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강경민(29·SK슈가글라이더즈)은 쉽게 들뜨지 않았다. 소속팀 SK슈가글라이더즈가 정규리그 21경기를 모두 이기는 전승 우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그는 먼저 “챔피언결정전까지 전승으로 끝냈다면 더 뜻깊었을 텐데 그 부분은 아쉽다”고 했다.
한국 핸드볼 새 역사를 쓴 팀의 핵심 선수 말치고는 담담했다. 그러나 그 담담함 속에는 오랫동안 코트를 지켜온 선수만이 가질 수 있는 책임감과 기준이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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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슈가글라이더즈는 최근 핸드볼 H리그를 대표하는 팀이다. 2023년 출범한 H리그에서 통합우승 3연패를 이뤘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정규리그 21전 전승이라는 기록을 썼다. 그 중심에 센터백 강경민이 있었다. 판단력과 스피드,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을 갖춘 그는 SK 공격의 핵심이자 팀이 흔들릴 때 중심을 잡는 선수다.
165cm 55kg의 아담한 체격에도 다부지고 영리한 플레이가 강점인 강경민은 전승 우승의 의미를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는 “다음 시즌 신생팀 창단돼 리그에 합류하면 경기 수가 21경기에서 24경기로 늘어난다”며 “앞으로 24경기를 모두 이겨 전승 우승할 팀이 또 있을까 싶다”고 했다. 이어 “이 기록이 깨지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며 “그래서 이번 전승 우승은 저와 우리 팀 모두에게 뜻깊다”고 말했다.
모든 승리가 쉬웠던 것은 아니다. 전승이라는 결과만 놓고 보면 SK가 시즌 내내 압도적으로 달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강경민은 “고비는 중간중간 계속 있었다”고 했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 순간 선수들 사이에 불안감도 없지 않았다. 그는 “그때 분위기나 상황 때문에 ‘이러다 질 수도 있겠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며 “그럴 때마다 분위기를 우리 쪽으로 가져오려고 했고, 상대에게 흐름을 최대한 주지 않으려 했다”고 돌아봤다.
강팀은 위기가 없어서 강한 것이 아니다. 위기가 왔을 때 무너지지 않기 때문에 강하다. 강경민의 말 속에는 SK가 전승 우승에 이룬 방식이 담겨 있다. 선수들은 매 경기 무너지지 않으려 버텼다. 흔들릴 때마다 다시 균형을 잡았다. 강경민은 그 과정에서 팀의 리듬과 온도를 조절하는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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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민은 시즌이 끝난 뒤 한 달 가까이 휴식을 보냈다. 그는 “휴가 기간에는 휴식에 집중했다”고 했다. 특별한 훈련보다 몸을 회복하는 것이 먼저였다. 장기레이스를 달려온 선수에게 휴식은 사치가 아니라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다. 하지만 휴식은 길지 않았다. SK 선수단은 오는 20일 전남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리는 ‘2026 한·일 핸드볼 클럽 슈퍼매치’를 앞두고 다시 소집됐다. 한국 챔피언 자격으로 일본 우승팀과 맞붙는 단판 승부다.
강경민은 “이제 휴식은 끝났다”고 했다. 짧은 한마디지만 다시 코트로 돌아온 선수의 결연함이 있었다. 그는 “한일전인 만큼 좋은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재미를 드리고 싶다”며 “일본 팀이 경기력이나 여러 상황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우리는 한국 우승팀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나가는 만큼 최대한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전은 언제나 특별하다. 종목을 막론하고 선수들에게는 자존심이 걸린 무대다. 강경민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상대가 까다로운 팀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한국 챔피언이라는 자존심이 걸려 있다”면서 “최대한 몸 상태를 끌어올려 멋진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강경민은 인터뷰 말미에 은퇴에 관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했다. 그는 선수 생활의 끝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본인이 처한 현실을 담담하게 인정했다. 그는 “은퇴 계획이 있기는 하다”면서 “올해나 내년이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는 부상이다. 특히 어깨 상태가 좋지 않다.
강경민은 “지금 어깨가 많이 안 좋다”면서 “할 수 있을 만큼은 하고 있는데, 내 몸이 어떻게 따라줄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이 끝나고 나서 어깨 상태가 더 나빠졌다. 수술 진단도 받았다. 다만 당장 수술대에 오를지, 재활과 치료로 버틸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그는 “한일전이 끝난 뒤 재활을 하면서 치료를 받고 버텨보려고 한다”면서 “구단과도 그렇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강경민은 화려한 수식어보다 ‘버틴다’는 말을 더 가까이 두고 있었다. 아픈 몸을 숨기며 무리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팀을 위해, 또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끝을 위해 하루하루 더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강경민은 개인적인 목표를 묻는 질문에도 개인 기록을 앞세우지 않았다. 그는 “개인 목표라기보다는 제가 이 팀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계속 우승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득점왕 출신의 간판선수이지만, 그의 시선은 늘 팀에 머물러 있었다. 코트 위에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 팀이 가야 할 방향, 함께 만든 우승의 가치가 인터뷰 내내 반복됐다.
선수 생활은 누구에게나 순탄하지 않다. 강경민도 “모든 운동선수가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다 잘 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 역시 크고 작은 굴곡을 지나왔다. 그래도 그는 코트를 떠나지 않았고, 전승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만들었다. 성실함은 때로 느리게 보이지만, 결국 가장 멀리 간다. 강경민의 시간이 그랬다.
강경민은 이제 다시 한 번 코트에 선다. 전승 우승의 여운을 뒤로하고 한국 핸드볼 챔피언이라는 이름을 달고 한일전을 준비한다. 강경민은 큰소리로 자신을 포장하지 않았다. 대신 “최선을 다해 뛰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강경민 프로필
1996.11.08. 165cm 센터백/레프트 백
인천송현초-인화여중-인천비즈니스고-SK슈가글라이더즈
2016 SK핸드볼코리아리그 신인왕
2019~20 SK핸드볼코리아리그 MVP·득점왕
2020~21 SK핸드볼코리아리그 MVP·득점왕
2020 도쿄올림픽 여자핸드볼 국가대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핸드볼 은메달
2022~23 SK핸드볼코리아리그 MVP·득점왕
2023 파리올림픽 아시아예선 대회 MVP
2023~24 신한 SOL페이 H리그 챔피언 결정전 MVP
2024 파리올림픽 여자핸드볼 국가대표
2025~26 핸드볼 H리그 베스트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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