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국내 정신의료기관이 과밀 병실과 노후 시설, 인권 보호에 미흡한 보호실 환경 등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현행 시설기준을 전면 재정비하고 중장기 시설 개선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6일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전남대학교병원 연구진에 의뢰해 수행한 ‘정신의료기관의 인권친화적 치료 시설·환경 구현을 위한 모델 개발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정신의료기관은 병상당 면적이 낮고 5~6인실 중심의 병실 구조가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진은 국·공립병원과 전문병원 등 17개 정신의료기관을 현장 조사하고 전국 172개 기관의 병동부 도면을 수집해 이 중 111개 도면을 분석했다. 또 일본과 대만의 정신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고 영국·미국·호주·캐나다 등의 시설기준과 운영 사례를 비교 분석했다.
조사 결과 국내 정신의료기관은 병동 내 관찰 사각지대와 위생·감염관리 취약 구조, 사생활 보호 기능이 부족한 보호실 설비 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병실 과밀화와 폐쇄적 공간 구조는 환자의 인권 보장과 치료 환경 개선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반면 해외 주요 국가는 개인 공간 확대와 자연채광 확보, 야외활동 공간 조성, 자해 방지 설계 등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영국과 미국, 호주 등은 격리와 강박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병동 구조와 시설기준을 개선하고 있으며 일본과 대만 역시 개방적이고 치료 중심의 환경 조성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정신의료기관의 시설·환경 개선을 일회성 사업이나 개별 기관의 자율적 노력에 맡기는 방식으로는 구조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범정부 차원의 중장기 마스터플랜 수립과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설 개선 재정과 관련해서는 병상 수를 유지할 경우 약 4조8000억원, 병상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일 경우 약 1조4000억원의 중장기 사업비가 필요하다고 추계했다. 연구진은 시설기준 강화와 함께 수가 현실화, 적정 인력 확보, 지역사회 정신건강 체계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정신의료기관의 시설 및 환경 개선은 정신장애인의 인권과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인권 책무이자 공공 투자”라면서 “정신의료기관의 보호병동이 회복과 존엄의 치료공동체로 전환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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