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877억5000만 달러(통관 잠정치)로 전년 동월 대비 53.2% 증가했다. 지난 3월 이후 3개월 연속 8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수출 증가세를 이끈 것은 단연 반도체였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371억6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69.4% 늘며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42.3%로 사상 처음 40%를 넘어섰다.
미국 빅테크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 등 기업이 AI 인프라 구축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반도체 수요가 폭발했다. AI 서버용 SSD 수요 증가에 힘입어 컴퓨터 수출도 41억8000만 달러로 290.7% 치솟았다.
수출 호조는 무역수지 개선으로 이어졌다. 올해 1∼5월 누적 수출은 3942억26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3.4%나 늘었다. 이중 3∼5월 3개월 연속 800억 달러를 넘겼다. 이 기간 무역수지 흑자도 1019억800만 달러(누적)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 같은 흐름에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 가능성도 거론된다. 5월까지 누적 수출액을 월평균으로 나누면 약 790억 달러로, 단순 계산(9480억 달러)으로는 1조 달러에 조금 못 미치지만 역대급 실적이 지속된다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앞서 산업연구원(KIET)은 최근 올해 연간 수출 전망치를 9244억 달러로 제시하며 연초 예측(6971억 달러)보다 32% 상향 조정했다.
수출 호조는 기업들의 체감경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5월 기업경기조사 결과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올해 5월 전(全)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8.9로 2022년 10월(99.0) 이후 3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상승 폭(4.0포인트)도 2023년 5월(4.4포인트) 이후 3년 만에 가장 컸다.
경제심리지수(ESI) 역시 97.5로 전월 대비 5.8포인트 상승했다. 수출 증가세와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가 반영되며 경제주체들의 경기 인식이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경기 회복 기대를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동 정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은 기업들의 생산비 부담을 높이고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 변동성 확대도 부담이다. 지난 5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40원대를 넘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원화 약세는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 비용 상승이라는 부작용도 함께 가져온다.
전문가들은 수출 호조가 기업심리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곧바로 경기 전반의 회복으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 호조로 기업심리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곧바로 내수 경기 회복 신호탄으로 해석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수출의 온기가 내수 시장으로 충분히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고유가·고환율에 금리 인상 압력까지 더해지면서 이른바 '3중고'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며 "하반기에는 이러한 부담 요인을 완화하고 내수 회복을 뒷받침하는 정책 대응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Copyright ⓒ 아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