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서울대교구에 발달장애인 주일학교 17곳…청각장애인 전용 성당도
개신교, 발달장애인 예배 가이드북 발간…청각장애인 불자 위한 수어법회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지난 5월 31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선 여느 때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한 미사가 열렸다.
청소년 주일을 맞아 서울대교구가 특별히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을 위해 마련한 미사였다.
발달장애의 특징적 증상인 반향어(다른 이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나 상동행동(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행동) 등 탓에 평소 미사에 참석하기 어려웠던 발달장애인 신자와 가족들은 "소리 내도 괜찮아!"라는 슬로건이 내걸린 이날 미사에서 마음 편히 기도하고 노래했다.
장애인들은 종교 생활에서도 여러 벽에 부딪힌다. 종교시설까지 가는 것도, 성직자의 말을 들으며 다른 이들과 함께 기도하는 것도 장애인 신자들에겐 쉬운 일이 아니다.
여전히 벽은 높지만, 장애인 신자들을 위해 문턱을 낮추고 꾸준히 사회적·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려는 종교계의 노력들이 곳곳에 있다.
◇ 천주교 서울대교구 장애인 주일학교 17곳…청각장애인 위한 성당도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발달장애인 가족 미사는 2019년부터 매년 5월 한 차례 봉헌돼 왔다. 평소엔 교구 내 17곳(의정부교구 2곳 포함)의 장애인 주일학교에서 발달장애인 미사를 진행한다.
발달장애인 자녀의 돌발 행동이 미사를 방해할까 걱정해 일반 미사에 참여하기 어려웠던 가족들은 주교좌 명동대성당의 아미쿠스 주일학교, 대방동성당의 다올 주일학교 등에서 발달장애인의 눈높이에 맞춘 미사에 참여할 수 있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산하 장애인신앙교육부가 주일학교 교사 교육을 진행하고, 발달장애인을 위한 교리 교육 자료를 마련해 제공하는 등 발달장애인의 원활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장애인신앙교육부의 김세영 신부는 발달장애인 가족 미사 이후 "앞으로도 발달장애인 모두가 편한 마음으로 미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엔 청각장애인 가톨릭 신자를 위한 에파타성당도 있다.
2019년 문을 연 이곳에선 아시아 첫 청각장애인 사제인 박민서 주임신부가 수어로 미사를 집전한다.
◇ 대형교회 장애인 예배 운영…교회용 가이드북 발간하기도
개신교에서도 신자 수가 많고 인프라가 갖춰진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장애인 예배가 진행된다.
1988년부터 장애인대교구를 운영해온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주말마다 발달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신자들을 위한 예배를 각각 진행한다. 교회 차량을 이용해 이동을 지원하고 수어 통역과 점자 성경 등을 제공한다.
장애인대교구장 신효영 목사는 "매주 850∼900명의 장애인 신자 분들이 예배에 참여하신다"며 "더 순수하게 믿음 생활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랑의교회도 장애인선교부를 두고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를 가진 신자들과 청각장애인 신자를 위한 예배를 각각 진행한다. 명성교회와 온누리교회 등 다른 대형교회들도 장애인 신자들을 위한 예배를 운영하며 신앙활동을 지원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는 통합 예배를 진행하는 경우에도 장애인 신자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지난 2월 발달장애인과 함께 예배하고 싶은 교회를 위한 가이드북인 '우리도 발달장애인 예배를 드리고 싶어요'를 발간했다. 이 책에는 발달장애, 경계선 지능장애 등에 대한 이해를 돕는 내용과 함께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예배 매뉴얼과 교사용 지도안 등이 담겼다.
◇ 서울 조계사·광림사에서 정기 수어법회
불교의 경우 기독교에 비해 매주 규칙적으로 종교활동을 하는 신자의 비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장애인 신자를 위한 정기적인 법회도 상대적으로 활발하진 않다.
그러나 사찰에서 함께 기도하고 싶은 장애인들을 위해 꾸준히 법회를 운영하는 곳들이 있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의 장애인 전법팀 원심회는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 조계사 교육문화센터 내 법당(월 1회는 영상 법회)에서 수어 법회를 진행한다.
1988년 설립된 원심회는 불교 수어 표준화와 경전 수어 번역, 수어 교육, 수어 찬불가 제작 등 청각장애인 포교에 앞장서 왔다.
서울 송파구 광림사에서도 매달 한 차례 시각·청각장애인을 위한 법회가 열린다. 한 달에 두 차례 함께 모여 기도도 한다.
현재 광림사 주지이자 사회복지법인 연화원 이사장, 조계종 장애인전법단 단장을 맡고 있는 해성스님이 약 30년 전 청각장애인들과 수어를 배우다 장애인들의 신행활동 필요성을 느껴 시작한 수어 법회가 지금까지 이어졌다.
해성스님은 "장애로 인해 다른 절에 다니기 어려우신 분들이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오신다"며 "법회에서만 끝나지 않고 청각장애인 분들은 공양 봉사로, 시각장애인들은 안마 봉사로 서로 나눠주신다"고 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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