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패션 플랫폼의 지나친 ‘빠른 배송’ 경쟁이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과당경쟁에서 비롯된 재고 부족을 시작으로 잦은 일정 변경, 거짓 재고 공지 등 플랫폼의 관리 부실이 소비자 피해로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주요 패션 플랫폼 4개사와 관련해 접수된 피해구제 신청건수는 총 165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337건이 접수,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30.6%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교환·환불 관련 민원이 51.3%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고객센터 불만(15.5%) △배송 지연(11.1%) △약속 불이행(11.0%) 등이 뒤를 이었다.
이번 집계에서 주목할 점은 배송 지연 문제가 일정 지연에 대한 불만을 넘어 판매자가 계약 조건을 어겼다고 판단하는 ‘약속 불이행’ 민원으로 직결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패션 플랫폼 업계는 최근 ‘퀵배송’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서비스는 플랫폼이 직접 물류를 통제할 수 있는 일부 상품에 한정되는 경우가 대다수로, 상당수 입점업체 상품은 여전히 공급 일정과 생산계획의 영향을 받는 구조여서 일괄적으로 빠른 배송 시스템을 적용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부작용의 원인으로 재고 운영 방식의 변화를 꼽는다. 과거에는 상품을 먼저 확보한 뒤 판매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주문량을 확인한 뒤 생산이나 사입을 진행하는 선주문 기반 운영이 확대되면서 주문과 실제 재고 현황과의 정보 오차를 양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재고 폐기와 할인 판매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생산 일정이 지연될 경우 배송 차질 역시 불가피하기 때문에 연관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게 되는 구조가 된다.
실제 공급 일정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배송 예정일이 먼저 제시되는 판매 공지와 시스템이 고착화된 탓에 주문 이후 생산 지연을 비롯해 원부자재 수급 문제, 거래처 사정 등의 문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가 제반 부담을 떠안는 구조가 일반화되며 각종 피해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류 플랫폼 쇼핑 후기를 보면 “약속된 발송 기한 마지막 날에 일정 연기 안내를 받았다”며 “일정에 맞춰 준비한 계획이 틀어져 난감했다”고 토로하는 등 여러 피해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어 판매자 측은 “상품 입고 일정은 제작사 사정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며 입고 날짜가 확정되면 안내드리겠다”는 대응을 내놓으며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해당 소비자는 “배송 예정일을 근거로 구매를 결정했는데도 책임 있는 설명이나 대안은 없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판매자들은 대체로 입고 지연이나 제작사 사정 등을 이유로 들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송 일정 역시 계약의 핵심 조건이라는 점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의류는 여행, 행사, 면접 등 특정 일정에 맞춰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배송 지연이 단순 불편을 넘어 구매 목적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다. 배송 예정일이 상품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는 만큼 일정 변경에 대한 소비자 민감도도 높을 수밖에 없어 플랫폼 차원의 기민한 점검과 소비자 대응이 수반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뚜렷하지 않은 보상 체계 역시 문제다.
현재 플랫폼별 보상안을 살펴보면 배송 예정일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피해 고객에 대한 보상 규모는 일부 포인트나 소액 쿠폰을 지급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매 결정의 핵심 조건으로 활용되는 것과 비교하면 책임 체계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유선 고객센터 축소와 AI 챗봇 중심 상담 체계 확산도 불만을 키우는 화근으로 지목된다. 비용 효율화 차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배송 지연이나 환불 분쟁처럼 설명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소비자 체감 만족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패션 플랫폼은 자체 물류를 직접 통제하는 구조가 아니라 입점 판매자와 제작업체, 물류망이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어 배송 일정을 100% 관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다만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실제보다 낙관적인 배송 정보를 제공하거나 불확실한 일정을 확정적으로 안내하는 것은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배송 예정일 자체보다 정보 제공 방식. 제작 단계, 예상 소요 기간, 배송 가능성 등을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향이 필요하다”며 “단기 매출 확대를 위해 무리하게 배송 정보를 제시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거래 신뢰를 훼손해 사업자에게도 불리할 수 있어 신뢰 관계를 쌓는 데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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