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첫 번째)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형님저요 고깃집에서 (오른쪽 두 번째)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을 만나 '삼겹살 회동'을 즐기며 건배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Go 코리아, Go SK, Go LG, Go 네이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 방문 첫날부터 홍대 한복판에서 한국식 '불금 회식'을 맛봤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인 '삼쏘' 만찬에 이어 치킨집 2차까지 함께하며 약 3시간 반 동안 협력을 다졌다.
지난 5일 오후 7시께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서울 마포구 홍대서 저녁 만찬을 진행했다.
이들이 만찬을 즐긴 곳은 홍대입구역에서 불과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고깃집 '형님, 저요'다. 1997년부터 홍대 일대에서 영업해 온 음식점으로, 영국 유명 셰프 고든 램지가 방문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장소 이름도 화제가 됐다. 황 CEO는 지난해 방한 당시 '깐부치킨'을 찾아 상호명과 맞물린 재치 있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이번 회동 장소에는 '형님'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서 수장들 사이의 형님 순서에도 관심이 쏠렸다. 이들 중 1960년생인 최태원 회장이 가장 연장자이고, 1963년생인 황 CEO, 1967년생인 이해진 의장, 1970년생인 정의선 회장, 1978년생인 구광모 회장 순이다.
'형님회동'에 모인 AI 거물들···막내 구광모가 첫 도착
이날 가장 먼저 식당을 찾은 인사는 '막내' 구광모 회장이었다. 오후 7시로 예정된 회동보다 8분 이른 오후 6시52분께 도착했다. 구 회장은 카라티와 가디건, 캐주얼한 슈트 바지 차림으로 식당에 들어섰다.
이어 최태원 회장이 오후 6시53분께 도착했다. 최 회장은 남색 셔츠에 흰색 바지를 입고, 손에는 슈트 재킷을 든 모습이었다. 이해진 의장도 곧바로 식당에 들어섰다. 이 의장은 린넨 계열의 흰색 겉옷과 회색 바지 차림이었다. 세 수장 모두 별도 발언 없이 식당 안으로 향했다.
황 CEO는 오후 7시9분께 모습을 드러냈다. 트레이드마크인 검은색 가죽 재킷에 검은색 바지 차림이었다. 황 CEO는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사인 요청에 응하는 등 적극적인 팬서비스를 보였다. 이날 자리에는 황 CEO의 장녀 메디슨 황 엔비디아 수석 이사도 동행했다.
네 형님이 모인 테이블에서는 격의 없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젠슨황 양 옆자리는 최태원 회장과 이해진 의장이, 맞은편에는 구광모 회장이 자리했다. 황 CEO는 이들에게 직접 맥주를 따라주고 연신 잔을 부딪쳤다. 술을 따를 때도 나이나 직함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듯한 편안한 모습이었다.
황 CEO가 가장 먼저 맛본 음식은 한국의 매운맛을 느낄 수 있는 고추였다. 황 CEO는 고추를 된장에 찍어 한입 먹은 뒤 매운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이어 쌈도 먹었다. 이 쌈은 이해진 의장이 먼저 시범을 보인 뒤 황 CEO가 따라 했다는 후문이다.
삼겹살은 구광모 회장이 직접 구웠다. 수장들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린 구 회장은 가위로 고기를 자르고 굽는 것은 물론, 물잔과 휴지 세팅까지 도맡았다.
식사 중에는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와 게임 등을 주제로 환담이 이어졌다. 황 CEO가 이 의장의 어깨를 두드리고, 구 회장이 황 CEO의 이야기에 크게 웃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오는 8일 별도 미팅이 예정된 만큼 이날 자리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친목을 다지는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황 CEO가 먼저 건배를 제안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식당 사장이 맥주에 소주를 따른 뒤 숟가락으로 컵을 치며 폭탄주를 제조해 황 CEO에게 대접하자, 이어 황 CEO도 이를 따라 하며 폭탄주를 만들기도 했다.
(오른쪽)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형님저요 고깃집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삼겹살 회동'을 즐기던 중 잠시 야외로 나와 'HBM 칩스'를 시민들에게 선물해주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HBM은 내 것" 외친 젠슨 황···한국을 위한 선물 힌트 줬다
황 CEO 특유의 팬서비스도 빠지지 않았다. 주변 손님들에게 다가가 사인과 사진 요청에 흔쾌히 응하고, 아이들에게는 직접 사인한 야구공과 직접 사인한 100달러 지폐를 선물했다.
식사 중 네 총수는 식당 밖으로 나와 기다리던 시민과 취재진에게 찹쌀도넛, 붕어빵, 바나나우유, 비락식혜 등을 나눠주기도 했다. 최 회장과 황 CEO는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모티브로 한 과자 'HBM칩'도 나눠줬다.
황 CEO는 최 회장이 HBM칩을 나눠주자 "HBM is mine. I love HBM(HBM은 제 것입니다. 저는 HBM을 사랑합니다)"이라고 말하며 장난스럽게 HBM칩을 뺏어가기도 했다. 이어 "Everyone likes HBM(여기 모두가 HBM을 사랑하네요)"이라고 농담했다. 즉석에서 HBM칩 봉지를 뜯어 과자를 맛본 뒤 일부를 시민들에게 직접 건넸다.
황 CEO는 한국을 위한 '선물'에 대한 힌트도 흘렸다. 황 CEO는 "아주 큰 신규 사업들이고, 한국은 정말, 정말 바빠질 것"이라며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베라 루빈', 베라 중앙처리장치(CPU), 엔비디아의 첫 AI 노트북 라인업 'RTX 스파크',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과 피지컬 AI를 위해 설계된 최첨단 AI 엣지 슈퍼컴퓨터 '젯슨 토르' 등 네 가지를 언급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가 5일 오후 2첧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BBQ'를 찾았다. 사진=권지용 기자
이해진 의장이 '네이버페이'로 계산···2차 BBQ서는 '치킨 회동' 재현
이날 고깃집 회동은 오후 9시10분께까지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지난해 '깐부 회동'이 약 1시간가량 진행된 것과 비교하면 더 긴 시간이었다. 후식으로 계란찜과 김치말이국수도 야무지게 먹었다.
이날 카드를 꺼낸 인물은 이해진 의장이었다. 이 의장은 네이버페이의 오프라인 결제 단말기 '커넥트'를 통한 안면결제로 모든 테이블의 식사비를 결제했다. 결제하는 동안 현장에 있던 시민과 손님들은 "네이버, 네이버!!"를 외쳤다. 황 CEO는 이 의장과 어깨동무를 한 채 네이버페이 결제 장면을 신기한 듯 지켜봤다.
이들은 곧바로 홍대 일대를 직접 걸어 2차 장소인 BBQ로 향했다. 앞서 노래방이 2차 장소로 알려졌으나, 엔비디아 측 선택으로 BBQ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네시스BBQ에서도 사전에 방문 계획을 통보받지 못했다고 한다. 매장 안은 이미 식사를 즐기던 손님들로 가득했고, 손님들은 갑자기 등장한 인사들을 보고 환호했다.
치킨 회동에는 황 CEO의 아내 로리 황도 동석했다. 자리는 젠슨황 CEO와 로리 황, 이해진 의장이 나란히 앉았고, 최태원 회장과 구광모 회장이 마주봤다. 메뉴는 위스키와 BBQ의 대표 메뉴인 '황금올리브 치킨'였다.
황 CEO와 총수들은 중간중간 밖으로 나와 시민들에게 치킨과 HBM칩을 나눠주는 모습도 보였다. 최 회장에게 치킨을 받은 일부 시민은 "SK하이닉스 주식이 20만원일 때 들어갔다"고 외치자 최 회장은 "지금은 200만원대입니다"라고 자랑스레 답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폴리스라인 앞에서 현장을 통제하던 경찰관들에게도 "고생하십니다"라고 말하며 닭다리를 건넸다. 치킨집에 오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젠슨 loves chicken(젠슨이 치킨을 사랑해서요)"이라고 답했다.
이날 치킨 회동은 약 1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계산은 가장 형님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맡아 전 테이블 식사비를 결제했다. 황 CEO가 먼저 인사를 하며 자리를 떠났고, 총수 세 명도 나이 순으로 잇달아 매장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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