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4.2% 폭락, 금리인상 공포 덮친 월가 [월스트리트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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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4.2% 폭락, 금리인상 공포 덮친 월가 [월스트리트in]

이데일리 2026-06-06 05:30: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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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올해 뉴욕증시를 이끌어온 인공지능(AI) 랠리가 거센 조정에 직면했다. 예상보다 훨씬 강한 미국 고용지표가 발표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급부상한 가운데 AI 투자 열풍의 중심에 있던 반도체주가 투매에 가까운 매도세를 맞으며 나스닥지수가 1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급락했다.

피터 터크먼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가 NYSE 트레이딩 플로어에서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AFP)


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64% 하락한 7383.74를 기록했다. 10주 연속 상승 기록 달성에도 실패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4.18% 급락하며 2만5709.43까지 떨어졌다. 2025년 4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역시 1.35% 떨어진 5만877.78을 기록했다.

이번 하락은 단순한 기술주 조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3월 말 이란 전쟁 종식 협상이 본격화된 이후 이어져 온 강세장의 가장 큰 후퇴다. 특히 AI 낙관론을 바탕으로 주식과 가상자산, 위험자산 전반에 유입됐던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시장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됐다.

◇AI 랠리 상징 반도체주 투매…성장 정점론 고개

시장을 끌어내린 것은 반도체주였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10.3% 폭락했다. 브로드컴은 7.9% 급락했고, 마이크론(-13.3%)과 AMD(-10.9%), 마벨테크놀로지(-13.3%) 등 주요 AI 반도체 종목들도 10% 이사의 낙폭을 기록했다. 엔비디아도 6.2% 하락했고, 테슬라도 6.6% 떨어졌다.

최근 AI 서버 투자 확대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며 급등했던 마이크론은 이틀 동안 약 18% 가까이 폭락했다. 브로드컴 역시 이틀간 20% 안팎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그래픽=Finviz)


시장에서는 브로드컴의 실적 발표가 AI 투자 열풍에 대한 의문을 촉발한 계기로 보고 있다. 브로드컴은 지난 3일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놨지만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AI 사업 전망 상향 조정은 하지 않았다. AI 수요는 여전히 강하지만 성장 속도가 정점을 지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마크 해킷 네이션와이드 수석 시장전략가는 “AI 기업들의 실적은 매우 훌륭했지만 투자자들은 성장률이 정점을 찍은 것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며 “지난 두 달 동안 반도체주 비중이 과도하게 커졌기 때문에 차익실현 욕구도 상당히 높아진 상태였다”고 말했다.

루이스 나벨리어 나벨리어앤드어소시에이츠 회장 역시 “현재 시장은 전형적인 반도체주 차익실현 국면”이라며 “여기에 금리 상승이 겹치면서 기술주 전반에 대한 압박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미국 비농업 일자리 증가폭 추이 (그래픽=트레이딩 이코노믹스)


◇노동시장 둔화 우려 빗나갔다…3개월 평균 고용 18만8000명

하지만 이날 시장을 무너뜨린 결정적인 요인은 AI보다 고용이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5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전월 대비 17만2000명 증가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8만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실업률은 시장 예상대로 4.3%를 유지했다.

표면적으로는 4월 수정치인 17만9000명보다 다소 둔화됐지만 시장은 세부 내용에 더 주목했다.

노동부는 3월 고용 증가폭을 기존 18만5000명에서 21만4000명으로, 4월은 11만5000명에서 17만9000명으로 각각 대폭 상향 조정했다. 두 달 동안 총 9만3000개의 일자리가 추가된 셈이다.

이에 따라 최근 3개월 평균 고용 증가폭은 약 18만8000명으로 확대됐다. 이는 2024년 이후 가장 강한 고용 흐름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이번 보고서는 최근 월가에서 확산됐던 노동시장 둔화 우려와 정반대의 결과였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신규 채용과 해고를 모두 자제하는 이른바 ‘저채용·저해고(low-hire, low-fire)’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6만명, EY-파르테논은 5만명, 뱅가드는 2만명 증가를 예상하는 등 주요 기관들이 일제히 부진한 수치를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레저·접객업이 7만명 증가하며 전체 고용 확대를 주도했다. 특히 음식점과 주점 부문에서만 4만8000개의 일자리가 늘었다. 지방정부 고용도 5만5000명 증가했고 의료서비스 부문 역시 3만5000명 늘었다.

특히 AI 투자 붐이 노동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비주거용 건설업은 7개월 연속 고용 증가세를 이어갔다. 미국 전역에서 진행 중인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건설업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건설 지출은 4월 처음으로 500억달러를 넘어섰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가 건설업과 제조업 고용을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제조업 고용도 증가세를 보였다. 데이터센터 장비 수요 확대와 방위산업 생산 증가,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재고 확보 움직임 등이 제조업 활동을 지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금융업 고용은 2만2000명 감소했고 정보서비스 부문 역시 감소세를 이어갔다. 특히 정보서비스 부문은 최근 17개월 가운데 16개월 동안 고용이 줄었다.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일반 사무직과 지원 인력 채용을 줄이는 흐름이 통계에 반영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70%가량 치솟았다.(그래픽=페드워치)


◇연말 금리인상 70% 반영…워시 첫 FOMC 주목

시장은 즉각 연준의 정책 경로를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채권시장은 강하게 반응했다. 오후 4시20분 기준 2년 만기 국채금리는 10.8bp(1bp=0.01%포인트) 상승한 4.157%를 기록하고 있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6bp 이상 오르며 4.5%를 넘어섰고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다시 5%를 돌파했다.

월가에서는 10년물 4.5%, 30년물 5%를 시장 심리를 좌우하는 핵심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장기금리가 이 수준을 넘어서면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특히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 마감 시점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올해 12월 말까지 기준금리가 25bp 인상될 확률을 70% 이상 반영하고 있다.

채권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배경에는 연준 인사들의 최근 매파적 발언도 자리하고 있다.

최근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올해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한 데 이어 일부 연준 인사들도 물가 압력이 지속될 경우 추가 긴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날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국 노동시장이 여전히 균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추가 정책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해맥 총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오늘 고용보고서는 노동시장이 대체로 균형 상태에 있다는 점을 재확인해준다”며 “5월 실업률 4.3%는 내가 생각하는 완전고용의 정의에 거의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면서도 “최근 추세가 지속된다면 곧 행동에 나서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이를 연준이 여전히 금리 인상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베스 해맥 (사진=클리블랜드 연은)


모건스탠리 웰스매니지먼트의 엘런 젠트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고용지표는 미국 경제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신호”라면서도 “연준과 시장이 인플레이션 압력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나우(GDPNow) 모델이 2분기 성장률을 3%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점도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1분기 성장률이 연율 기준 1.6%였던 점을 고려하면 미국 경제가 다시 가속화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날 시장은 전형적인 ‘좋은 뉴스는 나쁜 뉴스(Good News is Bad News)’ 장세를 연출했다. 경제가 강하다는 사실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그것이 금리 인하 기대를 무너뜨리고 오히려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면서 주식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시장 반응이 과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닐 더타 르네상스매크로리서치 대표는 “시장은 좋은 경제지표를 나쁜 뉴스로 해석하고 있다”며 “채권시장이 연준의 정책 경로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민반응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이유가 경제 확장과 고용 증가 때문이라면 그것이 반드시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며 “주식시장에 진짜 위험한 것은 스태그플레이션이지 성장과 함께 나타나는 인플레이션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 가격 추이 (그래픽=CNBC)


◇비트코인도 흔들…스페이스X IPO 앞두고 자금 이동

주식시장뿐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도 충격을 받았다. 비트코인은 6만달러선까지 밀리며 지난해 말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달러는 강세를 보였고 채권 가격도 하락했다. 주식과 채권, 가상자산이 동시에 하락한 것은 투자자들이 전반적으로 위험 노출을 줄이고 있다는 의미다.

월가에서는 다음 주 예정된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역시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기업가치 1조7700억달러로 평가받는 사상 최대 규모 IPO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AI 종목과 반도체주, 비트코인 등에서 차익을 실현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날 시장에서는 기술주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경기방어주로 이동했다. 코카콜라(3.5%)와 콜게이트-팜올리브(4.1%)는 3% 이상 상승했고 존슨앤드존슨도 2% 오르며 강세를 나타냈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오는 17~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로 향하고 있다. 새 연준 의장인 케빈 워시가 처음으로 주재하는 회의인 만큼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가는 이번 회의에서 금리 동결 자체보다 성명서와 기자회견의 문구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의 고용 호조와 성장세를 감안할 때 연준이 금리 인상과 인하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는 보다 매파적인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AI 랠리의 향방 역시 결국 워시 의장의 첫 시험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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