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포커스] 카카오, 지배구조 준수율 ‘93.3%’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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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포커스] 카카오, 지배구조 준수율 ‘93.3%’의 함정

한스경제 2026-06-06 09: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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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나온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연합뉴스
지난해 10월,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나온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연합뉴스

| 서울=한스경제 석주원 기자 | 정신아 대표 2기 체제에서 체질 개선과 거버넌스 신뢰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카카오가 외형적인 지배구조 개선 지표 달성에도 불구하고 ‘알맹이 빠진 쇄신’이라는 시장의 평가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말 공시된 카카오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제시한 지배구조 핵심지표 15개 항목 중 14개를 준수해 93.3%의 높은 이행률을 기록했다.

유일한 미준수 핵심지표이자 소액주주 권익 대변의 핵심 장치로 꼽히는 ‘집중투표제 채택’은 올해 개정 상법에 맞춰 정관을 변경함으로써 내년부터는 핵심지표 100% 준수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집중투표제 도입은 개정 상법 시행일인 9월 10일 이후 최초로 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 소집이 있는 경우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처럼 높은 준수율로 정량적 성과를 달성했음에도 주주들은 실질적인 주주 보호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최대주주의 사법 리스크…금융 영토 흔들

현재 카카오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최고경영진과 창업주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다. 김범수 창업주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의 시세 조종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전부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검찰이 즉각 항소하면서 사법 불확실성은 장기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달 말 2심 첫 공판기일을 시작으로 연내에 2심 판결이 나올 예정이지만 대법원까지 넘어갈 경우 최종 판결은 내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 최대주주이기도 한 김범수 창업자 리스크는 단순히 개인의 법적 책임 문제를 넘어 카카오의 금융 계열사 카카오뱅크의 지배권이 박탈당할 수 있는 치명적인 리스크로 꼽힌다. 인터넷전문은행법 등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금융당국은 정기적으로 최다출자자 1인인 김범수 창업자(카카오 지분 13.30% 보유)를 대상으로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한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법인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확정받거나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생길 경우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보유 지분(27.16%) 중 10% 초과분인 17.16%를 강제 매각해야 한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서는 금융업 지배력을 통째로 잃을 수 있는 시나리오가 상존하는 셈이다.

실제로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페이는 지난 2023년 글로벌 금융 허브 도약을 목표로 미국 증권사 시버트 파이낸셜 인수를 추진해 약 1039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1차 거래까지 마친 바 있다. 하지만 카카오의 사법리스크가 수면 위로 오르자 미국 시버트 측은 이를 ‘중대한 부정적 영향’으로 규정해 계약 무산을 통보했고 경영권 인수는 좌절됐다.

▲ 끝나지 않은 ‘쪼개기 상장’의 덫

이미 여려 차례 논란을 빚어온 자회사 쪼개기 상장 역시 카카오의 주주가치를 해치는 대표적인 리스크 요인이다.

카카오는 그동안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등 핵심 사업부들을 물적분할한 뒤 계열사 단위로 연쇄 상장시키는 수직계열화 전략을 지속해 왔다. 이는 모회사 주주의 가치를 극단적으로 훼손하는 더블 카운팅(중복 계산)과 지주사 할인을 유발해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이 상황에서 지배구조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른 곳이 바로 카카오모빌리티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자회사의 중복 상장 심사 시 자금 조달의 타당성을 엄격하게 따지기 시작한 상황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독자적인 재무 상태는 추가 상장의 명분을 떨어뜨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 이후 매년 4000억~6000억원 규모의 안정적인 현금성 자산을 유지해 왔으며 실제 현금 창출력 지표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과 잉여현금흐름(FCF) 역시 가파르게 성장했다. 2025년 기준 카카오모빌리티의 EBITDA는 2033억원, FCF는 1300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는 모회사 주주가치를 훼손해가면서까지 자본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야 할 재무적 명분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논란에도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장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글로벌 사모펀드(PEF) TPG(텍사스퍼시픽그룹) 등 재무적 투자자(FI)들과 맺은 족쇄 계약에 기인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약속된 기한 내에 상장(IPO)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사실상 카카오 본사가 자회사 경영권을 상실하게 되는 구체적인 조항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경영권을 지키려는 카카오 본사와 투자금 회수(Exit)를 요구하는 FI의 압박 그리고 대기업의 무분별한 쪼개기 상장을 엄단하려는 정책 환경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카카오 거버넌스의 가장 취약한 민낯을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다.

▲ ‘지배구조 선진화’ 외치지만...실질 효력은 ‘글쎄’

카카오는 독립 외부 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를 출범시키고 자회사 추가 IPO 시 주주 소통을 의무화하는 등 개선안을 추진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소각 등 3개년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을 마련하고 계열사 수를 기존 120여개에서 87개(5월 말 기준)로 축소하는 포트폴리오 슬림화를 단행하는 등 체질 개선을 공식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사법 압박과 자본시장의 요구에 대응하는 미봉책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이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을 확보했다는 카카오의 주장이 무색하게 지난해 이사회 안건 찬성률은 99.5%에 달했다. 사외이사들이 독립적인 경영 감시자 역할을 수행하기보다는 대주주와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거수기 역할만 한 셈이다.

투자시장 관계자는 "압도적인 소액주주 비율에 걸맞게 정관상 집중투표제 적용 시점을 앞당기고 이사회의 독립적 견제력을 실질적으로 복원해야 한다"며 "동시에 자회사 쪼개기 상장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보다 강력한 주주 권익 보장 정책을 선제적으로 정비하지 않는다면 주가의 본질적 반등과 신뢰 복원은 요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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