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여름밤, 울창한 숲속을 가로지르는 화려한 조명 열차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충청남도 예산에 위치한 국내 최대 인공 호수, 예당호의 풍경이다.
낮 동안 탁 트인 호수 위 출렁다리를 걸으며 아찔한 스릴을 즐겼던 관람객들은 밤이 되면 전혀 다른 세상과 마주한다. 전국 최초로 도입된 야간 경관 조명 모노레일을 타고 빛의 터널을 통과하는 순간, 도심 속 피로는 어느새 시원한 호숫바람에 씻겨 내려간다. 초여름 밤을 화려한 야경으로 물들이며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이끈 예당호의 밤 풍경을 담았다.
수면 위를 걷는 듯한 아찔함, 예당호 출렁다리의 웅장한 규모
예당호 출렁다리는 충청남도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거대한 인공 호수인 예당호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며 웅장하게 서 있다. 커다란 기둥에 튼튼한 케이블을 연결해 다리를 지탱하는 현수교 방식으로 지어졌는데, 국내에서 가장 긴 축에 속하는 보행자 전용 다리다.
물속에 깊이 박힌 주탑의 높이만 해도 아파트 수십 층 높이에 달해 먼 곳에서도 시선을 압도한다. 숲속 골짜기나 깊은 산악 지대에 놓인 일반적인 흔들다리와 달리, 이곳은 잔잔하게 일렁이는 호수 수면과 발바닥이 거의 맞닿을 듯 가깝게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다리 중앙부에 다다를수록 좌우로 살랑거리는 기분 좋은 흔들림과 함께 발밑으로 푸른 호숫물이 고스란히 내려다보여, 마치 물 위를 사뿐사뿐 걸어가는 듯한 짜릿한 긴장감과 해방감을 동시에 느껴볼 수 있다.
다리 주변으로는 나지막한 언덕과 우거진 초록 숲이 사방으로 겹쳐지며, 탁 트인 수평선과 싱그러운 숲의 정취를 한 화면에 담아내는 훌륭한 조망권을 선사한다.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985만 명이 넘는 엄청난 인파가 이 다리를 건너갔다는 기록적인 수치는, 이곳이 지닌 압도적인 규모감을 넘어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시각적 즐거움과 감동을 전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증거다.
녹음 우거진 호숫가 산책과 밤하늘에 울려 퍼지는 음악분수
출렁다리를 무사히 건너오면 잔디밭 위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야외 조각공원이 관람객들의 다음 발걸음을 부드럽게 이끈다. 푸른 잔디와 나무들 사이에 격조 높은 미술 조각품들이 알맞은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어, 천천히 거닐며 작품을 감상하는 예술적인 여유를 부려보기 좋다.
조각공원을 지나면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나무 데크 산책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가파른 벼랑이나 호숫가 물 위에 기둥을 세우고 나무 발판을 깔아 만든 이 잔도 산책로는, 초여름의 우거진 나뭇잎들이 시원한 그늘막을 만들어주어 내내 쾌적하게 걸을 수 있다. 맑은 햇살이 호수 표면에 부딪혀 보석처럼 반짝이는 윤슬을 바라보며 걷는 이 길은, 답답한 도심 속 아스팔트 위에서는 좀처럼 만끽하기 힘든 청량한 해방감을 몸과 마음에 가득 채워준다.
나무 발판 길의 끝자락에 다다르면 호수 전체를 수평으로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는 아담한 전망대가 나타난다. 여기서 바라보는 정취도 훌륭하지만, 진짜 반전은 사방에 짙은 어둠이 깔리는 저녁 시간에 찾아온다. 야간 개장 시간에 맞춰 호수 한가운데서 화려한 음악분수 쇼가 힘차게 가동되기 때문이다. 잔잔하던 호수 위로 수십 미터 높이의 물줄기가 솟구치고, 형형색색의 조명빛이 비추며 잔잔한 음악에 맞춰 거대한 물결이 춤을 추는 야간 풍경은 낮 동안의 정적인 호수와는 전혀 다른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여운을 깊게 남긴다.
미디어아트로 물드는 밤하늘… 국내 최초 야간 테마 모노레일
예당호의 명물로 떠오른 모노레일은 호숫가와 울창한 숲속을 가로지르는 총 1320m 길이의 전용 궤도를 약 22분 동안 천천히 순환하는 색다른 탑승형 이동 시설이다. 한 차량에 24명까지만 정원으로 태우는 소규모 열차 형태로 움직이기 때문에, 소음이 적고 조용하게 주변 경치를 음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모노레일은 컴퓨터나 전화기를 통한 온라인 사전 예약 제도를 두지 않고, 오로지 현장에 도착한 순서대로 매표소에서 표를 구매하는 방식으로만 이용할 수 있다. 꽃이 피고 날씨가 선선한 성수기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나들이객들로 인해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는 일이 잦다. 따라서 예당호에 도착하자마자 모노레일 승차장으로 먼저 이동해 원하는 시간대의 탑승권을 미리 손에 쥐어두는 것이 전체 여행 시간을 알차게 아끼는 현명한 방법이다.
무엇보다 이 시설의 진정한 묘미는 해가 완전히 지고 난 뒤의 밤 시간대에 유감없이 발휘된다. 전국 최초로 야간 경관 조명 설비를 차량과 선로 주변에 도입한 테마형 열차답게, 캄캄한 밤의 숲길을 통과할 때 빛을 이용한 시각 예술 기술인 미디어아트 요소가 사방에 펼쳐진다. 사방이 어두운 공간에서 형형색색의 빛의 터널을 지나거나 홀로그램 영상이 나무들 사이에 나타나는 등, 낮에 타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인상적이고 신비로운 야간 탐험의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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