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최만순의 약이 되는 K-푸드…바다의 흐름을 품은 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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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최만순의 약이 되는 K-푸드…바다의 흐름을 품은 참치

연합뉴스 2026-06-08 14:00: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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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제주도 연안서 잡힌 '고래급' 참치들 제주도 연안서 잡힌 '고래급' 참치들

(부산=연합뉴스) 4월과 5월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 아열대성 어류인 참다랑어(참치)가 대량으로 잡힌 데 이어 이번에는 '고래급' 참다랑어 3마리가 어선의 그물에 걸렸다. 몸길이 2m70㎝~3m, 몸무게 250~300㎏에 달하는 참다랑어들은 31일 오전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경매에 부쳐졌으며 경매가는 300만~310만원이었다. <<부산공동어시장 제공>>

초여름 바다는 가장 깊은숨을 쉰다. 그 숨결을 따라 끝없이 헤엄치는 물고기가 있다. 바로 참치다. 참치는 바다라는 거대한 생명 공간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스스로를 단련하는 존재다. 옛사람은 움직임이 많은 생명을 '기운이 강한 음식'으로 보았다. 참치는 그 대표적인 식재다. 이러한 생명력은 몸의 흐름을 늦추지 않고 유지하게 하여 자연스럽게 저속노화의 바탕을 만든다.

양생학에 따르면 참치는 성질이 평(平)하고 맛은 감(甘, 단맛)과 함(鹹, 짠맛)을 지닌다. 이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음식이라는 뜻이다. 차지도 뜨겁지도 않으며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이런 음식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부담 없이 기운을 보태준다. 특히 비(脾)와 신(腎)에 작용하는데, 비는 소화와 기혈 생성의 근본이며 신은 생명력과 정(精)을 저장하는 근원이다. 결국 참치는 기초 체력을 다시 세우는 음식이라 할 수 있다.

◇ 기혈을 돕고 뇌를 깨우는 바다의 영양

참치의 첫 번째 효능은 '건비익기'(健脾益氣)다. 비장을 튼튼하게 하고 기운을 돋운다. 현대인들은 과식과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로 비위가 약해져 쉽게 피로를 느낀다. 이때 참치는 부담 없이 흡수되는 단백질로 몸의 기본 에너지를 채워준다. 배를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몸이 스스로 힘을 낼 수 있도록 돕는다.

두 번째는 '보신익정'(補腎益精)이다. 신장의 기운을 보하고 정을 채운다. 이는 장기의 기능을 넘어 삶의 지속력과 관련된다. 쉽게 지치는 사람, 의욕이 떨어진 사람에게 참치는 깊은 곳에서부터 기운을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정이 충실해지면 삶의 리듬이 안정되고 이는 곧 노화를 서두르지 않게 하는 힘이 된다.

세 번째는 '활혈통락'(活血通絡)이다.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막힌 것을 풀어준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전통 이론과 현대 영양학이 만난다는 것이다. 참치에 풍부한 오메가-3 지방산인 DHA와 EPA는 혈중 중성지방을 낮추고 혈액의 점도를 개선해 혈관 건강에 도움을 준다. 옛사람이 말한 '혈색이 좋다'는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혈류가 원활하면 세포의 노화 속도 또한 자연스럽게 늦춰진다.

네 번째는 '건뇌익지'(健腦益智)다. 뇌를 맑게 하고 지혜를 돕는다. DHA는 뇌세포막의 주요 성분으로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학생이나 직장인뿐 아니라 노년층의 인지 기능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참치 해체 쇼 참치 해체 쇼

[연합뉴스 자료 사진]

우리 민족의 식문화 속에서도 참치는 의미가 깊다. 선사시대 패총에서 다랑어 뼈가 발견되는 것을 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는 바다의 큰 생명을 식탁에 올려왔다. 본격적으로 참치가 대중화된 것은 원양어업이 시작된 이후다. 거친 바다로 나가 목숨을 걸고 잡아 온 참치는 도전과 생존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래서 참치를 먹는다는 것은 좋은 단백질을 섭취하는 차원을 넘어 바다를 건너온 생명의 힘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섭취 방법 또한 중요하다. 신선한 참치는 회로 먹을 때 그 기운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다만 위장이 약한 사람은 살짝 익혀 먹는 것이 좋다. 채소와 함께 섭취하면 비타민과 섬유질이 보완돼 더욱 균형 잡힌 식사가 된다. 특히 토마토나 브로콜리와의 조합은 항산화 작용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아무리 좋은 음식도 지나치면 해가 될 수 있다. 참치는 퓨린 함량이 있어 통풍 환자는 주의해야 하며 대형 참다랑어의 경우 수은 함량 때문에 과다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일주일에 1~2회, 한 번에 100~150g 정도가 적당하다. 양생은 많이 먹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알맞게 먹는 데 있다.

◇ 손자병법 시계(始計), 시작을 아는 음식

바다를 멈추지 않고 헤엄치는 참치처럼 우리 몸도 흐르고 움직일 때 건강해진다. 이러한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곧 저속노화의 길이다. 좋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생명의 방식까지 받아들이는 일이다.

무릇 전쟁은 시작에서 이미 승패가 갈린다. 이것이 손자병법 '시계(始計)의 장'이 말하는 핵심이다. 싸움은 칼을 들기 전에 끝나고 결과는 이미 준비에서 결정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은 어떠한가. 하루의 시작, 한 끼의 시작, 한 생각의 시작이 결국 인생의 방향을 정한다.

참치는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이면서도 끊임없이 움직이는 생명이다. 멈추지 않으면 살 수 있고 멈추면 죽는다. 이는 손자가 말한 '세'(勢)와도 닮았다. 흐름을 타는 자는 살고 흐름을 놓치는 자는 무너진다. 그래서 참치는 시작을 아는 자의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시계의 장에서는 다섯 가지를 먼저 살핀다. 도(道), 천(天), 지(地), 장(將), 법(法)이다. 이 다섯 가지는 전쟁의 기준이면서 동시에 삶과 음식의 기준이기도 하다.

먼저 도(道)는 마음이다. 참치를 회로 먹는 순간을 떠올려 보자. 가장 신선한 상태, 가장 간결한 조리. 칼을 대는 순간 이미 많은 것이 결정된다. 좋은 재료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 이것이 도다. 억지로 꾸미지 않고 자연을 따르는 태도, 노자가 말한 무위자연의 정신이 여기에 담겨 있다.

마트의 참치회 마트의 참치회

[연합뉴스 자료 사진]

천(天)은 때다. 참치는 제철이 있다. 초여름의 참치는 지방과 살이 조화를 이루며 깊은 맛을 낸다. 때를 아는 것은 양생의 기본이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시기를 놓치면 제맛을 내기 어렵다. 손자는 때를 얻는 자가 승리한다고 했다. 제철 참치를 먹는다는 것은 하늘의 시간을 먹는 것이며 몸의 시간을 서두르지 않는 지혜다.

지(地)는 자리다. 어디에서 어떻게 먹느냐의 문제다. 참치는 회로 먹을 때와 구이로 먹을 때, 샐러드로 먹을 때 각각 다른 기운을 낸다. 회는 맑고 빠른 기운으로 뇌를 깨우고, 구이는 따뜻하게 비위를 보하며, 샐러드는 가볍게 기혈의 흐름을 돕는다. 초밥과 김밥은 곡식과 어류가 만나 균형을 이루고, 통조림은 시간을 저장한 음식이다. 같은 참치라도 놓이는 자리와 방식에 따라 다른 작용을 한다. 이것이 지의 이치다.

장(將)은 선택이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먹을지를 결정하는 주체는 결국 자신이다. 아무리 좋은 참치라도 과하면 해가 된다. 절제와 판단, 이것이 장의 덕이다. 몸의 상태를 알고 오늘의 기운을 살펴 회를 먹을지 구이를 먹을지 판단하는 것이 곧 양생이다.

된장소스 참치구이 된장소스 참치구이

[연합뉴스 자료 사진]

법(法)은 질서다. 식사의 리듬과 습관이다. 참치를 아무 때나 먹는 것이 아니라 주 1~2회 적당히 섭취하며 균형을 맞추는 것, 이것이 법이다. 꾸준함이 쌓여 건강이 되고 질서가 쌓여 생명이 안정된다.

이 다섯 가지가 갖추어지면 이미 절반은 이긴 것이다. 이것이 시계의 장이 말하는 계산의 힘이다.

여기에는 공통된 원리가 있다. '몸은 시작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노자는 천 리 길도 한 걸음에서 시작된다고 했고, 손자는 승리는 싸우기 전에 이미 정해진다고 했다. 두 말은 결국 같은 뜻이다. 시작을 제대로 하면 결과는 따라온다. 급하게 먹는 한 끼는 몸을 흐리게 하고, 생각 없이 선택한 음식은 기운을 흩뜨린다.

그러나 한 점의 참치를 의식하며 먹는 순간 우리는 바다의 흐름과 연결된다. 빠르게 헤엄치던 생명의 기운이 몸속으로 들어와 정체된 흐름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흐름은 몸의 시간을 서서히 늦추며 저속노화로 이어진다.

최만순 음식 칼럼니스트

▲ 한국약선요리 창시자 ▲ 한국전통약선연구소장 ▲ 중국약선요리 창시자 팽명천 교수 사사 후 한중일 약선협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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