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슈너, 알바니아 플라밍고 서식지 인근에 초호화 리조트 추진
환경운동가 등 수천명 연일 거리로…'플라밍고 혁명'으로 불려
알바니아 총리, 투자 유치 성과 강조…"트럼프 반대파 선동" 주장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알바니아에 추진하는 초호화 리조트 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4일 수천명의 알바니아인들이 수도 티라나 거리로 몰려나와 초호화 리조트 개발 사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쿠슈너가 이끄는 사모펀드 '어피니티 파트너스'는 알바니아 남부 지역의 미개발 해안가에 14억 유로(약 2조5천200억원)를 투자해 객실 1만개 규모의 초대형 리조트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에디 라마 총리가 이끄는 알바니아 정부는 외국 투자 유치 차원에서 관련 법까지 개정해가며 리조트 개발 사업을 승인했다.
그러나 리조트가 세워질 해안가는 플라밍고, 물개, 바다거북 산란지가 있는 습지 보호구역 인근이라 환경운동가들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주 현장에서 기초 공사가 시작되고 중장비가 투입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시위가 촉발됐고, 이어 수도에서도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조류학자 레디 셀제카이는 로이터에 "물론 국가에 투자가 이뤄지는 건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어디에 건설할지는 매우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며 "이 지역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데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플라밍고 모양의 분홍색 풍선을 들고 거리에 나와 "혁명"과 "프로젝트 중단" 등의 구호를 외쳤다. 라마 총리 관저 앞에는 총리 사퇴를 촉구하는 플래카드도 걸렸다. 현재 시민사회와 국제 언론은 이 운동을 '플라밍고 혁명'이라 부르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작가 린디타 코마니는 "알바니아는 파는 게 아니다. 알바니아는 알바니아 국민 것이며, 이곳에서 무엇을 할지는 우리가 결정한다"며 "일부 부패한 정치인들이 알바니아 유산을 어떻게 할지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항의했다.
리조트 개발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자 현지 검찰은 이 사업을 가능하게 한 보호구역 지정 변경과 토지 소유권 이전 과정에 위법성이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라마 총리는 그러나 5일 폴리티코 유럽판과 인터뷰에서 쿠슈너의 리조트 사업을 옹호하며 알바니아 관광 산업 발전을 위한 옳은 결정이라고 항변했다.
라마 총리는 "외국인이 최우선 순위다. 외국인이 알바니아인들을 위해 국가에 돈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라며 자신이 2013년 취임한 이래 국내총생산(GDP)이 3배로 늘었다고 강조했다.
라마 총리는 또 "재러드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알바니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라며 "트럼프 반대파"들이 시위를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시위를 '플라밍고 혁명'이라고 규정하는 것에도 반대하며 허위 정보가 실제 시위자 수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알바니아가 과거 이란 반체제 인사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해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하이브리드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는 의심을 드러냈다.
라마 총리는 아울러 이번 사태가 알바니아의 유럽연합(EU) 가입에 장애가 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알바니아는 2030년 EU 가입을 희망하고 있다.
라마 총리는 이 리조트가 사회와 생물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유럽 지도자들이 "플라밍고와 개발이 아름답게 공존하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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