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라온시큐어가 인공지능(AI)이 스스로 업무를 수행하는 이른바 ‘에이전틱 AI’ 시대를 겨냥해 인증 보안 전략을 공개했다. 사람의 로그인과 본인 확인에 머물던 기존 인증 체계를 AI의 시스템 접근과 권한 행사까지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AI가 실제 업무 주체로 들어오는 환경에선 “누가 접속했는가”만이 아니라 “어떤 AI가 누구의 권한으로 어디까지 실행하는가”를 통제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라온시큐어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어센티케이트 APAC 2026’에 참가해 FIDO 기반 다중인증(MFA) 플랫폼 ‘원패스’를 중심으로 한 통합 인증 전략을 선보였다고 8일 밝혔다. 이 행사는 글로벌 인증 표준화 기구인 FIDO 얼라이언스가 여는 국제 콘퍼런스로, 올해 처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열렸다. 구글, 비자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과 보안업체들이 참석해 패스키, 디지털 신원, AI 기반 인증 등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라온시큐어가 이번 행사에서 내세운 화두는 ‘사람 중심 인증’의 확장이었다. 기업 내부 시스템에 접속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데이터를 조회하며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AI가 늘어날수록, 인증과 권한관리 역시 사람과 기기를 넘어 AI 에이전트까지 포괄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안 업계에선 생성형 AI 도입 초기에는 정보 유출과 오남용 방지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앞으로는 AI의 행위 주체성을 전제로 한 접근통제 문제가 핵심 과제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원패스 시연도 이뤄졌다. 이 플랫폼은 안면, 지문, 지정맥, 장정맥 등 복수의 생체인증 방식을 지원하고, 사용자별 인증 패턴을 분석해 이상 행위를 탐지하는 기능을 갖췄다. 라온시큐어는 기업 시스템에 접속한 AI가 어떤 권한 범위 안에서 업무를 수행하는지 통제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기존 다중인증 체계를 AI 실행 환경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설명했다.
국제 표준 논의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회사가 강조하는 대목이다. 라온시큐어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삼성전자 등과 함께 FIDO 얼라이언스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가진 임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 보안업체 가운데 글로벌 인증 표준 논의에 직접 관여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업계에서는 인증 시장이 패스워드 없는 로그인과 생체인증, 패스키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표준 주도권이 곧 시장 영향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발표 세션에서는 원패스의 구축 사례도 소개됐다. 이유진 라온시큐어 부사장은 국내외 1000개 이상 고객사, 2000만명 이상 사용자 기반을 토대로 대규모 인증 시스템 운영 경험을 설명했다. 특히 금융과 공공 부문처럼 안정성과 보안성이 중시되는 영역에서 축적한 구축 이력을 앞세워 상용성과 확장성을 부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온시큐어는 앞으로 AI가 실제 업무 흐름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오는 상황에 맞춰 신원·권한관리 체계를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단순히 로그인 절차를 강화하는 수준이 아니라, 사람과 AI가 같은 업무 환경에서 함께 일할 때 누가 어떤 권한을 갖고 어떤 행위를 했는지를 추적하고 통제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인증 시장의 무게중심이 본인 확인에서 디지털 신뢰 인프라 전반으로 옮겨가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이유진 부사장은 “에이전틱 AI가 업무의 실행 주체로 들어오면 보안은 AI가 누구의 권한으로 어디까지 일하는지를 검증하는 문제로 확장된다”며 “사람과 AI가 같은 업무 환경 안에서 안전하게 협력할 수 있는 인증·권한관리 기반을 산업 전반으로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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