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카 수뇌부 인선 동반 표류…'전략적 ODA' 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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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카 수뇌부 인선 동반 표류…'전략적 ODA' 차질 우려

연합뉴스 2026-06-08 07:00: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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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이사 2명 동시 공모…Ⅱ본부 부임속 사업전략·Ⅰ본부 임명 보류 논란

이사장 임추위 구성에도 안갯속…정무적 이해 얽힌 인선 지연 시각도

사업 실행력·대외 신뢰도 저하 우려

2026년 한국국제협력단 업무보고 2026년 한국국제협력단 업무보고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대한민국 공적개발원조(ODA) 핵심 시행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수뇌부 인선이 상임이사에 이어 이사장까지 동반 표류하면서, 정부의 '전략적 ODA' 기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오는 7월 9일 현 이사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수장 선임을 위한 공식 절차는 첫발조차 떼지 못한 상태인 데다, 실무 사령탑인 상임이사 임명마저 정무적 계산에 가로막히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 핵심 '사업전략·Ⅰ본부' 보류…인사 시스템 무력화 뒷말

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코이카는 오는 12일 자로 아프리카·유라시아중동·중남미 사업을 관할하는 신임 지역사업Ⅱ본부 상임이사에 내부 출신인 도영아 전 처장(현 연세대 글로벌행정학과 객원교수)을 임명할 예정이다.

도 신임 이사는 코이카 에티오피아 사무소장과 본부 동아프리카실장 등을 지내며 오랜 현장 실무 경험을 갖춘 국제개발협력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조직 내부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도 이사와 같은 시기에 동일한 절차를 거쳐 공개모집이 진행된 '사업전략·지역사업Ⅰ본부' 상임이사 자리가 최종 임명 단계에서 명확한 이유 없이 한 달 넘게 멈춰 서 있기 때문이다.

코이카 직제상 도 이사가 맡은 Ⅱ본부가 개별 지역에서 현장 사업 집행에 무게를 둔다면, 현재 임명이 보류된 '사업전략·지역사업Ⅰ본부'는 코이카 전체 사업 기획과 예산 전략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 볼 수 있다.

특히 이 자리는 정부의 아시아 강화 방침에 따라 한국 ODA의 핵심 파트너인 아시아 지역 전체를 관할하는 것은 물론, 주무 부처인 외교부 등 정부 부처와의 정책적 조율을 전담하는 핵심 보직으로 꼽힌다.

개발협력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업전략·지역사업Ⅰ본부' 이사 인선 지연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당초 정무적으로 고려됐던 인사가 상임이사 추천위원회 절차를 거치며 최종 후보군(3배수)에서 제외되자, 정부 차원에서 납득할 만한 사유 없이 최종 승인을 보류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표면적으로는 1순위 후보자로 낙점된 외교관 출신 인사의 '두 차례 대사직 역임' 이력을 문제 삼고 있으나, 도덕적·법적 결격 사유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구상한 인선안이 매끄럽게 관철되지 못한 데 따른 지연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송규영 코이카 노조위원장은 "최종 후보 3배수 추천에도 불구하고 재추천을 요구하기 위해 보류한 것이라면 낙하산 인사를 위한 포석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전례가 없는 상황이 만약 발생한다면 향후 절차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업전략·지역사업Ⅰ본부' 임명 보류 사태와는 별개로 경영전략본부와 글로벌연대·파트너십본부 등 나머지 상임이사 2명의 후임 인선 절차는 이달 중에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경영전략본부 이사 자리는 앞서 정치권 출신 인사의 낙하산 내정설이 불거지며 한 차례 내부 반발 등 거센 논란이 일었다. 직원 대표로 참여하는 노조가 최근 상임이사 추천위원회 구성에 협조하기로 하면서 뒤늦게 인선 작업에 시동을 걸게 됐다.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코이카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코이카

[코이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정치인 이사장' 잔혹사와 트라우마…임추위는 '올스톱'

코이카 이사장과 상임이사 자리는 과거부터 정권 교체기마다 전형적인 보은성 낙하산 인사 논란의 중심에 서거나 외교부 출신 대사들의 퇴임 후 보직으로 활용되는 등 끊임없는 인선 잔혹사를 겪어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미경 이사장 재임 당시 시민사회 출신 상임이사가 인사 특혜를 미끼로 수억 원대 뇌물을 챙기다 구속된 '송진호 사태'는 정치적 관계를 고려해 임명한 인사가 조직의 시스템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5선 의원 출신의 이 이사장은 국회와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 등을 상대로 목소리를 내며 예산을 대폭 늘리고 코이카의 위상을 강화한 공을 인정받지만, 구속과 실형 선고로 이어진 송진호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과도 존재한다.

차기 이사장 하마평에 오르는 유력 인사들조차 이러한 정치적 리스크와 전문성 요구 사이에서 코이카행을 저울질하거나 고사하면서 인선 자체가 안갯속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기 이사장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구성이 완료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 첫 번째 회의조차 열리지 못하고 있다. 개발협력계에서 예상했던 공모 시점보다 한 달 이상 일정이 지연된 상태로, 공모 절차 자체도 중단돼 있다.

상임이사와 달리 이사장은 공모 절차를 거치더라도, 실제로는 현 정부의 외교·안보 철학을 명확히 공유하는 정무적 인사의 내정 형태로 이뤄지는 것이 통상적이다.

내정 단계에서 이미 사전 검증을 거치기 때문에 서류·면접 등 임추위 심사 과정에서 치명적인 결격 사유가 새롭게 나오지 않는 한 무난하게 통과되는 게 관례다.

개발협력계에서는 끊임없이 정치인 내정설이 나오고 있음에도 임추위 첫 회의조차 소집되지 못하는 것을 두고, 마땅한 인사를 찾지 못해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 파푸아뉴기니 부총리 영접 이재명 대통령 부부, 파푸아뉴기니 부총리 영접

(경주=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31일 경북 경주시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갈라만찬 영접장에서 존 로쏘 파푸아뉴기니 부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2025.10.31 photo@yna.co.kr

◇ '시한부 체제'에 사업 정체…혁신 과제 등 동력 저하 우려

수뇌부 인선이 동반 표류하면서 코이카의 조직 역동성과 대외 실행력은 급격히 저하되는 모양새다.

이사장과 상임이사 등 기존 임원진은 규정상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임기 만료를 목전에 두거나 임기가 지난 시한부 체제로 인해 신규 ODA 사업 등을 과감하게 추진하기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당장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파푸아뉴기니 사무소 개소식과 같은 굵직한 국가적 현장 일정조차 임원 변동 가능성 등을 고려해 현 수뇌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개발협력계에서는 외교적 조율과 대규모 예산 투입에 대한 결단 등이 필요한 시점에 책임성을 갖고 임무를 수행할 수뇌부 구성이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현지 정부 및 파트너들과의 협상에서도 추진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올해 창립 35주년을 맞은 코이카는 하반기 이사장과 상임이사 4명 등 임원 5명 전원이 일괄 교체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을 앞두고 있다. 개발협력 전환기에 조직의 명운이 걸릴 초대형 현안들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하반기 이사장 부임에 맞춰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전면적인 직제 개편이다. 코이카는 국가별 중심인 기존의 '지역실' 편제를 폐지하고, '주제별·산업별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본부 인력을 축소함으로써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대신, 최일선 현장인 해외사무소 인력을 대폭 증원하는 인력 재배치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도 글로벌 가치 창출을 위한 '코이카 시그니처 프로그램' 개발과 원조 효과성을 극대화할 '통합 플랫폼' 구축,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 과제들을 동시에 돌파해야 하는 상황이다.

개발협력계의 한 전문가는 "최근 글로벌 원조 환경은 복합 위기와 기후 변화 대응 등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시대로 급변했다"며 "현장과 실무 역량을 두루 갖춘 ODA 전략가들이 수뇌부를 맡아 조직의 실행력을 복원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코이카 경영전략체계 코이카 경영전략체계

[코이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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