 대상으로 하며, 법령 개정 방향과 이해관계자 협의, 국회 논의 대응 지원까지 과업 범위에 포함됐다. 단순 연구를 넘어 제도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건위 관계자는 “현재 건축 품질·안전 관리가 민간 감리에만 집중돼 있는데, 공공이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보는 연구”라며 “공공건축과 민간건축 모두를 대상으로 공적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열어놓고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위원회 내부에서 논의하고 연구하는 과제”라며 정책 확정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연구의 핵심 배경은 1995년 건축법 개정으로 폐지된 공무원 직접 현장검사 제도다. 당시까지는 인허가 관할 공무원이 철근 배근 등 주요 공정 단계마다 건축 현장을 직접 방문해 설계도면 준수 여부를 확인했다. 그러나 규제 완화 기조 속에 제도가 폐지된 뒤 민간 감리자가 감리중간보고서를 서면 제출하는 방식으로 대체됐다.
공공 검사 기능 복원 논의는 부실시공 사고 이후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23년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시민사회는 공공의 현장검사 기능 약화가 부실시공의 구조적 원인 중 하나라며 제도 부활을 요구했다. 민간 감리 중심 체계만으로는 부실시공을 사전에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다만 현실화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공공검사 기능이 도입될 경우 연간 수천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민간 감리시장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제안요청서에도 공공검사 기능 복원에 따른 민간 감리시장 영향 분석이 포함돼 있어 감리업계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규모 공사장 실효성도 쟁점이다. 빌라·다세대 등 소규모 건축공사장은 감리 사각지대로 지목돼 왔지만, 전국 수만 곳에 달하는 현장을 지자체 건축직 공무원 인력으로 점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995년 제도 폐지 당시 명분 중 하나였던 공무원 비리·유착 우려도 다시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리업계 관계자는 “연구 결과가 실제 법령 개정으로 이어지려면 국토부 협의와 국회 논의가 관건”이라며 “업계 반발과 지자체 인력 한계라는 장벽을 넘어야 해 현실화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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