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베르제 참호전에 무너진 개혁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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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베르제 참호전에 무너진 개혁신당

일요시사 2026-06-08 14:20:4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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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개혁신당은 6·3 지방선거에서 설정한 전략적 목표 달성에 모두 실패했다. 개혁신당에 부족한 것은 인지도 높은 인사와 지역 기반이었다. 무너진 개혁신당의 운명은 지금 뒤베르제 법칙이라는 거대한 참호전에서 갈림길에 서 있다.

개혁신당은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조응천 경기도지사 후보의 5% 이상 득표 ▲박일하 동작구청장 후보 당선 ▲지방 의원 비례대표 5% 이상 득표 등을 전략적 목표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표 결과, 하나도 달성하지 못했다.

모두 실패

조 후보는 개표 결과 4.32%를 득표했다. 특히 치명적인 결과는 0.82%를 득표한 개혁신당 김정철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 결과였다. 그는 각각 1.04%와 0.84%를 득표한 정의당 권영국 후보와 여성의당 유지혜 후보보다도 적은 표를 받았다.

이 같은 배경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개혁신당 지지자 일부가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투표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개혁신당 박일하 서울 동작구청장 후보는 19.43%를 득표해 3위에 그쳤다. 핵심 목표였던 지방의원 비례대표도 각 광역자치단체에서 3%대 득표에 머무르며 배출에 실패했다.

이에 대해 단순다수대표제와 소선거구제는 양당제를 부른다는 취지의 뒤베르제 법칙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경기 평택을 재보궐선거에 조국 대표와 김재연 상임대표를 출마시켰지만,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에게 패배해 모두 낙선했다.

개혁신당에 뒤베르제 법칙이 치명적으로 작용한 이유는 1권당 3000원에 지방선거 후보자들을 위한 안내 핸드북을 발매하는 등 지역 기반 확충에 총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최초로 기초자치단체장을 배출하고자 박 후보의 개혁신당 입당을 크게 홍보했던 측면도 시리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는 넓게는 광역자치단체 단위로 단체장 선거를 진행하고, 가장 좁게는 동네 단위로 기초의원을 선출한다. 중대선거구제와 소선거구제가 극단적으로 융합된 형태의 선거라고 할 수 있다.

지역구 선거가 단순다수대표제 중심이 아니었다면, 득표율에 따라 최소한의 의석을 확보할 여지가 더 컸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방의원 선거도 지역구 중심의 진지전으로 진행되고, 비례대표 배분 기준은 5% 이상으로 막혀 있다.

조 5%·박 당선 실패…전략 목표 전부 불발
김 0.82% 그친 서울…사표 방지 심리 직격탄

따라서 제3지대 정당이 거둔 득표는 사표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 사표 방지 심리가 극대화돼 서울시장 선거에서 정의당·여성의당 후보보다 더 적은 득표를 해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양당의 접전이 벌어지자, 개혁신당 지지층 일부는 최악이라고 여기는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자신이 지지하는 당의 후보를 버리고 차악이라고 여긴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뒤베르제 법칙이 유지되는 핵심 엔진 중 하나인 유권자의 사표 방지 심리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었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 개혁신당은 ▲상층부 노이즈의 투표 치환 실패 ▲독자적 생존 능력에 의문부호 ▲자생적 정치인 양성 가능성에 의문부호 ▲이준석 대표 의존도 강화 등 숙제를 떠안았다.

개혁신당은 오래전부터 이 대표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와 관련한 지적을 받았다. 이 대표 외에 전국적 인지도가 있는 인사는 ▲천하람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 등 현역 의원들과 조 후보밖에 없었다. 이 덕분에 조 후보가 그나마 당의 전반적인 득표율보다 더 많은 득표를 했다.

기초자치단체장 후보 중에는 박 후보만이 19%를 득표해 선거비를 보전받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박 후보는 현역 동작구청장이었고, 국민의힘에서 낙천된 후 개혁신당에 입당해 출마한 케이스였다.

인천 연수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개혁신당 정승연 후보도 국민의힘에서 낙천된 후 개혁신당에 입당해 출마해 9.66%를 득표했다. 그는 2016년 총선부터 2024년 총선까지 3회 출마해 모두 낙선했지만, 각각 새누리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 등에서 출마해 40%대 득표율을 기록했다.

낙천·당적 변경 여파로 30% 이상 유권자가 그를 지지하지 않은 것이었다.

상층부 노출, 표로 못 바꿔…더 커진 이준석에 의존
사람·시스템 부족 드러나…연대·통합 압력 커지나

후보의 인지도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아는 이 대표도 지난해 11월, 함익병 NS피부과 원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추대하려고 했다. 자신도 경기도지사 출마 가능성을 암시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을 겪다가 양향자 최고위원을 후보로 선출했다. 하지만 양 후보는 39.37%를 득표해 낙선했다. 민주당 추미애 후보는 55.04%를 득표해 여유 있게 당선됐다. 개혁신당 지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출마해 국민의힘과 단일화 협상에서 승리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인지도 높은 인사가 부족하다는 문제는 개혁신당이 결국 이 대표라는 특정인의 인지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개인 정당에 머무르고 있다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카리스마적 권위가 정당 내부의 합리적 권위로 전환되지 못한 것이다.

그 전환 과정에서 필수적인 것이 카리스마적 지도자에 견줄 수 있는 권위·인지도를 갖춘 인사의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정치적 충원 실패로 이어져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참패로 나타났다. 토론회 초청 배제 문제로 7일 동안 단식했던 개혁신당 정이한 부산시장 후보는 인지도가 비교적 높아졌다. 하지만 전국적 인사가 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그는 1.56%라는 낮은 득표로 낙선하면서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개혁신당은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국민의힘도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이를 토대로 보수 재편의 새 국면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혁신당이 참패했기 때문에 일각에선 국민의힘과의 연대·통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뒤베르제 법칙을 이겨내는 참호전을 하려면 진지를 튼튼히 구축해야 한다. 개혁신당이 구축한 진지는 거대 양당이 수십년 동안 구축한 지역 기반에 미치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일부 지역에서는 거대 양당의 접전이 벌어져 지지자들이 전략적으로 이탈하는 참사까지 발생했다.

부실한 체력

진지전과 참호전은 철저하게 체력전이다. 정당의 기초 체력은 사람과 시스템으로부터 비롯된다. 개혁신당에 부족한 것은 결국 인지도 있는 인사와 지역 기반이었다는 사실이 철저하게 드러났다. 개혁신당의 운명은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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