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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억 투자해 17배 잭팟, 대상포진 백신 가치 극대화 전략 통했다
GC녹십자는 최근 큐레보가 일라이 릴리에 최대 15억달러(약 2조원) 규모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GC녹십자는 보유 중인 큐레보 주식 2107만5336주를 릴리에 양도하고 선급금 3066억원, 마일스톤 1533억원 등 총 4599억원을 지급받게 된다. 큐레보는 GC녹십자가 2017년 미국에 설립한 백신 전문 바이오텍으로 차세대 대상포진 백신 후보물질 아메조스바테인(Amezosvatein) 개발을 주도해왔다.
이번 거래가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 자산 매각이 아니라는 점이다. GC녹십자는 큐레보 지분 매각에 따른 현금 유입뿐 아니라 향후 상업화 과정에서 위탁생산(CMO)과 글로벌 매출 연동 로열티까지 확보했다. 사실상 매각 이후에도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GC녹십자 측에 따르면 큐레보는 GC녹십자가 보유한 차세대 대상포진 백신 후보물질의 글로벌 개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2017년 미국에 설립했다. 해당 후보물질은 GC녹십자와 목암생명과학연구소의 연구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도출된 자산으로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임상 개발과 해외 시장 진입을 염두에 두고 별도 법인을 통해 개발을 추진해 왔다.
GC녹십자 관계자는 “대상포진 백신은 이미 글로벌 시장 수요가 확인된 분야인 만큼 미국 현지에서 임상·투자·파트너십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큐레보 설립은 단순한 해외 법인 설립이라기보다 국내에서 출발한 백신 자산을 글로벌 시장 기준에 맞춰 개발하기 위한 전략적 플랫폼 의미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큐레보 설립 초기부터 다양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고려했고 그 중에서도 아메조스바테인 가치를 글로벌 시장에서 극대화 하는 것이 핵심 목표였다. 일라이 릴리는 아메조스바테인 임상 결과를 주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아메조스바테인은 확장 임상 2상을 통해 기존 대상포진 백신 대비 경쟁력 있는 데이터를 확보했다. 아메조스바테인은 글로벌 백신 시장에서 차별화 가능성을 인정받아 여러 관점에서 관심을 받아온 자산”이라며 “릴리는 아메조스바테인의 임상 데이터, 특히 면역원성과 내약성 측면의 차별화 가능성 그리고 대상포진 백신 시장의 성장성과 미충족 수요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GC녹십자가 보유한 백신 연구개발 및 생산 역량, 향후 상업화 단계에서의 CMO 협력 가능성도 거래 구조에 반영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재 글로벌 대상포진 백신 시장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싱그릭스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다만 높은 예방 효과에도 불구하고 강한 통증과 피로, 발열 등 부작용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반면 아메조스바테인은 확장 임상 2상에서 싱그릭스와 동등 수준 면역반응을 보이면서도 피로·오한·주사부위 통증을 절반 이상 줄였다. 싱그릭스 접종군의 33.3%가 2~3등급 부작용을 경험했다. 하지만 고용량 아메조스바테인 투여군은 7.3% 수준에 불과했다.
증권시장에서는 이번 거래를 일회성 매각 차익을 넘어선 구조적 변화로 해석하고 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큐레보 매각의 핵심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리커링(Recurring) 수익 구조”라며 “아메조스바테인 상업화 이후 글로벌 물량의 10% 이상을 확보한 CMO 매출과 글로벌 매출 연동 로열티를 합산하면 중장기 누적 1조원 규모 수익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도 “GC녹십자는 이번 거래를 통해 △큐레보 지분 매각 현금 유입 △향후 마일스톤 △상업화 물량 CMO △매출 기반 로열티를 동시에 확보했다”며 “단순 일회성이 아닌 선순환 구조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는 "이번 거래는 큐레보 설립 초기부터 이어온 연구개발 투자와 협력 전략의 가치를 인정받은 결과"라며 "단순 투자 회수를 넘어 잠재적인 향후 사업들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 구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불확실성 없는 선순환 구조 확립...美 사업 확대+면역글로불린 SC 생산시설 증설
특히 이번 사례는 국내 바이오 업계가 기존에 반복해왔던 기술이전 중심 모델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통상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후보물질을 개발한 뒤 글로벌 제약사에 라이선스아웃(기술수출)하고 계약금·마일스톤 수령에 의존하는 구조였다. 이는 임상 실패 가능성에 따라 후속 마일스톤 수령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큐레보 사례는 해외 현지법인을 직접 설립하고 미국 임상과 투자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업가치 자체를 키운 뒤 전략적 매각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회사가 후보물질 개발 과정 전반을 직접 통제하면서 자산 가치를 높였고 결과적으로 지분 매각이라는 상대적으로 확정적인 형태의 대규모 수익 실현까지 이뤄냈다는 의미다.
GC녹십자 입장에서는 이번 거래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증권시장에서는 큐레보 지분 매각에 따라 약 2800억~3000억원 규모 현금이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자금은 차입금 상환과 신규 생산시설 투자, 연구개발(R&D) 확대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알리글로(ALYGLO) 미국 사업 확대와 피하주사형 면역글로불린(SCIG) 개발 및 공장 증설, 파브리병 치료제(GC1134A) 등 희귀질환과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핵심 파이프라인 투자 여력을 높이는 데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알리글로 미국 사업 확대는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GC녹십자는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 진출 이후 혈액제제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현금 유입으로 오창공장 SC 라인 증설과 미국 사업 확대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GC녹십자는 향후 추가 해외 법인 전략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개별 파이프라인 특성과 개발 단계, 글로벌 파트너십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가장 적합한 사업화 방식을 선택할 계획”이라며 “필요하다면 해외 법인, 글로벌 공동개발, 라이선스아웃, 전략적 투자 유치 등 다양한 구조를 유연하게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그동안 기술수출 중심 모델에 익숙했다면 앞으로는 해외 법인을 활용해 글로벌 기준으로 자산 가치를 키우고 기업 자체를 매각하는 전략도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며 “특히 단순 엑시트가 아니라 상업화 이후 수익까지 연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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