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는 2014년부터 영국 권위지 '가디언'의 월드컵 네트워크(World Cup Experts' Network) 회원사입니다. '가디언'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 출전국 현지 전문가와 협업해 완성한 심층 분석 기사를 양사 특약에 따라 풋볼리스트가 국내 독점 게재합니다.
▲ 노르웨이 대회 플랜
스톨레 솔바켄 감독이 노르웨이 대표팀 사령탑에 오르게 된 여정은 어쩌면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선수였던 그는 벤치에 앉아 출전하지 못한 채 에길 올센 감독에게 끊임없이 의견을 전달했고, 노르웨이는 브라질을 상대로 0-1 열세를 뒤집어 2-1 승리를 거뒀다. 스승인 올센처럼 솔바켄 감독 역시 낭만적이거나 이상주의적인 지도자는 아니다. 결과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북유럽 축구 철학의 산물이다. 촘촘한 지역 방어와 직선적이고 공격적인 전개를 바탕으로 최대한 효율적인 축구를 추구한다.
노르웨이는 기본적으로 4-3-3 포메이션을 사용하지만 유연성이 크다. 드리블을 즐기는 측면 공격수 안토니오 누사가 왼쪽에서 폭을 유지하는 반면, 크로스 능력이 뛰어난 풀백 율리안 뤼에르손은 오른쪽 측면 깊숙이 올라가며 사실상 3-5-2 형태를 만든다. 이 덕분에 투톱 역할을 하는 엘링 홀란과 알렉산데르 쇠를로트는 최대한 골문 가까운 지역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 솔바켄 감독은 때로 평평한 형태의 4-4-2도 시도했지만, 성과는 들쭉날쭉했다.
노르웨이의 접근 방식은 매우 현실적이다. 팀의 'X팩터'를 최대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특히 홀란의 압도적인 피지컬과 결정력, 주장 마르틴 외데고르의 패스 능력과 시야가 핵심이다. 상대 수비 뒷공간이 열렸는데도 홀란이 특유의 침투를 시작했을 때 공이 투입되지 않으면 솔바켄 감독은 크게 화를 낸다고 한다. 다만 최근 1년 동안 노르웨이는 경기 운영 방식에서도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 예선 당시만 해도 후방 빌드업 능력을 갖춘 수비수가 부족했지만, 왼발잡이 센터백 토르비에른 헤겜과 크리스토페르 아예르 조합이 자리 잡으며 2025년에는 훨씬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조별리그 세 경기는 서로 다른 양상으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이라크를 상대로는 경기를 지배하려 할 것이고, 세네갈전에서는 보다 영리하고 다양한 접근을 시도할 전망이다. 프랑스를 상대로는 라인을 내린 뒤 역습과 세트피스에 크게 의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 감독: 스톨레 솔바켄
2001년 솔바켄은 덴마크 FC코펜하겐 선수로 뛰던 중 훈련 도중 갑자기 쓰러졌다. 심장마비였다.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그는 무려 7분 동안 임상적으로 사망 상태에 있었다. 병원에서 의식을 되찾았지만 선수 생활은 끝나고 말았다. 강제 은퇴 이후 지난 25년 중 24년을 지도자로 보냈다. 울버햄턴원더러스, 쾰른, 코펜하겐 등을 이끌었고, A매치 58경기를 뛴 국가대표 출신으로서 2020년 노르웨이 대표팀 감독직을 맡았다. 2년 전 유로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이번에는 노르웨이를 유로 2000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본선 무대에 올려놓았다. 예선 조 1위를 확정한 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살면서 이보다 더 좋은 밤은 없을 것 같습니다. 믿기 어려울 정도예요.“
▲ 핵심 선수: 엘링 홀란
이번 월드컵에서 수비수들이 가장 상대하기 싫어할 선수 중 하나가 바로 홀란이다. 맨체스터시티 공격수 홀란과 맞선다는 것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엄청난 부담이다. 단 1초, 혹은 10cm의 공간만 허용해도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90년 넘게 노르웨이 대표팀 최다 득점 기록은 요르겐 유베의 33골이었다. 너무 오래된 기록이라 누구도 넘보기 어려워 보였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토레 안드레 플로, 욘 카레브 조차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그러나 홀란은 등장과 동시에 역사를 새로 썼다. 36번째 A매치에서 34호 골을 터뜨리며 만 24세의 나이에 기록을 갈아치웠다. 홀란을 앞세운 노르웨이가 이번 여름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할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하다. 그가 최전방에 있는 팀은 누구든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 주목할 선수: 안토니오 누사
누사는 어린 시절부터 네이마르를 우상으로 삼아 왔다. 실제로 둘 사이에는 닮은 점도 적지 않다. 기독교 신앙을 중요하게 여기는 점이 그렇고, 경기장에서는 공을 잡는 순간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돌파 능력도 비슷하다. 다만 수많은 논란을 몰고 다녔던 네이마르와 달리 누사는 그런 유형의 선수는 아니다. "골을 넣었을 때도, 경기장에 들어설 때도 저는 하늘을 가리켜요. 제가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려요." 월드컵 직전에는 프로 선수를 꿈꾸는 어린이들을 위한 자신의 책도 출간했다. 모든 독자가 축구선수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누사의 조언을 따른다면 좋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 언성 히어로: 산데르 베르게
베르게는 화려한 공격진 뒤에서 노르웨이의 균형을 책임지는 선수다. 풀럼 소속 미드필더인 그는 침착한 볼 소유 능력과 넓은 공간을 커버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는 솔바켄 감독의 축구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의 가치는 지난해 6월 에스토니아와의 중요한 예선을 앞두고 더욱 잘 드러났다. 당시 그는 첫 아이의 아버지가 됐고 대표팀 합류가 불투명해졌다. 결국 노르웨이축구협회가 전용기를 마련해 그를 탈린으로 이동시켰다. 노르웨이는 승리했고, 베르게는 경기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A매치 득점은 단 한 골에 불과하고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일도 거의 없지만, 대표팀에서 그의 가치는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 기억해야 할 선수
마르틴 외데고르: 외데고르는 여섯 살 때 이미 시속 60km로 공을 찰 수 있었다. 13세에 성인 무대 데뷔전을 치렀고, 불과 2년 뒤에는 노르웨이 1부리그를 지배하며 세계 축구계가 가장 주목하는 원더키드가 됐다. 당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외데고르를 지켜본 뒤 이렇게 말했다. "성공할 자질을 갖췄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 5분이면 충분했다." 2015년 레알마드리드에 입단했고, 1군 데뷔전에서는 교체로 투입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하지만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항상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아스널 이적은 커리어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런던에서 자신의 축구를 완성했고, 이제는 아스널과 노르웨이 대표팀 모두의 주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자신이 태어난 해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된 노르웨이를 이끌고 북중미로 향한다. 한때 '천재 소년'으로 불렸던 외데고르는 이제 명실상부한 세계 정상급 미드필더이자 팀의 리더가 됐다. '그 소년(The Boy)'은 이제 진정한 남자가 됐다.
율리안 뤼에르손: 뤼에르손은 노르웨이 대표팀에서 가장 예측 불가능한 선수에 가까운 존재다. 솔바켄 감독은 그를 두고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머릿속은 사후에나 연구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게 장점이죠.” 뤼에르손의 강점은 단순하다. 두려움이 없고, 집중력이 높으며, 전통적인 태클을 사랑하는 수비수라는 점이다. 보루시아도르트문트에서의 대표적인 활약 중 하나는 2023-2024시즌 파리생제르맹(PSG)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이었다. 두 경기 모두에서 킬리안 음바페, 브래들리 바르콜라, 우스만 뎀벨레를 상대로 무실점을 이끌었다. “특별한 계획은 없었습니다. 그냥 1대1에서 이겨야 했고, 우리는 그렇게 했습니다.” 이러한 마인드는 월드컵에서도 다시 프랑스의 스타 공격진을 상대할 때 큰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모르텐 토르스비: 토르스비는 부드러운 인상과는 달리, 경기장에서는 강한 투지와 활동량으로 중원을 지배하는 ‘전사’다. 등번호 2번은 전통적으로 라이트백에게 주어지는 번호지만, 토르스비에게 이 번호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성인이 된 토르스비는 기후 변화 대응과 환경 보호 활동에 헌신해 왔다. 2번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2도 이하로 제한하자는 국제적 목표에서 비롯됐다. 2022년에는 유럽 기후 협약 대사(European Climate Pact Ambassador)로 임명돼 축구선수뿐 아니라 환경 운동가로서도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일상에서도 환경 친화적인 삶을 실천한다. 훈련장에는 자전거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고, 가능하다면 비행기 대신 기차를 이용한다. 네덜란드 헤이렌베인 시절에는 구단을 설득해 경기장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노르웨이가 북미에서 치르는 월드컵 조별리그 일정(보스턴, 뉴욕 이동)에 대해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좋습니다. 비행기를 많이 탈 필요가 없으니까요.” 만약 이번 대회에서 노르웨이 선수단이 전기버스를 타고 경기장에 도착한다면 그 배경에는 바로 토르스비의 철학이 있다.
▲ 예상 라인업: 4-3-3
외르얀 뉠란 – 율리안 뤼에르손, 크리스토페르 아예르, 토르비에른 헤겜, 다비드 묄레르 볼페 – 마르틴 외데고르, 산데르 베르게, 프레드리크 아우르스네스 - 알렉산데르 쇠를로트, 엘링 홀란, 안토니오 누사
▲ 노르웨이 팬들이 월드컵에서 보여줄 특징
노르웨이 경기를 관람한다면 반드시 듣게 될 응원 구호가 있다. "로! 로! 로!(Row! Row! Row!)" 관중들은 바이킹들이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 도착했던 모습을 떠올리며 노를 젓는 동작을 맞춰 반복한다.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는 만큼 노르웨이 팬들의 열정도 뜨겁다. 노르웨이축구협회는 조별리그 동안 7,000명에서 1만 명 정도의 팬이 북미를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장과 거리에서 수백 개의 바이킹 헬멧이 등장하더라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닐 것이다.
글= 시멘 스탐쇠묄레르, 베고르 뱔란(TV2 노르웨이)
편집= 김진혁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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