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일각에서 제기된 '내신 변별력 무용론'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현장 교사 조직의 실증적 분석이 나온 가운데, 주요 대학 진학의 문턱이 여전히 촘촘하다는 현실을 체감한 학생들이 공교육을 조기에 이탈하는 역설적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종로학원이 전국 1,703개 일반고의 학교알리미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고교 학업중단자 수는 전년 대비 163명 증가한 1만 8661명으로 최근 7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내신 5등급제가 처음 적용된 고1 신입생 학업중단자 수는 직전 학년(9847명)보다 6.1% 증가한 1만 450명으로 집계되며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1만 명 선을 돌파했다.
지역별로는 경인권(11.6% 증가)과 지방권(4.3% 증가)의 학업중단세가 두드러졌으며, 서울 강남구·양천구·서초구 등 전통적 교육특구와 경기 비평준화 지역 상위권 고교에서 중단자가 대거 쏠리는 현상이 확인됐다.
이 같은 공교육 유출의 기저에는 내신 5등급제 개편 방향과 실제 입시 현장의 온도가 전혀 달랐다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편 당시 표면적으로는 1등급 구간이 기존 상위 4%에서 10%로 넓어져 내신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지난 3월 경기진학지도협의회가 고교 현장의 1년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밀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단위 수가 높은 과목들이 누적 합산될 경우 전 과목 '올 1등급'을 받는 학생 비율은 단 1.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단일 과목 등급 컷은 완화된 것처럼 보여도 실제 상위권 대학 전형에서 요구하는 정밀한 변별력은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었던 셈이다.
결국 학교 내신 경쟁 체제에서 10% 기준선 밖으로 한 번 밀려나면 주요대 진입이 사실상 어려워진다는 구조를 간파한 학생들이 조기에 '공교육 손절'을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들은 학교에 남아 내신을 만회하는 대신 자퇴 후 검정고시를 거쳐 수능(정시)에 올인하는 고효율 루트로 빠르게 선회하고 있다. 실제로 2026학년도 수능 검정고시 접수자는 2만 2355명으로 1996학년도 이후 3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다가오는 2027학년도 수능 역시 2만 명대를 가볍게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입시 전문가들은 학교 내신 상위권에서 이탈한 중하위권 학생들을 구제할 수 있는 안정적인 대입 트랙이 공교육 내에 마련되지 않는다면 인적 자원의 중도 유출과 사교육 시장 비대화를 막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등급 완화라는 제도 취지와 달리 대학들의 선발 기조와 누적 변별력이 유지되는 한 학생들의 불안 심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공교육 체제 내에서 내신을 놓친 학생들에게도 정시 준비 및 맞춤형 진로 지도를 지원할 수 있는 보완 프로그램과 유연한 입시 정책 설계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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