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전국 광역단체 16곳 중 12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동시에 진행된 14곳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9곳을 차지했다. 숫자로만 따지면 압승이다. 그럼에도 민주당 지도부가 마음 편히 웃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재명정부 1년차에 치러진 6·3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혼잡하게 뒤섞인 탓에 투표함을 열기 직전까지 결과를 알 수 없었다. 국민의 관심도가 높아진 만큼 투표 결과 또한 밤새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주요 격전지서 순위가 역전될 때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탄식도 깊어졌다.
너무 높은
5선의 벽
가장 중요한 서울을 탈환하지 못했다는 점이 뼈아프다. 그동안 민주당은 서울을 지방선거 승리의 지표로 삼은 만큼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지난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따르면 국민의힘 오세훈 당선인은 이날 오전 9시30분 개표율 97.7% 기준 48.94%를 얻어 48.34%를 득표한 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0.6%p 차이로 앞서며 승리를 확정했다. 개표 막판까지 접전을 다툰 끝에 오 당선인이 3만359표 차이로 정 후보를 따돌렸다.
앞서 발표된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가 완전히 뒤집힌 순간이었다. 당시 오 당선인이 46.0%로 정 후보(51.4%)에게 오차범위 밖에서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정을 넘기자 두 사람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졌고 결국 민주당의 패배로 끝났다.
정 후보는 “시민 여러분의 선택을 무겁고 겸허히 받들겠다”며 패배 승복 선언을 했다. 그는 “제가 부족했다. 모든 것이 제 탓”이라며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고 더 깊이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더 넓게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정 후보는 “저를 믿고 함께해 준 시민 여러분, 선거운동원과 자원봉사자, 캠프 관계자, 당원들에게, 기대에 보답하지 못해 송구하다. 함께 경쟁해 주신 후보들께 감사드린다. 당선되신 오세훈 후보께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고 아쉬워했다.
정치권에서는 정 후보가 보수 후보와 차별화를 두지 않았던 점 등을 패배 원인으로 지목했다. GTX 철근 문제 등 안전 문제를 부각시켰으나 서울 민심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동산 관련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권 프리미엄을 앞세울 수 있었으나 정책 면에서 아쉬웠다는 반응이 나오는 만큼 “여권 프리미엄과 명픽(이재명픽)에 기대 안일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인지도 싸움에서 밀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토론을 회피하는 등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 탓에 유권자로서는 ‘검증된’ 오 시장에게 한 표를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지난 4년 ‘오세훈의 서울’을 심판하는 심판론에서는 유리했으나 경험과 인지도를 모두 충족한 오 당선인을 상대하기엔 부족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서울·대구·부산까지 몽땅 내줬다
될 것 같던 ‘이곳’서 낙마 이유는?
그동안 오 당선인은 정 후보를 “오직 대통령 후광에 기대 선거를 치르는 후보”라고 규정하며 “1000만 시민의 삶과 직결된 시장의 자리를 감당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오 당선인은 토론을 거부하는 정 후보를 겨냥해 “검증의 장을 만들지 못한 정 후보는 준비 안 된 초보 운전자”라며 “서울시를 연습 코스로 만들어드릴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국민께 전달 드릴 수 있었던 선거에 임하는 마음가짐이나 목표, 서울시에 대한 비전을 전달하는 데 완벽하게 실패했다고 평가한다”고도 말했다.
이런 결과는 정 후보를 서울시장 선거판으로 이끈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주요 격전지인 서울을 뺏긴 만큼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조승래 중앙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서울시장 선거 패배 원인에 대해 “오세훈 당선인이 5선에 도전하는 사람이니 인지도 측면에서 그런 상황이 있을 것 같다”며 “서울시의 인구 구성의 문제도 있고 여러 가지 다양한 측면들을 봤을 때 실제 이 선거는 갈수록 접전 양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부겸 바람’이 몰아쳤던 대구도 결국 국민의힘 쪽으로 돌아섰다. 개표 결과 김부겸 후보는 45.05%를 득표해 53.92%를 득표한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에게 패배했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인 만큼 막판에 결집한 ‘샤이 보수’ 현상이 ‘샤이 부겸’을 이긴 것이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교통정리가 한창일 때 민주당은 일찌감치 김 후보를 앞세웠다. “파란색 동남풍이 분다”는 말이 나올 만큼 김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렸고, 최초의 민주당 출신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여부에 이목이 쏠렸다.
김 후보는 정치색을 최소화하고 ‘대구 부흥’에 초점을 맞춰 TK(대구·경북) 맞춤형 선거운동을 이어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스타벅스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여권에서는 여전히 냉담한 반응이 이어진 것에 대해서도 “이제 이 정도 선에서 그쳤으면 한다”며 민주당 지도부와 거리를 뒀다.
공천 전쟁 끝에 국민의힘에서 추경호 후보가 김 후보의 대항마로 나섰고 갈 곳 없던 보수 민심이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그는 “이재명정부가 모든 권력을 장악하려는 오만한 정권”이라며 민주당 견제론을 띄웠고 여당이 발의한 조작기소 특검법이 결정타를 날리면서 보수 결집은 갈수록 끈끈해졌다.
보수 텃밭
‘졋잘싸’
결국 김 후보는 대구의 벽을 넘지 못했다. 조작기소 특검법 발의와 맞물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원 유세가 보수 표심을 자극했다는 게 주요 원인이다. 김 후보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 선거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승복한다. 믿어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께 죄송하다”며 심경을 밝혔다.
“저 개인의 패배이지 변화를 열망하는 대구 시민의 패배가 아니다. 좌절하지 말라. 절망하지 말라”는 김 후보는 “대구의 경쟁이 벌어지고 여야가 서로 시민께 잘 보이려는 노력을 하는 서비스로의 정치의 가능성을 우리는 봤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부산 북구갑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정청래 대표가 호명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띄운 하정우 후보가 41.26%를 득표해 42.96%를 얻은 무소속 한동훈 후보에게 석패한 것이다. 북구갑은 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3번 낙선 끝에 당선된 뒤 내리 3선을 지낸 곳으로 부산의 유일한 민주당 지역구였지만 하 후보의 패배로 그간의 맥이 끊기게 됐다.
‘급하게 투입된 정치 신인’이라는 꼬리표를 잘라내지 못한 것이 패배 원인으로 지목된다.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부산에 전략적으로 투입된 만큼 지역 현안과 유권자와의 스킨십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출마 선언 직후 벌어진 ‘손털기 논란’과 ‘오빠 논란’이 연달아 불거지면서 유권자로부터 호감을 얻지 못한다는 측면도 있다.
패배 직후 하 후보는 “이번 보궐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 후보는 앞서 발표한 지역 공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이번 선거 과정에서 제가 강조했던 ‘AI 교육 1번지’ ‘서부산 AI 테마밸리’ 구상은 우리 북구가 나아가야 할 필연적인 방향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주민 여러분의 마음을 온전히 얻기에는 저의 노력과 준비가 부족했음을 인정한다”며 “보내주신 따끔한 질책과 격려 모두 저의 정치적 자산으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혈투가 벌어졌던 경기 평택을에는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승기를 꽂았다. 이곳에서의 득표율은 유의동 당선인 34.59%, 민주당 김용남 후보 28.99%, 혁신당 조국 후보 27.44%로 집계됐다. 뜻밖의 결과에 김 후보와 조 후보 모두 적잖게 당황한 모양새다.
본전도
못 찾았다
두 사람은 선거를 치르기 직전까지 서로를 겨냥해 “네거티브(흑색선전)를 하지 말라”며 네거티브 공세를 펼쳤다. 김 후보는 조 후보를 ‘민주당을 참칭하는 후보’라고 날을 세웠고 조 후보는 ‘대부업체 의혹’으로 받아치면서 선거는 진흙탕으로 빨려 들어갔다.
단일화가 불발되면서 결국 민주 진영 표가 갈라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범야권 표심이 두 갈래로 흩어졌고, 선거 기간 동안 반복된 의미 없는 소모전에 평택 유권자들이 돌아섰다는 설명이다.
두 사람은 선거가 끝난 뒤에도 기싸움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다음엔 더 좋은 후보가 깨끗한 선거로 이기기를 바란다. 네거티브 없는 깨끗한 선거에 성공했더라면 우리나라 정치 풍토가 바뀌는 계기가 됐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며 조 후보를 겨냥하는 듯한 말을 했다.
또 혁신당의 선거운동 기조인 ‘국힘 제로(0)’를 언급하며 “이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평택을 포함해 국힘 제로는 안 되는 것 같다. 대단히 아쉽다”고 되돌아봤다.
조 후보는 “범진보 진영을 지지하신 국민들께 크나큰 실망과 아픔을 드렸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국민주권정부 성공이라는 바다를 향해, 지치지 않고 함께 흘러가야 한다”며 “연대와 통합 정치는 절실하다. 함께 손잡고 전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당 관계자는 “조 후보는 계속해서 도전할 것이고, 그 장소는 평택을이 될 것”이라며 차기 총선에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혁신당의 훼방으로 소중한 한 석을 국민의힘에 빼앗긴 셈이다. 두 당은 한 차례 합당이 무산됐던 만큼 ‘평택’이라는 강을 가운데에 둔 채 감정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의 낙선이 민주당 계파 갈등의 도화선이 될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 진영의 대표 스피커인 김어준씨는 방송을 통해 “평택을 선거구의 김용남 공천 갈등을 이번 선거의 결정적 패착”이라며 김 후보의 공천을 결정한 정청래 대표의 책임론으로 몰아갔다.
서로 헐뜯다 끝나버린 평택을
정 대표 위기…전대 쟁점될까
그는 정 대표를 겨냥해 “제가 보기에 출발점은 민주당과 혁신당의 합당 실패”라며 “그때 합당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평택을 같은 선거구가 아예 안 나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평택을 같은 곳에서는 내란을 함께 극복했던 동지와 ‘이렇게까지 싸워야 하나’ 싶은 갈등을 겪게 되니까 상대를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승부욕 대신에 마음이 흩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천 연수갑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도 참전했다. 그는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지도부에) 당력을 평택에 집중하라고 강조했다”며 “평택에 우리 당력이 집중됐으면 질 수가 없는 선거인데 져버렸다. 참 아쉬운 점이 크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정청래) 지도부 책임을 따질 것도 없이 바로 전당대회가 있어서, 리더십이 평가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라디오를 통해서는 “당 지도부가 혁신당을 짝사랑하면서 당의 정체성과 중심을 정확히 세우지 않고 애매한 상태로 통합 논쟁에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평택 패배에 대한 지도부 책임을 물었다.
이에 조승래 본부장은 “당연히 선거의 모든 책임은 대표를 포함해서 지도부가 지는 것”이라면서도 송 전 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당의 일치된 캠페인을 때로는 방해했던 여러 얘기가 있었다”며 “그게 선거를 어렵게 한 측면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거 이후 이런저런 평가는 충분히 할 수 있는데 과정에 있었던 발언에 대해선 그 발언을 했던 분들이 ‘내가 당의 승리를 위해 기여한 것인가, 그렇지 않은 것인가’ 판단해 보시라”며 “때로는 자숙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번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민의를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서울 등 주요 격전지를 탈환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민심 앞에 더 겸손하라는 질책, 신속하게 민생을 개선해 내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 또한 무거운 과제로 주어졌다”고 말했다.
한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민심을 오롯이 받들겠다.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삶을 살피고, 한 분 한 분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겠다”며 “민주당에 뼈아픈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국민의 목소리도 가슴 깊이 새기고, 더 유능한 민생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만했나…
고개 숙이다
정 대표도 “6·3 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민주당에 큰 승리를 안겨주신 국민께 깊이 감사드린다. 다만 서울을 탈환하지 못해 아프다”고 심정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 과정에서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의 따뜻한 격려와 응원, 따끔한 경고와 질책까지 전부 다 겸손하고 겸허하게 받들겠다. 국민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 민심이 천심”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국가 정상화, 일 잘하는 지방정부로 보답하겠다. 당정청이 원팀·원보이스로 뭉쳐 민주당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며 “당원 주권 경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준 당원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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