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부터 3일째 내리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따른 재선거 요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전면 재선거를 주장하며 이들의 주장에 불을 지피는 가운데, 현실적으로 재선거 가능성은 희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해법으로 상황을 신속히 수습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7일, 이번 6.3 지방선거 서울 송파구 개표소였던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투표용지 부족사태에 따른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위가 2박 3일째 쉼 없이 열리고 있다. 지난 5일 오전, 투표용지가 부족해 연장 투표가 열린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투표함이 반출돼 이곳으로 옮겨진 직후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올림픽공원 내 실시간 인구는 최소 2만 8000명에서 3만 명이다. 20대는 28.2%, 30대는 24.8%로 청년 인구가 절반을 넘는다. 최근 28일간 동시간대 평균 인구수보다 1.9배 가량 많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핸드볼경기장 일대엔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3000명의 시위대가 집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는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8개 주요 출입구를 중심으로 몰려있다. 현장을 실시간 송출하는 유튜브 채널 등을 보면, 현장에선 "재선거" 구호가 끊임없이 연호되고 있다. 참가자 대부분이 태극기 배지를 옷에 달거나 대형 태극기를 몸에 휘두르고 소형 태극기를 손에 들고 참가했다.
태극기는 이번 집회의 일부 참가자들이 정한 통일된 물품으로 알려졌다. 곳곳에 부착된 시위 지침엔 '재선거'와 '참정권 침해' 등의 구호만 외쳐야 한다는 문구도 적혔다. 이날 현장을 실시간 중계한 한 유튜브 방송에서도 "정치 색깔에 대한 이야기는 누구도 하지 않고 있다. 정치 색깔 이야기하지 말라"거나 "우리는 참정권 침해 때문에 온 거지 누구 때문에 온 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참가자들이 빈번히 등장했다.
시위는 낮엔 참가자가 증가하고, 밤에 줄어드는 패턴을 반복하면서 중단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 6일 오후 9시 기준 3만 6000명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비공식 추산했다.
과열된 현장 속 취재진 폭행도
시위 참가자들은 지난 5일 선거 개표가 마무리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경기장 출입구를 봉쇄하면서, 통행하는 시민들에게 신분증 검사와 가방 검사를 강제로 요구하기도 했다. 경기장에 근무하는 직원 등은 자신이 '선관위 관계자가 아님'을 보이고 나서야 가까스로 인파를 뚫고 나올 수 있었다고 언론에 밝혔다.
일부 취재진은 폭행을 당했다. 한국기자협회 JTBC지회는 지난 5일 자사 취재진에 폭행을 가한 가해자들에 대한 법적 조치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JTBC지회는 "기자들은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개표 상황을 취재 중이었는데 이른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경기장 전체를 무단으로 에워싸고 출입구를 봉쇄했고, 취재진은 신변 위협을 느껴 창문으로 탈출을 감행해야 하는 비상식적 상황에 직면했다"며 "창문으로 나온 JTBC 기자를 '선관위 직원이 아님을 증명하라'며 위협적으로 가로막았고, 강제로 신체를 에워싸 행동을 제약했다"고 밝혔다.
또한 "무방비 상태의 취재진을 폭행했다"며 "손으로 때리고 휴대전화를 내동댕이쳤으며 가방끈을 잡고 흔들어 결국 끊어졌다"고 밝혔다.
일부 여성 기자가 현장 생중계를 진행하는 동안, 이들을 향한 시위 참가자들의 여성 비하 발언과 욕설이 방송에 그대로 송출되기도 했다.
현장 팽배한 허위 조작 정보
시위 현장을 방문한 정치인은 손에 꼽는다. 지난 5일 장동혁 대표와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의원, 주진우·김은혜 의원 등은 선관위 항의 방문을 하기 위해 개표소를 찾았다.
지난 6일 시위 현장을 방문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자신의 SNS에 "현장의 사람들이 어떤 입장을 가지고 현장에 모였는지, 무슨 생각의 조합인지를 조합해 보려고 했다"며 "계속 돌면서 대화를 나눠보니 어떤 목적의 집회현장인지 파악은 잘 된 것 같고, 어떻게 관리되는지 구조를 이해하고 왔다"고 밝혔다.
관련해 이 대표는 자신의 어머니와 현장 근무경찰관들을 중국인이라고 의심한 시위 참가자들을 지목하며 "성실하게 근무하는 경찰관 중국인 만드는 재미, 이준석 모친 중국인 만들기를 즐기다가 집회의 동력이 떨어지면 이번 사태에서 선관위에 대한 구조적 변화라는 것은 요원해지는 겁니다"라고 썼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까지는 (올림픽공원) 방문 계획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현장 시위대에 정치인이 참여해서 정치색을 띠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여야가 이 상황을 정략적으로 쓰는 것이 옳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장동혁 '전면 재선거' 주장에 "무책임한 정치"
장동혁 대표는 7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사태를 "심각한 참정권 침해가 발생한 오염된 선거"라 규정하며 전면 재선거를 촉구했다. 올림픽공원에 모인 시위 참가자들과 궤를 같이하는 입장이다.
재선거를 둘러싼 보수 진영의 시각은 분분하다. 선거 당사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해체 수준의 선관위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재선거를 요구하진 않았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7일 자신의 SNS에 "당 지도부는 책임질 수 있는 말을 해야 한다. 실현할 수 없는 약속이라면 솔직히 말해야 한다"고 장 대표를 겨냥해 비판했다.
공직선거법상 재선거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지방선거의 당사자가 선거소청을 하는 경우다. 예로 송파구 자치단체장이나 지역의원 후보자, 혹은 서울시장 후보자 등이 선거일 14일 이내에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 무효를 주장하는 소청을 제기해야 한다. 선관위가 이를 기각하면, 당사자는 법원에 선거 무효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법원이 청구를 받아들이면, 재선거가 이뤄질 수 있다.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자나 오세훈 서울시장 등 관련 당사자가 선거소청에 나설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서, 재선거 대안은 비현실적인 주장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침해된 참정권을 구제하기 위해 문제가 발생한 투표소에 한해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준석 대표는 7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입에 올리는 '서울 재선거'는, 곧 오세훈 당선인에게 '그 자리 내려놓으라'는 요구와 같은 말"이라며 "2030 (세대가) 모여 있다고 거기에 기술적으로 안되는 경우를 이야기한다든가, 오세훈 시장의 사퇴를 종용하는 것은 나쁜 정치다. (장 대표는 전) 판사가 아니냐?"고 장 대표를 향해 밝혔다.
김형남 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해당 투표소에서 진행된 선거에 후보를 공천한 우리 당에는 소청 제기 자격이 있다"며 "선거의 무결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준비된 제도를 사용할 때다. 헌정질서 수호의 책임이 있는 여당이 해야 할 일"이라고 7일 자신의 SNS에서 주장했다. 그는 "제도가 정한 절차를 밟지 않고 선거에 대한 의문과 불신을 남겨둔 채 이번 사태가 마무리 돼선 안된다"며 더불어민주당에 선거소청 제기를 제안했다.
"하루빨리 국정조사... 선관위, 일체 자료 공개"
국회는 국정조사 추진을 시작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내일(8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국회의장에게 신속한 본회의 개최를 요청할 것"이라며 "형식적인 조사가 아닌 실질적 진상 규명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윤건영·이해식·김성회·모경종·임미애·양부남·이상식·이광희·채현일 의원 등 9명이 국정조사를 위한 국회 특별위원회에 여당 위원으로 합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원내에 '선거제도 개혁 태스크포스'를 설치해 공직선거법, 선거관리위원회법 등을 전면 검토하겠다고도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방선거 관련 전현직 총학생회 대표 간담회'에 참석해 "선관위의 일정 이상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은 다 물러나야 할 사안"이라며 "이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수사할 수 있으면 수사하라고 했고 필요하면 국회 논의를 거쳐 국정조사나 특검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또한 선관위와 관련된 제도 개혁에 대해서 "선관위가 투표와 선거관리에 대한 권한을 독점적으로 갖고 있고 감사원을 포함해 외부에서 통제하거나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큰 문제"라며 "정부 차원에서 범국민적인 논의의 틀을 만들어보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지난 5일 경찰에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과 허철훈 사무총장을 직무유기·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고, 특검 조사도 요구했다.
하승수 변호사는 7일 자신의 SNS에 "투표용지 부족사태가 발생한 투표소는 일부 지역의 일부 투표소인데, 전국적인 재선거를 주장하는 것은 '선거 불복'이며, 부정선거론의 연장선에 있는 주장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런 식의 무책임한 주장은 정당하게 투표권을 행사한 대부분 유권자들의 투표를 무효로 만드는 것으로 또 다른 참정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하 변호사는 "일부 구역에 한해서 재선거가 필요할 수는 있으나 전면재선거 주장은 타당하지 않고, 현행 법규정과도 맞지 않다"며 "국회는 하루빨리 국정조사, 특검 등을 포함한 진상규명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선관위는 하루빨리 모든 관련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며 "그래야 투명하게 진상규명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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