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투데이 이상원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무대로 대규모 '피지컬 인공지능(AI)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반도체와 로보틱스, 게임, 플랫폼 기업 총수들을 잇따라 만나며 AI 시대 이후를 겨냥한 초대형 동맹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황CEO는 7일과 8일 이틀간 서울 종로와 잠실, 강남, 여의도를 오가며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삼성전자 반도체 경영진, 이해진 네이버 의장, 국내 주요 게임사 수장들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
재계에서는 이번 방한을 단순한 친선 방문이 아닌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점검 투어'로 해석한다. 생성형 AI 시대를 주도한 엔비디아가 이제는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는 로봇과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시장까지 선점하기 위해 한국 산업계와 전략적 협력망 구축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황 CEO의 이번 방한의 핵심은 AI 반도체 공급망 강화다. AI 열풍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증하면서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Vera Rubin)'에 탑재할 HBM4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황 CEO는 7일 저녁 서울 삼성동에서 최태원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정재헌 SK텔레콤 사장 등과 이른바 '제2의 깐부 회동'을 가졌다. 양측은 HBM4 공급 확대와 AI 데이터센터 구축, AI 인프라 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황 CEO와 최 회장의 만남은 최근 일주일 사이 세 번째다. 황 CEO는 최근 대만 컴퓨텍스 2026 행사에서 SK하이닉스의 HBM4E 웨이퍼에 직접 "HBM을 더 만들어달라"고 적으며 공급 확대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8일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과 만나 HBM4 공급 일정과 물량 확보 방안을 논의한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모두 끌어안으며 AI 반도체 공급망을 더욱 공고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도체와 함께 황 CEO가 주목하는 분야는 로보틱스다. 젠슨 황은 방한 직후 “한국은 제조업과 메카트로닉스, AI 역량을 모두 갖춘 국가”라며 “로보틱스와 AI에 투자하기 가장 적합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7일 오전에는 서울 종로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오찬을 갖고 AI 연구개발과 로봇 사업 협력 현황을 논의했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과 미래 모빌리티, 로봇 기술을 동시에 확보한 기업으로, 엔비디아가 추진하는 피지컬 AI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손꼽힌다.
이어 잠실야구장에서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만나 로봇 산업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황 CEO는 엔비디아 창립 연도를 의미하는 '93번' 유니폼을 입고 시구에 나서며 한국 팬들과 직접 소통했다.
그는 시구 전 “엔비디아와 한국 IT 산업은 하나”라며 한국기업들과의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이후 진행된 회동에서는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과 산업용 휴머노이드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전략적 협력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황 CEO는 소프트웨어 분야에도 관심을 보였다. 이날 강남의 한 PC방을 찾아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를 잇달아 만나 게임 산업과의 협력 가능성을 모색했다.
업계는 엔비디아가 국내 게임사들이 축적한 3차원(3D) 물리 엔진 기술에 주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피지컬 AI는 실제 환경에 투입되기 전 가상 공간에서 수억 번의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학습해야 한다. 게임 산업이 보유한 시뮬레이션 기술이 로봇과 자율주행 AI의 학습 환경 구축에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크래프톤과 엔씨소프트가 보유한 가상 세계 구현 기술은 엔비디아의 디지털트윈 플랫폼 ‘옴니버스’와 결합해 차세대 AI 학습 환경을 만드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황 CEO는 8일 SK서린빌딩에서 최태원 회장과 다시 만나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삼성전자 경영진과도 회동한다. 이후 LG트윈타워를 방문해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류재철 LG전자 사장을 만나고, 서울대와 현대차그룹, 네이버 1784 사옥도 찾을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황 CEO의 이같은 연쇄 회동은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와 제조 역량과 로보틱스 기술, 게임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하나의 거대한 AI 생태계로 묶어내기 위한 젠슨 황의 큰 그림으로, 생성형 AI 시대의 승자가 된 엔비디아가 피지컬 AI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낙점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Copyright ⓒ M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