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회동’ 젠슨 황, K-게임과 ‘피지컬 AI’ 동맹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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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회동’ 젠슨 황, K-게임과 ‘피지컬 AI’ 동맹 맺는다

한스경제 2026-06-08 11:3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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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의 PC방 게임 행사에 참가한 김택진 엔씨 공동대표(왼쪽)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엔씨

| 서울=한스경제 석주원 기자 |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NVIDIA)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방한 기간 국내 대표 게임사 수장들과 파격적인 ‘PC방 회동’을 가지며 전 세계 IT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젠슨 황 CEO는 지난 5일 입국 직후 서울 홍대의 대형 PC방을 찾아 e스포츠 스타 페이커를 비롯한 T1 선수단과 만난 데 이어 7일에는 서울 강남구 PC방 두 곳을 잇달아 방문해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 엔씨 김택진 대표를 연쇄 접견했다.

겉보기에는 친밀한 사용자 소통 행사처럼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연쇄 회동이 단순한 그래픽 기술 협력을 넘어 엔비디아가 미래 핵심 먹거리로 낙점한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생태계 선점을 위한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 엔씨-엔비디아 25년 동맹, ‘RTX 스파크’와 ‘피지컬 AI’로 진화

7일 오후 젠슨 황 CEO는 서울 강남의 한 PC방에서 김택진 엔씨 대표와 만났다. 올해로 기술 협력 25주년을 맞이한 양사는 2000년대 초반 ‘리니지’ 시절부터 이어온 끈끈한 파트너십을 과시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엔비디아가 새롭게 공개한 차세대 윈도우용 시스템 온 칩(SoC) 플랫폼 ‘RTX 스파크(RTX Spark)’ 기반의 노트북을 통해 엔씨의 MMORPG ‘아이온2’와 오픈월드 MMO 슈터 ‘신더시티’의 실제 플레이 화면이 최초로 시연됐다. 신더시티는 엔비디아가 선정한 ‘RTX 플래그십 타이틀’로서 최신 그래픽 기술을 시험 중인 게임이다.

양사의 협력은 게이밍 가속화에만 그치지 않는다. 엔씨는 지난해 AI R&D 조직을 분사해 자회사 ‘NC AI’를 공식 출범시켰다. NC AI는 자체 개발한 산업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배키(VAETKI)’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기술 자립도를 증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NC AI가 자체 개발한 ‘월드 모델’ 아키텍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빅테크 모델들이 대규모 영상을 렌더링한 뒤 비전언어모델(VLM)을 거치며 방대한 자원을 소모하는 것과 달리 NC AI는 영상 생성 직전 단계인 ‘잠재 공간(Latent Space)’ 정보에서 로봇의 행동을 직접 도출해 내는 독자 아키텍처를 구현했다.

이를 통해 엔비디아의 로봇 AI 모델인 ‘코스모스(Cosmos)’ 대비 25% 수준의 GPU 자원만을 점유하고도 18개 로봇 조작 태스크에서 대등한 성능을 입증했다. 이 기술로 NC AI 컨소시엄은 현대로템과 함께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발주한 ‘피지컬 AI 기반 통합 시뮬레이터 및 모듈형 로봇 시스템’ 개발 국책 과제의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8일 열리는 엔비디아 주최 국내 로봇·AI 스타트업 비공개 간담회에 NC AI가 단독 초대받은 이유다.

올해 출시 예정인 엔씨의 신작 게임 '신더시티'./엔씨

▲ 크래프톤, ‘루도 로보틱스’와 방산 테크 협력

김택진 대표를 만나기에 앞서 젠슨 황 CEO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 강남 신논현역 인근 PC방에서 약 20분간 압축적인 회동을 마쳤다. 이 자리에는 이강욱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와 장태석 배틀그라운드 총괄 등이 동석해 차세대 AI PC 플랫폼 RTX 스파크와의 협업 및 피지컬 AI 개발 방향을 공유했다.

크래프톤은 단순한 대형 GPU 소비처에 머물지 않고 게임 엔진 속 가상 현실 구현 역량을 현실의 물리 로봇 제어 소프트웨어로 바인딩하는 전략을 전개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휴머노이드 로봇 AI 전문 법인 루도 로보틱스를 설립했으며 올해 2월에는 루도 로보틱스 코리아까지 출범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가 루도 로보틱스 CEO를 겸임하며 전폭적인 투자를 단행 중이고 이강욱 CAIO가 CTO 겸 한국법인 대표를 맡아 기술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크래프톤의 지향점은 뚜렷하다. 지난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피지컬 AI 공동 연구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다년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글로벌 방산 테크 시장 출사표를 던졌다. ‘배틀그라운드’ 등에서 연마한 3D 가상 세계 공간 매핑 및 자율 판단 시뮬레이션 기술을 무인 전차, 드론, 군용 로봇 등의 물리 장비에 이식하겠다는 계산이다.

나아가 양사는 기술 지원을 넘어 피지컬 AI 특화 공동 합작법인(JV) 설립을 논의 중이며 한화자산운용이 주도해 조성하는 10억달러 규모의 방산·로보틱스 테크 전략 펀드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미국의 자율 국방 시스템 혁신을 이끈 방산 테크 유니콘 안두릴(Anduril)과 같은 모델을 한국 시장에 구축하겠다는 것이 김창한 대표의 복안이다.

RTX 스파크를 소개하고 있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 젠슨 황 CEO./크래프톤
RTX 스파크를 소개하고 있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 젠슨 황 CEO./크래프톤

▲ 엔비디아, ‘가상 세계 데이터 엔진’ 확보에 총력

젠슨 황 CEO가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한국의 PC방을 오가며 게임사 경영진과 밀착 소통한 배후에는 미래 피지컬 AI 패권을 장악하려는 엔비디아의 핵심 비즈니스 로드맵이 존재한다.

로봇이나 자율주행 기기가 현실 세계에서 오작동 없이 안전하게 구동되려면 가상과 현실 간의 간극인 ‘시뮬레이션-현실 격차(Sim-to-Real Gap)’를 반드시 메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물리 법칙이 완벽히 가동되는 정밀한 가상 공간 내에서 수천만번 이상의 반복 학습이 선행되어야 한다.

게임사들이 축적해 온 3D 실시간 렌더링 기술과 대규모 가상 세계 데이터 인프라는 로봇을 훈련시킬 최상의 ‘합성 데이터(Synthetic Data) 발전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동시에 엔비디아가 온디바이스 AI 시장을 타깃으로 발매한 RTX 스파크 칩셋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서도 고대역폭 연산 성능을 가장 가시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아이온2와 신더시티 등의 게임 콘텐츠 파트너십 확보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한국의 대표 게임사들이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주요 방산·중공업 기업들과 맺고 있는 AX(AI 전환) 얼라이언스를 엔비디아 생태계에 포함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다. 선제적으로 ‘쿠다(CUDA)’ 생태계와 로봇 시뮬레이션 표준 플랫폼을 심어둠으로써 아시아 제조 및 디펜스 테크망을 지배하겠다는 거시적 포석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산업이었던 게임이 AI를 만나 피지컬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갖기 시작했다”며 “그동안 게임사들이 축적해 온 유무형 자산이 글로벌 AI 및 로보틱스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게임 업계에 미치는 파급력도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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