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간편결제 앱 페이페이가 생명보험사 인수에 나섰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그룹 계열 결제 플랫폼 페이페이는 T&D홀딩스로부터 T&D파이낸셜생명보험 지분 70.2%를 1343억엔, 달러 기준 약 8억40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거래 완료 시점은 내년 10월로 예정됐다.
이번 거래는 단순한 보험사 인수가 아니다. 일본 간편결제 시장을 장악한 페이페이가 결제, 보험, 자산관리, 고객상담, 인공지능 기반 금융 서비스를 하나의 앱 안에 묶겠다는 신호에 가깝다. 편의점과 음식점에서 쓰던 결제 앱이 생활금융의 입구로 바뀌는 것이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T&D파이낸셜생명은 소프트뱅크그룹의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페이페이는 이번 인수가 더 넓은 금융 서비스 진출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생명보험을 더해 고객의 일상 결제, 보장, 자산 형성 단계까지 금융 접점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지분 구조도 눈에 띈다. 주식 인수 완료 뒤 T&D홀딩스와 원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OneIM Indigo는 주주 간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T&D홀딩스는 T&D파이낸셜생명 주식 23만8400주, 지분율 14.9%를 계속 보유한다. 계약에는 페이페이가 거래 완료 후 행사할 수 있는 콜옵션과 T&D홀딩스가 거래 완료 뒤 3년 안에 행사할 수 있는 풋옵션도 포함됐다. 페이페이가 향후 지분을 더 늘릴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구조다.
페이페이가 노리는 것은 보험 판매망이다. 양측은 페이페이 앱을 통해 타이요생명 보험상품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상품 개발과 시스템 설계도 함께 진행한다. 일본 소비자가 이미 자주 쓰는 결제 앱 안에서 보험 가입, 상담, 사후 관리까지 이어지면 기존 보험 영업 방식도 흔들릴 수 있다.
핵심은 데이터와 인공지능이다. 페이페이는 결제 앱을 통해 소비자의 결제 빈도, 생활 패턴, 금융 이용 흐름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생명보험사의 상품 설계와 계약 관리 기능이 붙으면 고객별 맞춤형 보험과 자산관리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소프트뱅크 및 계열사가 보유한 AI 기술과 인프라도 콜센터 운영, 인바운드 상담, 고객 서비스, 내부 업무 효율화 실험에 투입될 예정이다.
일본 금융권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변화다. 은행과 보험사가 지점과 설계사, 콜센터를 중심으로 고객을 관리했다면 페이페이는 앱을 통해 고객의 일상 접점을 이미 확보했다. 금융상품 판매의 출발점이 은행 창구나 보험 설계사가 아니라 스마트폰 첫 화면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거래는 소프트뱅크그룹의 금융 전략과도 맞물린다. 소프트뱅크는 통신, 인터넷, 결제, AI를 결합해 생활 플랫폼을 넓혀왔다. 페이페이가 보험사를 품으면 그룹 안에서 결제 데이터, 금융상품, AI 상담, 고객 관리가 연결된다. 금융회사를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확보한 앱 고객 위에 보험 기능을 얹는 방식이다.
페이페이는 인수 이후 T&D파이낸셜생명과 함께 보험상품 공급, 시스템 개발, 고객 서비스 고도화, 업무 자동화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보험업은 규제 산업인 만큼 단기간에 모든 서비스가 바뀌기는 어렵다. 그러나 결제 앱이 보험사의 최대 판매 채널로 부상할 경우 일본 금융시장의 유통 구조는 다시 짜일 수 있다.
마르쿠스 브루너마이어 프린스턴대 교수는 디지털 화폐와 플랫폼 금융 연구에서 “디지털 화폐는 여러 활동을 모으는 대형 플랫폼 안에서 번성할 수 있다”며 “그 플랫폼들은 상거래와 금융, 사회적 활동의 시너지를 활용하는 폐쇄형 생태계로 조직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Copyright ⓒ 뉴스로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