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압박 속 친러 야당 인사 무더기 체포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남부 캅카스의 옛 소비에트연방 구성국 아르메니아가 7일(현지시간) 총선을 치른다. 현 정부가 러시아의 압박에도 서방과 관계를 강화하는 가운데 선거 결과에 따라 친서방 정책을 계속할지 결정될 전망이다.
로이터·dpa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니콜 파시냔 총리가 이끄는 집권 시민계약당이 지지율 32%로, 친러시아 성향 야당 강한아르메니아당(11%)에 앞섰다. 5년 임기 국회의원 최소 101명을 뽑는 이번 총선에는 이들을 포함해 19개 정당 또는 선거연대가 후보를 냈다.
3연임에 도전하는 파시냔 총리는 이날 아르메니아와 러시아 사이에 긴장이 없다면서도 "유럽연합(EU)은 민주적 개혁에 핵심 파트너이며 우리는 계속 그 길을 갈 것"이라며 친서방 기조를 거듭 강조했다.
아르메니아는 나고르노-카라바흐(아르메니아명 아르차흐) 지역을 두고 아제르바이잔과 벌인 영토 분쟁에서 러시아가 중립을 표방하며 자국을 돕지 않자 2024년 러시아 주도의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참여를 중단했다. 이후 EU 가입을 추진하면서 옛 소련 국가 경제공동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에서도 멀어지고 있다.
영토 분쟁은 2023년 9월 아제르바이잔이 아르메니아계 분리주의 세력을 대대적으로 공습하면서 격화했다가 지난해 8월 평화 선언 서명으로 잦아들었다.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아르메니아계 주민을 몰아낸 아제르바이잔은 최종 평화협정 조건으로 아르메니아 헌법에서 나고르노-카라바흐 영토 관련 조항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시민계약당이 개헌에 필요한 의석 3분의 2를 확보할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파시냔 총리는 시민계약당이 압도적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몇 달 안에 아제르바이잔과 전쟁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야권 다수인 친러시아 진영은 파시냔 총리가 영토 분쟁에서 아제르바이잔에 굴복해놓고 러시아와 새 전쟁을 시작하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우크라이나와의 분쟁은 EU 가입 시도에서 시작됐다"며 서방으로 기우는 아르메니아 정부를 압박했다. 또 총선을 앞두고 아르메니아산 농산물과 와인 등 수입을 중단하며 경제 보복 조치를 본격화했다. EU는 꽃 등 러시아가 제재한 아르메니아산 상품 수입을 확대하겠다며 현 정부를 지원하고 나섰다.
서방과 러시아가 사실상 대리전을 치르는 가운데 러시아가 표를 매수해 선거에 개입한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아르메니아 정부의 한 관리는 러시아에 사는 아르메니아인들이 러시아 측에서 돈을 받고 친러시아 정당에 투표하기 위해 귀국했다고 주장했다.
수사당국은 투표를 하루 앞두고 강한아르메니아당 인사 6명을 매표 혐의로 체포했다. 투표 당일인 이날에는 제2의 도시 귬리에 있는 이 정당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강한아르메니아당 대표 삼벨 카라페탼은 투표를 마친 뒤 "지금도 지지자들이 체포되는 중이다. 어제도 100명 넘게 체포됐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계 사업가인 카라페탼은 쿠데타 모의 혐의로 지난해부터 가택 연금 상태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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