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문턱 낮춘 ‘그냥드림’…예산·인력·홍보는 여전히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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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문턱 낮춘 ‘그냥드림’…예산·인력·홍보는 여전히 숙제

투데이신문 2026-06-08 11:27: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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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푸드뱅크·마켓 1호점 내부 모습. 입구 쪽에는 ‘그냥드림’ 코너가 있다. ⓒ투데이신문
서울 영등포구 푸드뱅크·마켓 1호점 내부 모습. 입구 쪽에는 ‘그냥드림’ 코너가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이윤호 기자】복잡한 신청 절차나 소득 증빙 없이 식료품과 생필품을 먼저 지원하는 ‘그냥드림’은 복지 문턱을 낮추기 위해 시작된 사업이다. 그러나 서류를 없앴다고 필요한 시민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구조까지 갖춰진 것은 아니었다.

본보가 평일 오후 1시께 방문한 서울 영등포구 푸드뱅크·마켓 1호점 입구 쪽 진열대에는 ‘그냥드림’ 코너가 마련돼 있었다. 비닐봉지에 담긴 물품 꾸러미가 쌓여 있었고 선반에는 꾸러미 구성을 보여주는 예시 상품이 펼쳐져 있었다. 통조림 참치 4캔, 즉석밥 4개, 소고기미역국 간편식, 김 9봉, 라면 5개였다.

그 너머에는 푸드마켓 이용자들을 위한 물건 진열대가 있었다. 진열대에는 음식 외에도 구급함, 샴푸, 칫솔, 장난감 등 다양한 생활용품이 준비돼 있다. 푸드마켓은 저소득층이 한 달에 한 번 매장을 찾아 필요한 물품 다섯 가지를 골라갈 수 있는 상설 무료 마켓이다.

그냥드림은 복잡한 신청 절차보다 당장의 필요를 앞세운 사업이다. 갑작스러운 생계 위기를 겪는 시민에게 별도 소득증빙 없이 식료품과 생필품을 먼저 지원하고 필요하면 상담과 복지서비스로 연계한다. ‘문턱 낮은 복지’를 내세울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영등포구 1호점을 찾는 이용자는 본사업 전환 뒤 하루 1~2명 수준에 그쳤다. 서울 안 다른 자치구까지 보면 운영시간 격차도 컸다. 어떤 곳은 주 45시간 문을 열었지만 어떤 곳은 주 6시간만 운영했다. 서류 문턱은 낮아졌지만 홍보와 예산, 인력의 문턱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서울의 ‘그냥드림’ 사업장 위치와 주당 운영시간. 각 점은 사업장의 위치를 뜻한다. 초록색에 가까울수록 주당 운영시간이 길고 빨간색에 가까울수록 짧다. ⓒ투데이신문
5월 15일 기준 서울의 ‘그냥드림’ 사업장 위치와 주당 운영시간. 각 점은 사업장의 위치를 뜻한다. 초록색에 가까울수록 주당 운영시간이 길고 빨간색에 가까울수록 짧다. ⓒ투데이신문

같은 서울, 다른 운영 시간

영등포구는 서울 안에서도 운영 여건이 나은 편이다. 본사업 전환 뒤 영등포구 그냥드림 사업장은 1곳에서 3곳으로 늘었다. 세 지점 모두 주 45시간 운영된다.

영등포구 그냥드림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영등포사랑나눔푸드뱅크·마켓 1호점 성정환 점장은 2·3호점 신설 이유를 “접근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호점은 비교적 괜찮은 동네에 있고, 2·3호점 쪽은 더 낙후된 동네”라며 “2호점과 3호점 인근에 살고 계신 분들이 물건을 타러 여기까지 오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다른 자치구 상황은 다르다. 마포구는 2개의 지점을 40시간 운영중이고 종로구는 지점이 2곳이지만 각 지점의 주당 운영시간은 12시간이다. 그 외 자치구는 1개의 지점만 운영 중이다. 그 중 용산구, 강서구, 관악구, 송파구는 주 6시간만 운영된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어느 자치구에 사느냐에 따라 이용 가능한 시간과 거점 수가 달라지는 셈이다.

성 점장은 운영시간 차이가 예산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그냥드림은 한 달 물품비로 500만원이 지원된다. 1인당 2만원 상당의 물품을 제공하면 한 달에 약 250명에게 나눠줄 수 있는 규모다. 물품이 한정돼 있다 보니 일부 사업장은 조기 소진을 막기 위해 운영시간과 요일, 하루 이용자 수를 제한한다. 성 점장은 “월초에 물건이 다 나가면 나머지 기간에는 줄 수 없기 때문에 하루 이용객 제한을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등포구가 주 45시간 운영할 수 있는 것은 별도 지원 덕분이다. 성 점장은 “영등포구가 찾아오신 분을 물건이 없어서 돌려보내지 말자는 취지로 2000만원을 지원했다”며 “그 예산 덕분에 주 5일 9시간 동안 운영하고 인원 제한도 두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사회서비스자원과 관계자는 사업장당 월 물품지원비가 500만원으로 산정된 것에 대해 “기존 선도사업 운영 사례와 평균 이용자 수, 1인당 지원 수준, 정부 예산 및 민간 후원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116억원 규모의 민간 후원을 확보했으며 물품이 부족한 사업장에 민간 후원물품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복지실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자치구가 각 시설별 현장 여건을 고려해 운영하고 있으며 수요에 따른 일일 물량 배분의 유연화를 독려했다”고 밝혔다. 물품 부족 등 현장 애로사항이 생길 경우 광역푸드센터를 통한 물량 지원으로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다만 부족분을 사후 지원하는 방식만으로는 운영시간을 줄이는 현장의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장에서는 이미 운영시간을 줄이고 하루 이용자 수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물품 부족에 대비하고 있다. 물품이 떨어진 뒤 보완하는 체계와 물품 부족을 우려해 문을 짧게 여는 현장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남아 있다.

서울 영등포구 푸드뱅크·마켓 1호점의 창고. 푸드마켓 이용자를 위한 물품과 ‘그냥드림’ 이용자를 위한 물품이 함께 보관돼 있다. ⓒ투데이신문
서울 영등포구 푸드뱅크·마켓 1호점의 창고. 푸드마켓 이용자를 위한 물품과 ‘그냥드림’ 이용자를 위한 물품이 함께 보관돼 있다. ⓒ투데이신문

“홍보가 잘돼도 문제”…수요 감당할 예산·인력 부족

홍보도 숙제다. 영등포구 1호점을 찾는 그냥드림 이용자는 본사업 전환 뒤 하루 1~2명 수준에 그쳤다. 성 점장은 “1호점이 시범사업 때부터 운영된 만큼 기존 수요가 어느 정도 해소된 측면은 있다”면서도 “홍보가 충분하지 않아 몰라서 못 오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영등포구 푸드뱅크·마켓은 자체적으로 그냥드림 사업을 홍보할 계획이다.

영등포구 푸드뱅크·마켓은 이미 비슷한 경험이 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코로나19 등으로 실직하거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시민에게 물품을 제공하는 ‘영원마켓’을 운영했다. 성 점장에 따르면 영원마켓은 3년 동안 약 8000명이 이용했다. 언론 보도와 지역 홍보가 이어지며 사업이 알려진 결과였다.

문제는 그냥드림이 홍보의 성공마저 부담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구조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제도를 몰라 찾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많지만 막상 사업이 널리 알려지면 물품과 인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 성 점장은 “홍보가 잘돼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 추가 지원이 없는 지점들은 예산이 부족해질 것”이라며 “결국 홍보와 예산이 함께 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정책브리핑 홈페이지와 SNS,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그냥드림 사업을 홍보하고 있으며 추후 TV 광고와 신문 지면광고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자체에도 지역 내 홍보를 추진하도록 해 필요한 사람이 사업을 알지 못해 이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내 손안에 서울’ 등 시 소통 채널과 보도자료를 통해 사업을 알리고 있다고 했다. 다만 서울시 차원의 구체적인 추가 홍보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운영 과정에서 예산과 인력 등 부족한 부분이 생기면 “복지부와 협의해 보완할 수 있도록 면밀히 챙기겠다”고 답했다.

홍보 확대 이후 수요 증가에 대해 사회서비스자원과 관계자는 “이용 수요 증가에 대비하여 민간후원도 발굴하고 있다”며 “본사업 시행 이후 이용자 수, 물품 재고, 복지서비스 연계 실적도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인력 문제도 같은 맥락에 있다. 성 점장에 따르면 당초에는 월 800만원 물품비와 인력 1명 지원이 논의됐지만 실제 본사업에서는 월 500만원 물품비와 인건비 100만원 지원으로 조정됐다. 영등포구 푸드마켓 직원은 4명이다. 1호점에 2명, 2·3호점에 각 1명이 배치돼 있다. 사회복무요원, 자활·장애인·시니어 일자리 등 보조 인력이 있지만 개인정보를 다루는 업무는 직원이 맡아야 한다. 그냥드림은 물품을 나눠주는 일처럼 보이지만 상담과 복지 연계가 붙는 순간 전담 인력 없이는 버티기 어렵다.

정부는 홍보와 민간후원 발굴, 모니터링을 확대하고 향후 사업 추진 상황과 이용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력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장은 여전히 두 가지 부담 사이에 놓여 있다. 알려지지 않으면 필요한 사람이 오지 못하고 알려지면 늘어날 수요를 감당해야 한다. 문턱 낮은 복지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홍보의 속도만큼 물품과 인력도 함께 따라가야 한다.

푸드마켓 이용자들이 고를 수 있는 물건 진열대 너머로 ‘그냥드림’ 홍보 포스터가 걸려 있다. ⓒ투데이신문
푸드마켓 이용자들이 고를 수 있는 물건 진열대 너머로 ‘그냥드림’ 홍보 포스터가 걸려 있다. ⓒ투데이신문

복지 사업이 서로의 빈틈을 메워주려면

그냥드림은 단순히 물품을 나눠주는 사업에 그치지 않는다. 현장에서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제도 밖에 놓인 사람을 지원 체계로 이어주는 일이다. 성 점장은 “그냥드림의 본 취지는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는 것”이라며 “한 사업에서 발굴하지 못한 사람을 다른 사업에서 발굴하는 식으로 촘촘하게 메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등포구 사업장에서 가장 많이 이뤄지는 연계는 푸드마켓 이용 대상자 편입이다. 그냥드림은 두 차례까지 물품을 받을 수 있지만 푸드마켓 회원이 되면 1년 동안 매달 한 번씩 최대 5개 품목을 골라 갈 수 있다. 당장의 꾸러미 지원이 정기적인 지원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사업을 함께 운영하는 방식은 물품 관리에서도 드러났다. 성 점장은 그냥드림 코너 앞에서 유통기한이 짧은 식품을 관리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했다. 현재 이용자가 많지 않아 라면처럼 보관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식품은 제때 나가지 않을 수 있다. 영등포구 푸드뱅크·마켓은 이런 물품을 선입선출 방식으로 조정한다. 그냥드림용으로 구매한 라면을 푸드마켓 이용자에게 먼저 제공하고 푸드뱅크 예산으로 다시 그냥드림 물품을 채워 넣는다.

하지만 영등포구처럼 두 사업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곳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본보가 추가로 확인한 주 6시간 운영 사업장들에서는 공간과 인력 부족 문제가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용산구 푸드뱅크·마켓 센터장은 “사업 취지는 좋다”면서도 “기존 푸드마켓을 운영하면서 그냥드림까지 같이하다 보니 시설이 협소하고 전담 인력이 없어 업무에 차질이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주 6시간 운영 사업장 점장도 공간 부족을 호소했다. 이곳은 기존 푸드마켓 사업장 안에서 그냥드림을 함께 운영하기 어려워 별도 장소를 빌려 그냥드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두 장소가 1km가량 떨어져 있어 그냥드림 운영 시간에는 푸드마켓에 직원 한 명만 남기고 나머지 인력이 별도 사업장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운영시간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해당 지점에는 본사업 초기 5일 동안 하루 평균 80여명이 방문했다. 짧은 운영시간 안에 물품 지원과 상담을 처리하려면 기존 푸드마켓 업무에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해당 담당자는 “업무량이 인력 한 명을 충원하는 것으로 해결될 상황은 아니다”라며 “인력이 충원된다고 해도 일할 수 있는 공간도 마땅하지 않다”고 말했다. 푸드마켓과 그냥드림을 함께 운영하려면 단순히 인건비 일부를 보태는 수준을 넘어 별도 공간과 전담 인력 확보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업 운영 방식 자체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그냥드림 사업 담당자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발굴하는 것이 취지라면 주민센터가 어려운 주민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며 “주민센터에서 대상자를 발굴하고 푸드마켓은 물품 지원을 맡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류를 없애고 현장에서 빈틈을 메운다고 해서 문턱 낮은 복지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그 제도를 알아야 하고 찾아갈 수 있는 시간에 문이 열려 있어야 하며 찾아왔을 때 건넬 물품이 남아 있어야 한다. 여기에 상담을 맡을 인력과 물품을 둘 공간도 필요하다. 준비된 물품이 실제 지원으로 이어지려면 그 문을 계속 열어둘 수 있는 운영 여건까지 함께 마련돼야 한다.  결국 복지의 빈틈을 메우는 것은 물품 지원을 넘어 사람과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 ‘그냥드림’이 일회성 지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안전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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