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 2년 차를 이끌 차기 국무총리 후보자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명했다.
청문회를 거쳐 총리로 공식 임명되면 지난 2006년 노무현정부 시절 한명숙 전 총리 이후, 20년 만에 역대 두 번째 여성 총리가 탄생하게 됨에 따라 인선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7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오늘 국무총리 후보자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청와대는 이번 인선의 핵심 배경으로 ‘민생 경제’와 ‘AI(인공지능) 대전환’을 꼽았다.
강 비서실장은 한 후보자에 대해 “평범한 직장인으로 출발해 굴지의 디지털 기업 수장에 오른 입지전적 리더다. 민간의 실용성과 혁신성을 겸비하고 있고 우리사회의 인공지능(AI) 대전환 필요성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보기술(IT) 기업 대표와 중기부 장관이라는 경험을 바탕으로 시대적 과제인 AI 대전환을 차질 없이 완수하고 대한민국 모두의 성장을 이끌 적임자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강조해 온 ‘속도감 있는 국정 운영’과 한 후보자의 실무 능력이 궤를 같이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강 비서실장은 “한 후보자는 장관으로서 속도와 성과, 현장을 강조하며 중소벤처와 소상공인 등 모두의 성장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후보자의 혁신성과 장관 경험, 국무총리라는 기회가 더해진다면 반도체 호황과 수출 증가가 견인한 한국경제의 성장을 중소기업 소상공인 골목상권 등 국민 모두의 성장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한성숙 카드’를 두고 최근 치러진 6·3 지방선거의 민심이 깊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여당은 지방 권력의 상당수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시장 선거를 야당에 내주며 뼈아픈 민심의 ‘경고’를 확인한 바 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심판론과 2030 세대의 이탈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가장 안정적으로 국정을 끌고 가는 방법은 역시 경제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길뿐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치권 출신보다는 실제 기업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가 내각을 지휘하는 것이 성난 민심에 부응하고 삶의 질을 직접 바꾸는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대통령의 의중이 투영됐다는 평가다.
한 후보자는 8일 오전 청문회 준비 사무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정부 출범 2년 차를 맞이하는 전환적인 시기에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받은 것에 대해서 굉장히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제가 국무총리의 중책을 맡게 된다면 먼저 당면한 민생 경제 비상 상황을 타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2년 차에는 지난 1년의 국정 성과를 이어받아서 국민들께서 체감할 수 있는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변화를 더욱 빠르게 넓게 확산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AI로 가속화되는 산업 재편과 글로벌 복합 위기 상황하에서 AI 대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 집중하겠다”고도 다짐했다.
이어 “그 과실이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기회와 성장으로 이어지는 구조의 전환도 이뤄가야 한다. 사명감을 가지고 사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비정치인 출신으로서의 무게감 부족’ 우려에 대해서는 “모든 총리가 시대에 맞춰서 다른 역할을 해야 될 거라 생각한다”면서 “저에게 요구된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해서, 제가 풀 수 있는 문제를 푸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특히 한 후보자는 소설가 김애란의 문장과 코르티즈의 노래 ‘레드레드’를 인용하며 파격적인 각오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도가니 사리길 레드레드, 신호등 바뀌었어 그린그린 넘어가 울타리 그린그린’이라는 가사가 와닿았다”며 “몸 사리지 않고, 그리고 신호등이 바뀌고 시대가 바뀐 것에 맞춰서 과감하게 울타리 넘을 수 있는 건 넘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회 인준안 통과 자체는 무난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특별한 돌발 악재가 없는 한 가결 정족수(재적 과반 출석, 출석 과반 찬성)를 채우는 데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번 인선을 두고 정면 비판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논평을 내 “국민을 우롱하는 내로남불 인사의 결정판”이라고 맹공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전대미문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국민의 참정권이 침해되고 온 나라가 혼란에 빠지는 와중에, 오직 당권 장악에만 몰두하며 자리를 비운 김민석 총리의 후임으로 지명된 인물이 이 대통령이 그토록 악마화하고 비난해 왔던 다주택자”라고 직격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 협의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를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며 ‘용지를 복사하는 직원조차도 다주택자여서도 안 된다’라고까지 말한 바 있다”며 “그런데 정작 국정을 총괄하는 총리 후보자에게는 그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향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한 후보자의 ‘다주택 보유 문제’가 최대 격돌 지점이 될 전망이다. 한 후보자는 서울 잠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를 지난달 처분했으나 여전히 3주택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강 비서실장과 한 후보자는 모두 “청문 과정에서 자세한 소명이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아꼈다.
인사청문회법상 국회는 청문요청안 접수일로부터 20일 이내에 모든 심사 절차를 마쳐야 한다. 현재 여야가 후반기 원구성을 두고 대치 중이어서 특위 구성에 변수가 있긴 하지만, 특별한 낙마 사유가 없다면 한 후보자는 내달 초나 중순쯤 정식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임기 1년을 마치고 물러나는 김민석 현 국무총리는 지명 발표 직후 SNS를 통해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시사하며 “민주당의 각성과 혁신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김 총리의 향후 행보는 개별 행보”라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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