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는 2014년부터 영국 권위지 '가디언'의 월드컵 네트워크(World Cup Experts' Network) 회원사입니다. '가디언'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 출전국 현지 전문가와 협업해 완성한 심층 분석 기사를 양사 특약에 따라 풋볼리스트가 국내 독점 게재합니다.
▲ 사우디아라비아 대회 플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아마 4월 말부터일 것이다. 당시 에르베 르나르 감독이 경질됐고, 곧바로 게오르기오스 도니스 감독이 후임으로 선임됐다. 과거 블랙번로버스에서 뛰었던 그리스 출신 윙어 도니스는 단 한 경기도 팀을 지휘하지 않은 채 월드컵 엔트리를 꾸리게 됐다. 르나르 감독은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사우디를 이끌며 카타르 월드컵 아르헨티나전 역사적인 승리를 만들어 냈지만, 2024년 10월 축구계의 ‘절대 돌아가지 말라’는 금기를 깨고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의 후임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두 번째 임기는 기대 이하였다. 월드컵 참가국 확대가 아니었다면 사우디는 본선 진출조차 어려웠을 것이고, 실제로도 가까스로 티켓을 따냈다.
르나르는 떠나며 이렇게 말했다. “그게 축구입니다. 사우디는 월드컵 본선에 7번 진출했고, 그중 두 번은 나와 함께했습니다. 그리고 예선과 월드컵 본선을 모두 지휘한 감독은 나뿐입니다. 적어도 그 점은 자부심으로 남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자부심은 3월 이집트와의 홈 경기 0-4 참패로 크게 흔들렸다. 1994년 월드컵 스타 사이드 알오와이란은 “전반에만 0-6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라고 냉소적으로 말했다. 이미 르나르 감독을 향한 비판 여론이 형성돼 있었고, 여기에 그가 가나 대표팀 감독직 공석과 관련해 접촉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상황은 급속히 악화됐다. 결국 결별로 이어졌다. 사우디에서는 경질 자체보다도 시점이 문제였다는 비판이 많다.
도니스 감독은 4-2-3-1 시스템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준비 시간이 부족한 만큼 우선 팀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으로 만드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르나르 체제 마지막 8경기에서 단 한 번도 클린시트를 기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득점력도 고민거리다. 최종예선 10경기에서 단 7골에 그쳤고, 그마저도 정통 스트라이커가 넣은 골은 하나도 없었다. 재능 있는 선수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리고 이제는 어쩌면 부담도 조금 줄어들었다. 다만 사우디는 내년 1월 처음 개최하는 아시안컵도 준비해야 한다. 1996년 이후 첫 대륙 정상 탈환을 노리고 있으며, 동시에 이번 월드컵은 2034년 자국 개최 월드컵을 향한 본격적인 준비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 감독: 게오르기오스 도니스
도니스 감독의 첫 공식 경기는 하필이면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이 이끄는 우루과이전이다. 준비할 시간은 많지 않다. 도니스 감독은 사우디 프로리그에서 네 개 구단을 지휘한 경험이 있으며, 리그와 선수들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 선임 배경이 됐다. 그는 이번 시즌 알칼리지를 중위권으로 이끌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구단 규모를 고려하면 기대할 수 있는 최대치에 가까운 성적이었고, 경기 내용 역시 준수했다.
▲ 핵심 선수: 살렘 알다우사리
아시아 올해의 선수 수상자 알다우사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르헨티나전 결승골의 주인공이다. 그는 왼쪽 측면에서 안으로 파고드는 플레이로 알힐랄의 핵심 선수 역할을 꾸준히 해왔다. 문제는 어느덧 35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대표팀의 절대적인 에이스라는 점이다. 이는 사우디 입장에서는 우려 요소이기도 하다. 최근 대표팀에서는 예전만 못한 모습을 보였고, 만치니 감독 시절에는 몇 차례 페널티킥을 실축하며 어려움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수이며, 특히 큰 무대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한다.
▲ 주목할 선수: 무사브 알주와이르
무사브 알주와이르는 아직 22세지만 이미 A매치 30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창의적인 미드필더인 그는 뛰어난 시야와 패스 능력, 그리고 경기 템포를 조절하는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 시즌 사우디 프로리그 최고 유망주상을 수상했다. 이후 알카드시아로 이적했고, 브렌던 로저스 감독 아래에서 더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했다. 그의 활약 덕분에 알카드시아는 리그 4위권에 진입할 수 있었다. 알주와이르는 아직 성장 과정에 있는 선수다. 더 큰 기대가 걸려 있다.
▲ 언성 히어로: 피라스 알부라이칸
사우디 스트라이커들은 늘 혹독한 평가를 받는다. 유명 외국인 공격수들과 비교당하는 것은 물론, 출전 시간 부족 문제까지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오른다. 알부라이칸은 아직 25세지만 이미 10년 가까이 대표팀에서 뛴 선수처럼 느껴진다. 클럽에서는 충분한 출전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꾸준히 골을 넣어왔다. 다만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대표팀의 확실한 주전 9번 공격수로 완전히 자리 잡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끊임없이 뛰고, 끊임없이 헌신한다. 또한 지난 4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결승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큰 자신감을 얻은 상태다.
▲ 기억해야 할 선수
살레 알셰흐리: 현대 축구에서는 점점 보기 어려워진 전형적인 스트라이커다. 상대 수비수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끊임없이 각인시키고,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으며, 끝까지 공을 쫓아가고, 상대 입장에서 끈질기고 성가신 공격수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동점골을 넣으며 사우디의 역사적인 2-1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현재 소속팀 알이티하드에서 주전이 아닌 제한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대표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사우디 프로리그의 외국인 선수 증가에 대해 솔직한 견해를 밝혔다. “리그에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있는 것은 양면성이 있어요. 긍정적인 건 카림 벤제마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뛰며 배울 수 있다는 점이에요. 하지만 부정적인 건 출전 기회가 줄어들고 경기 시간을 확보하기가 더 어려워졌요.”
하산 탐바크티: 탐바크티는 현재 사우디를 대표하는 중앙 수비수로 평가받는다. 전 사우디 국가대표 미드필더 압둘라 오타이프는 지난해 11월 방송 인터뷰에서 탐바크티를 향해 강한 찬사를 보냈다. "지금 사우디 최고의 선수는 의심할 여지 없이 탐바크티입니다. 유럽에서 뛰어야 할 선수죠. 필요한 모든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실제로 프랑스와 포르투갈 구단들의 관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27세 탐바크티는 여전히 리야드에 남아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팀과 소속팀 수비진의 리더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사우디 프로리그에 합류한 세계적인 공격수들을 상대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강한 피지컬과 대인 방어 능력은 물론, 빌드업 과정에서도 침착하게 공을 다룰 수 있는 현대적인 센터백으로 평가받는다. 밀란 슈크리니아르와 비교되기도 한다.
모하메드 칸노: 칸노는 사우디를 대표하는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다. 긴 다리와 뛰어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공수 양면을 오가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수다. 2017년부터 사우디 최강팀 알힐랄에서 활약하며 치열한 주전 경쟁 속에서도 꾸준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왔다. 수많은 스타 선수들이 거쳐 간 알힐랄에서 오랜 기간 살아남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르나르 감독은 칸노의 왕성한 활동량과 헌신적인 플레이를 높이 평가했다. 사우디 동부 해안 도시 코바르 출신인 칸노는 경기 내내 끊임없이 뛰며 상대를 압박하고, 공격과 수비를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 다른 무기는 강력한 중거리 슈팅이다. 공간이 열리는 순간 과감하게 시도하는 오른발 슈팅은 상대 골문에 큰 위협이 된다. 화려한 기술이나 스타성으로 주목받는 선수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알힐랄과 사우디 대표팀이 오랜 기간 신뢰해온 이유는 분명하다. 넘치는 에너지와 투지, 그리고 공수 양면에서 보여주는 기여도는 여전히 사우디 중원의 중요한 자산이다.
▲ 사우디 팬들이 월드컵에서 보여줄 특징
알힐랄이 좋은 성적을 거둔 FIFA 클럽 월드컵에서도 사우디 팬들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자국 내 팬들의 티켓 구매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으며, 미국 내 사우디 커뮤니티까지 더해져 마이애미, 애틀랜타, 휴스턴에서는 수천 명 규모의 응원단이 형성될 전망이다. 사우디 프로리그 팬들은 대체로 젊고 열정적이며 목소리가 크다. 아시아 최고 수준의 티포 문화로도 유명하다. 또한 단순히 유럽 울트라스 문화를 따라 하기보다 자신들만의 독특한 응원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글= 존 듀어든(가디언)
편집= 김진혁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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