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보험 약관에 없는 상습적인 티눈 및 굳은살 수술로 수천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면 그 일부를 보험사에 돌려줘야 한다는 원심 판단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 4월 원고 A씨가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피고가 보험 계약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과 함께 이미 지급한 보험금 약 3천494만원을 반환하라며 낸 반소(맞소송)에서 1천784만원을 인용한 원심 판결도 함께 확정됐다.
이 소송은 A씨가 티눈 및 굳은살 치료를 위한 냉동응고술로 2016년 10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보험사로부터 약 3천494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 사건 소송이 제기되기 전 보험사는 2017년 9월 A씨와의 계약이 무효라며 기존에 지급한 1천710만원의 보험금을 돌려달라는 민사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A씨가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취지였다.
이에 A씨는 보험사가 지급 거부했던 8천여만원의 보험금을 마저 받겠다며 소송을 냈고, 보험사는 계약이 무효이므로 보험금을 전부 돌려달라고 맞소송을 낸 것이다.
1심과 2심, 대법원은 모두 보험 약관을 근거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봤다.
약관상 주근깨, 모반, 사마귀, 여드름, 노화로 인한 탈모 등 피부질환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정하는데 티눈 및 굳은살도 같은 성격의 질환으로 본 것이다.
다만 부당이득금에 대한 선행 판결의 기판력(판결이 확정되면 같은 사건으로 다시 판결받거나 판결을 번복할 수 없는 소송법적 구속력)이 미치는 범위를 제외하고 나머지 액수에 대해서만 A씨의 반환 책임을 인정했다.
보험계약의 무효 여부에 대해서는 원심과 대법원이 판단을 달리했다.
원심은 선행 소송 이후 A씨의 수술 횟수 및 보험금 수령액이 폭증하는 등 사정 변경이 있었으므로 이 사건에서 계약 무효 여부를 다시 다툴 수 있다고 전제한 뒤 A씨의 행위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므로 계약 무효라고 봤다.
선행 사건의 변론 종결 후 판결과 모순되는 사정 변경이 있는 경우 기판력의 효력이 차단된다는 법리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의 수술 횟수 증가 등은 기존 사실관계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증거일 뿐이라며 보험 계약이 유효하다고 본 선행 판결의 기판력을 뒤집을 수 없다고 봤다.
기판력을 깨는 사정 변경은 '새로운 사실관계'가 발생했을 때 인정되고, 단순한 증거 보강 및 법리 해석의 변화로는 인정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법리 오해가 판결 결과에 미친 영향이 없으므로 원심의 결론이 정당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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