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진단서도 또 심사?…보험금 앞 ‘의료자문’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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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진단서도 또 심사?…보험금 앞 ‘의료자문’ 문턱

투데이신문 2026-06-08 14:54:0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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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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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보험금 지급 심사 과정에서 의료자문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의료자문은 과잉진료와 부당청구를 걸러내기 위한 검증 절차로 활용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주치의 진단 이후에도 보험금 지급 사유를 재차 입증해야 하는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쟁점은 의료자문 자체의 필요성보다 절차가 작동하는 방식에 있다. 소비자는 진단서와 의무기록, 검사 결과를 토대로 보험금 지급을 기대하는 반면, 보험사는 약관상 지급 요건과 치료 적정성, 입원 필요성 등을 별도로 살핀다. 이 과정에서 주치의 소견과 의료자문 결과가 엇갈릴 경우 분쟁이 길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8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보험 관련 피해구제 신청 930건 중 85.8%(798건)가 보험금 지급 거절로 발생했다. 세부 거절 사유를 살펴보면 ‘주치의 진단 및 치료 불인정’이 538건으로 전체의 67.4%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약관 적용에 대한 이견’ 165건, ‘손해액 산정 이견’ 72건 순으로 집계됐다.

종합병원 진단도 재검토…가입자 불신↑

특히 주치의의 소견을 인정하지 않은 538건 중 377건(70.1%)은 소비자가 보험사의 의료자문 요구에 동의하지 않거나 의료자문 결과를 수용하지 못해 발생한 분쟁으로 확인됐다. 이는 보험금 지급 거절을 둘러싼 갈등 상당수가 주치의의 임상적 판단과 보험사 의료자문 결과 사이의 이견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목할 점은 의료자문 요구가 의원급 의료기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요구한 377건 중 환자를 직접 진료한 주치의가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소속된 경우는 145건으로 38.5%에 달했다. 이 가운데 의과대학 부속병원 사례도 99건 포함됐으며, 병원급은 118건, 의원급은 114건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받은 진단까지 보험사가 다시 판단하겠다고 나서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치료 현장의 주치의가 내린 진단과 보험금 지급 심사를 위한 제3자 자문 사이에서 어느 판단을 더 신뢰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다.

분쟁 액수도 적지 않았다.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이유로 지급을 거절한 건당 평균 보험금은 1618만원으로 조사됐다. 청구금액이 확인된 361건의 구간별 분포를 보면,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미만이 141건(39.1%)으로 가장 많았고 500만원 미만이 101건(28.0%)으로 뒤를 이었다.

누수 방지 명분에도…‘깜깜이 심사’ 우려

보험업계가 의료자문을 활용하는 배경도 존재한다. 실손의료보험을 중심으로 비급여 치료와 반복 청구가 늘면서 치료 필요성이나 입원 적정성을 따져야 하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도수치료나 장기 입원, 일부 비급여 시술 등은 실제 치료 목적과 보험금 지급 요건을 두고 해석이 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험사로서는 의료자문을 과잉진료와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심사 장치로 보는 셈이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검증 절차가 합리적 심사보다 ‘지급 거절 절차’로 체감될 수 있다. 특히 보험사가 자문을 요청하는 구체적 사유나 자문의에게 제공되는 자료, 실제 질의 내용 등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 경우 소비자는 자신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심사가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현행 의료자문 내부통제 기준에 따르면, 보험사는 의료자문 결과만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지체해서는 안 된다. 또 소비자가 제출한 의학적 증거에 대해 명확한 반증이 없는 경우 지체 없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의료자문 시행 요건이 폭넓게 열려 있는 만큼 보험금 심사 과정에서 소비자 불신을 줄이기 위한 기준 구체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분석 결과를 토대로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에 의료자문 내부통제 기준 개선을 요청할 계획이다. 불필요한 의료자문 요구로 보험금 지급이 지연되거나 거절되는 소비자 피해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업계에서는 의료자문 제도의 순기능을 살리기 위해 절차적 투명성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요청할 경우 가입자에게 사유와 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주치의 소견서 등으로 보완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자문 결과에 이의가 있을 경우 보험사와 소비자가 함께 정한 제3의 의사에게 재감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도 명확히 안내될 필요가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의료자문은 무조건적 지급 회피 수단이 아니라 보험계약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객관적 검증 절차”라면서도 “다만 소비자 수용성을 높이고 분쟁을 줄이기 위해 심사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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