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대통령에 기댄 선거'는 끝났나…서울이 보여준 지방선거 공식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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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대통령에 기댄 선거'는 끝났나…서울이 보여준 지방선거 공식의 변화 

폴리뉴스 2026-06-07 23:17:21 신고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캠프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관련 입장을 밝히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6.6.4 [공동취재]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캠프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관련 입장을 밝히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6.6.4 [공동취재]

6월 4일 오전 7시 16분, 밤새 선두를 달리던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강남·송파의 뒤늦은 개표 물량에 밀리며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최종 결과는 오세훈 257만5819표(49.22%), 정원오 251만5560표(48.07%), 격차는 1.15%포인트였다. 

이번 선거는 접전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국정 지지율이 60%대를 유지하는 상황에서도 여당 후보가 패배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에 기댄 선거'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강벨트, 부동산 공약보다 '누가 해봤나'가 갈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서울시청으로 들어서며 직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26.6.4 [공동취재]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서울시청으로 들어서며 직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26.6.4 [공동취재]

오세훈 후보가 정원오 후보를 앞선 지역은 강남·서초·송파와 용산·동작·광진·영등포·강동·양천 등 이른바 한강벨트였다. 특히 강남구에서 오세훈 후보는 65.98%, 정원오 후보는 31.92%를 얻어 격차가 34.06%포인트(9만9596표)에 달했다. 이외에도 서초구 31.49%포인트, 용산구 16.87%포인트, 송파구 12.3%포인트 차였다. 

이 지역들은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곳이다. 두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큰 틀에서 비슷했다. 두 후보 모두 30만 호 이상의 주택 공급을 내걸었고,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대규모 공급이라는 방향도 같았다. 정원오 후보가 재개발 속도 단축에 방점을 찍은 반면 오세훈 후보는 민간 중심 공급을 강조한 차이는 있었지만, 공약의 내용 자체가 승부를 갈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선택을 가른 것은 '누가 더 실행할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오세훈 후보가 재임 중 추진해온 '신속통합기획'은 일부 지역에서 가시적인 경험으로 축적돼 있었다. 반면 정원오 후보의 '착착개발'은 상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구상으로 받아들여졌을 수 있다. 한강벨트의 선택은 정책 경쟁이라기보다 신뢰 경쟁에 가까웠고, 결국 정책의 연속성을 기대한 유권자들이 기존 선택을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2030 여성의 민주당 표심 이탈…전월세 부담이 변수였나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가 20일 서울 중구 태평빌딩 후보 사무실에서 열린 전·현직 국민의힘 중앙위 소속 건설전문가단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5.20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가 20일 서울 중구 태평빌딩 후보 사무실에서 열린 전·현직 국민의힘 중앙위 소속 건설전문가단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5.20 [사진=연합뉴스]

이번 선거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2030 여성 유권자의 선택이다. 방송 3사 공동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이하 여성은 정원오 48.5%, 오세훈 41.4%로 정 후보가 앞섰지만 격차는 7.1%포인트에 불과했다. 30대 여성의 53.6%가 오세훈 후보를 선택했고, 정원오 후보 지지는 42.8%에 머물렀다. 지난해 대선 출구조사에서 20대 여성의 58.1%, 30대 여성의 57.3%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답했는데, 이번 정원오 후보 지지율은 그보다 10~15%포인트 낮은 수치다. 

이 변화의 배경으로는 주거 조건의 변화가 거론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실거주 의무 강화가 맞물리면서 전세 공급 물량이 줄었고, 전세 가격 상승과 월세 전환이 동시에 빨라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5년 연간 전세가격 상승률은 5.6%로 2024년의 두 배를 웃돌며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독립·이주 수요가 큰 2030 여성에게는 이 부담이 직접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또 주식시장 호황 등 정부와 민주당이 강조한 경제 성과는 자산 축적 규모가 작은 청년층에게는 체감도가 낮았을 수 있다. 주거 비용 상승과 자산 시장 호황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서 2030 여성 유권자의 판단 기준은 체감도가 높은 쪽으로 기울었을 가능성이 크다.  

'역사 모독'이 '기업 통제'로…프레임 이동이 청년 표심에 영향 줬을 수도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서울시 창업지원시설 입주 청년들과 만나 함께 걸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6.5.18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서울시 창업지원시설 입주 청년들과 만나 함께 걸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6.5.18 [사진=연합뉴스]

선거 직전 불거진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은 선거판의 분위기를 바꿨다. 스타벅스코리아는 5월 18일 '탱크데이' 텀블러 마케팅을 진행했는데, '탱크데이'라는 문구와 날짜 '5/18',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이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원오 캠프는 스타벅스 커피와 관련 물품을 캠프에서 퇴출시켰고,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역시 비판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이를 역이용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번 선거는 이재명 개딸과 자유 시민의 대결"이라고 규정하며 스타벅스 구매 인증샷 캠페인을 독려했다. 이 과정에서 논란의 프레임은 '역사 모독'에서 '정부의 기업 통제'로 이동했다. 이에 민주당에 반감이 없지 않았던 청년층 일부에게 표심 이탈의 빌미를 줬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도전자였지만 싸우지 않은 정원오, 네거티브 무대응하려다 TV토론 기회 놓쳐 

28일 서울 마포구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2026 에 앞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개혁신당 김정철 후보, 정의당 권영국 후보,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 2026.5.28 [공동취재]
28일 서울 마포구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2026 에 앞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개혁신당 김정철 후보, 정의당 권영국 후보,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 2026.5.28 [공동취재]

정원오 후보의 캠페인은 여러 지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대목은 TV토론에서의 대응이다. 

통상 TV토론은 도전자에게 유리한 무대다. 현직과 같은 화면에 서는 것 자체가 도전자의 존재감을 키우고, 현직의 실정을 공개적으로 추궁할 수 있는 효과적인 기회다. 1995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조순·정원식·박찬종 세 후보의 TV토론은 시민들이 선거의 효능감을 처음 체감한 계기였다. 1997년 대선에서는 TV토론이 김대중 후보가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장치였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TV토론은 한 차례에 그쳤다. 정원오 후보 측은 "정책 선거를 제안했지만 상대 측이 네거티브로 일관했다"며 추가 토론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도전자 입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노출 기회를 스스로 줄인 셈이 됐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TV토론은 우리나라 선거의 상징적 장치인데, 정원오 캠프에서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은 점은 결과적으로 시민들의 알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 한 차례 열린 토론에서도 공방의 밀도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지적도 있다. 정 후보는 GTX 삼성역 공사 문제를 포함해 현직 책임론을 제기했지만, 오세훈 후보가 직접적인 답변을 피하는 상황에서 공세를 충분히 이어가지 못했다는 평가다. 선거 막판 불거진 GTX 철근 누락과 서소문 고가도로 붕괴 등 현직 시장의 안전에 대한 문제 지적 역시 유권자 인식에 강하게 각인되지는 못했다.  

캠프 구성도 전략적 한계로 지목된다. 이해식·채현일 의원 등 기초단체장 출신 인사들이 핵심을 맡았고, 이인영 의원이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기초단체장 출신 중심의 조직은 지역 밀착형 선거에는 강점이 있지만, 광역 단위에서 요구되는 인지도 확장과 메시지 경쟁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정원오 캠프는 이 간극을 충분히 메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비례 득표율에선 민주당 앞섰으나 시장은 낙선…서울 선거가 남긴 메시지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오른쪽)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70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6.5.24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오른쪽)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70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6.5.24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남긴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비례대표 득표율에서 읽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최종 집계 기준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득표율은 민주당 43.86%, 국민의힘 44.00%, 조국혁신당 4.11%, 개혁신당 3.66%, 진보당 1.37%였다. 단순 합산 기준으로 범진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는 49.34%, 범보수(국민의힘·개혁신당)는 47.66%로, 정당 지지율만 놓고 보면 진보 진영이 근소하게 앞선 셈이다.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에서 결과는 뒤집혔다. 정원오 후보는 범진보 정당 지지율(49.34%)보다 낮은 48.07%를 기록했고, 오세훈 후보는 범보수 정당 지지율(47.66%)보다 높은 49.22%를 득표했다. 같은 유권자가 정당 투표와 후보 투표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방선거는 중앙정부 지지율과 연동된다. 지방정부가 중앙 정책을 집행하기 때문에, 대통령 지지도가 높을수록 여당 후보에게 유리한 구도가 형성되기 쉽다. 그럼에도 정원오 후보가 낙선한 것은, 높은 국정 지지율과 우호적인 선거 환경이 후보 개인의 경쟁력까지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정당과 대통령 지지도가 여전히 중요한 요건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선거 구도가 결정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폴리뉴스 김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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