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리는 K방산···다음 과제는 ‘기술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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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팔리는 K방산···다음 과제는 ‘기술 보호’

이뉴스투데이 2026-06-08 15:14: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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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21 전투기. [사진=KAI]
KF-21 전투기. [사진=KAI]

[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역대 최대 수준의 수출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제는 얼마나 많이 파느냐보다 어떤 기술을 지킬 것인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해외 선진국의 기술과 부품을 도입해 무기체계를 생산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공동개발과 현지생산, 기술이전까지 수행하는 수출국으로 성장하면서 한국 역시 핵심 기술을 보호하고 관리해야 하는 위치에 놓였기 때문이다.

방산업계에서는 수출 경쟁력 확대와 기술 보호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제도적 역량이 향후 K방산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지생산 늘수록 기술 이전 압박 커진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방산시장의 경쟁 방식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완제품을 구매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국이 자국 방산 역량 강화에 나서면서 공동생산과 기술이전, 현지 생산 요구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 폴란드는 K2 전차와 K9 자주포 사업에서 현지 생산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루마니아 역시 한국 방산업체들과 생산시설 구축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CPSP) 역시 단순 함정 성능뿐 아니라 현지 산업 참여와 공급망 구축 역량이 주요 평가 요소로 꼽힌다.

이처럼 수출 구조가 단순 판매에서 공동개발과 생산 협력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기술 이전 범위와 핵심 기술 보호 문제가 새로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KF-21 공동개발 사업과 K2 전차 현지 생산, 각종 MRO 사업 확대는 한국 기술이 해외 생산과 운용 체계에 직접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한국 방산업계의 관심이 해외 기술 확보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어떤 기술을 이전하고 어떤 기술은 국내에 유지할 것인지가 중요한 경영·안보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  美 규제에 막히던 한국···“이젠 기술 지킬 때”

기술 보호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는 미국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이다. ITAR는 미 정부가 지정한 방산 물자와 기술, 서비스를 수출하거나 제3국으로 재수출할 경우, 미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산 부품이나 기술이 포함된 무기체계는 제3국 이전 과정에서도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한국은 주로 이러한 규제를 적용받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술 통제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주목된다. 법무법인 율촌이 지난 4일 발행한 '율촌 기술안보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방산 수출 통제 체제는 기술안보와 공급망 보호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방산 수출도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 기술과 생산 역량을 관리하는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 역시 국방비를 늘리는 동시에 방산 공급망을 자국과 역내 중심으로 재편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공동 조달과 역내 생산 확대를 지원하는 정책을 잇달아 추진하며 방산 생산기반 강화에 나서고 있다.

결국 미국이 ITAR를 통해 기술을 관리하고, 유럽이 생산기반과 공급망 강화에 나서는 이유는 같다. 무기 자체보다 핵심 기술과 생산 역량이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방산 경쟁은 AI와 소프트웨어, 자율제어 기술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과거 전차와 항공기, 함정이 경쟁력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임무 소프트웨어와 자율제어 알고리즘, 무인체계 운용 기술까지 전략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출 강국 된 ‘K방산’···기술 보호도 과제

학계에서도 방산 수출 확대에 맞춰 기술 보호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국방기술학회가 지난해 6월 게재한 ‘법 체계 내에서 방위산업기술의 보호와 수출 간 대립 연구’는 방위산업기술 보호와 수출 확대 사이에 제도적 충돌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핵심 국방기술의 보호 기준과 수출 관리 체계를 보다 명확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기술 보호 체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오는 9월 11일부터 시행될 개정된 ‘방위사업법’과 ‘방위산업기술 보호법’에는 외국인 및 복수국적자의 방산기업 핵심 직무 참여에 대한 관리 강화, 방산기술 보호 체계 정비, 기술 유출 방지 조항 강화 등이 포함됐다. 이는 K방산 수출 확대에 따라 외국 자본과 인력을 통한 기술 유출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기술 유출에 대해서는 강한 처벌 규정도 마련돼 있다. 방위산업기술 보호법에 따르면 방산기술을 국외로 유출할 경우 최대 20년 이하 징역 또는 20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징역형과 벌금형을 함께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거 K방산의 과제는 해외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출 규모가 커지고 공동개발과 현지 생산이 늘면서 이제는 어떤 기술을 이전하고 어떤 기술은 남겨둘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ITAR를 통해 자국 기술을 보호하듯, 한국 역시 수출국의 위치에 맞는 기술 보호 체계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면서 “K방산이 세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얼마나 많이 수출하느냐뿐 아니라 핵심 기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지켜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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